쉰여덟 번째 취미, '뜨개'

(팝콘뉴스=강나은 기자)뜨개를 상상해보자. 절로 편안한 미소가 지어지고, 따뜻한 감촉이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정성을 들여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고, 마음을 가다듬곤 해 늘 온화한 표정을 띤 사람이 두 손으로 마음을, 사람을 엮어내고 있다. 사부작사부작 뜨개를 한다는 것은 이렇게 마음 따뜻해지는 취미임이 틀림없다.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 (사진=아늑한작업실) © 팝콘뉴스


두 손으로 짓는 마음의 요가

마음의 요가라고 부를 만큼, 뜨개는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뜨개를 시작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은 바로 이 덕분이다. 물론 비용적인 부담이 적고, 집 안에서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겠지만, 무엇보다 뜨개가 180도 달라진 일상에서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단순한 동작의 반복과 부드러운 촉감만으로도 뜨개는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뜨개 모임 공간 '아늑한작업실'에서 뜨개 모임 리더로 활동하는 '무아'는 뜨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살다 보면 삶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도 있고, 고꾸라지고 넘어질 때도 있잖아요. 나의 쓸모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정체된 회색빛 일상을 살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요. 뜨개를 취미로 삼으면 그런 시기에 단단하게 마음을 다지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 역시도 몇 해 전,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삭막한 곳에서 불안함과 두려움을 줄여주었던 것은 뜨개였다. 뜨개를 하며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자 불안함과 두려움이 더 이상 마음을 좀먹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사진=아늑한작업실) © 팝콘뉴스


서로를 하나로 엮고, 시간을 엮는 뜨개의 힘

뜨개의 또 다른 재미는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소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러다 보니 자신의 생활과 가치관이 그대로 작품에 드러나게 된다. '무아'는 그 예로 뜨개 모임의 한 멤버가 텀블러 가방을 만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분은 뜨개를 배우시고 나서 가장 먼저 텀블러 가방을 떠올리셨어요. 텀블러를 항상 가지고 다니시는데, 손에 비해 지름이 큰 텀블러를 손에 들고 다니면 불편하고, 테이블에 두고 그냥 나와서 잃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면서요. 그래서 텀블러 가방을 여러 개 만들어서 친구분들에게 선물하셨는데, 뜨개를 통해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나누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저렇게 각각 다른 모양으로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것도 뜨개의 힘이다. 또 다른 뜨개 모임에는 8세 아이가 참여했다. 처음에는 자투리 실을 말아놓은 뜨개 공으로 신호등을 만들었고, 그다음으로는 게임기를 보관하는 바구니를 만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이런저런 작품이 쌓여나가며 아이는 행복한 시간을 쌓아나갔다.

'무아'는 평소 마음 상태를 뜨개로 표현해서 미니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뜨개 모임에서 만든 작품을 벽에 걸어두고 갤러리처럼 작업실을 꾸밀 때도 있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다른 멤버와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면 같이 울기도, 같이 웃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자기 스스로 '뜨개를 언어 삼아 마음을 쓰고, 마음을 뜨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한다.

친구, 가족과 마음을 엮을 때도 뜨개가 큰 역할을 했듯이, 뜨개는 낯선 이들을 하나로 만드는 역할도 해낸다. 독일어를 전공했던 이는 유학 시절에 뜨개방에서 할머니들과 뜨개를 하며 독일어를 배웠고, 20대 멤버는 60대 멤버에게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뜨개 가방 디자인을 추천하기도 한다. 문화도, 나이도 상관없이 친구로 엮어줄 수 있는 따뜻한 힘이 뜨개에 있다.

▲ (사진=아늑한작업실) © 팝콘뉴스


엉성한 솜씨라도 첫 작품을 대하듯

초보자는 작품 구상에 앞서 무작정 작품을 만들어 나가기 쉽지만, 뜨개를 시작하기 전에 작품 구상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내 생활에 이 작품이 맞는지, 어떤 상황에서 얼마 동안 쓸 수 있을지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꽃시장에 갈 때, 지갑과 핸드폰을 넣어 다닐 뜨개 가방을 만들고 싶다고 하신 분이 계셨어요. 당시에 유행하던 원통 형태의 가방을 권해드렸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꽃시장에서는 원통 가방이 불편하겠더라고요. 원통형은 부피감이 있어서 인파에 쉽게 밀쳐지면 가방이 걸리적거리게 되니까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실 분과 의논해서 직사각형의 면을 맞댄 납작한 모양에 몸 가까이 붙는 형태로 디자인을 수정했어요.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만드신 분도, 가르쳐드린 저도 만족감이 높았죠. 만약 가방의 용도와 사용 상황에 관해서 자세히 대화를 나누지 않고, 원통 가방을 만들었다면 아마 한두 번 쓰고, 옷장 깊은 곳에 잠들게 되지 않았을까요?"

뜨개에 사용되는 실은 옷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소재를 추출하고 가공하고 염색해서 실로 만들어 유통되기까지 여러 차례의 공정을 거친다. 또한 그렇게 만든 실을 다시 한 코 한 코 쌓아 올리는 데도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따라서 몇 번만 사용할 용도로 만들기보다는 초보 시절의 엉성한 매력이 담긴 작품이라도 오랫동안 소중히 사용할 소품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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