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친권 제한과 관련된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재용 기자)최근 한 산후도우미가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생후 4개월 아이를 때리고 거칠게 흔드는 등 학대한 정황이 드러났다. 아동학대 사건은 잊을 만하면 언론에 보도되지만 사실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는 빙산의 일각일 뿐 아동학대 대부분은 가려져 있다. 대다수의 아동학대가 사적 생활공간에서 아이의 보호자에 의해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은폐된다. 학대를 가하는 가해자들이 거의 보호자이기에 아동의 처지에서는 그들의 폭력에 저항할 수도 없고 저항할 인식도 지니지 못한다. 보호자의 폭력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따라서 아동학대 피해 아동들을 구제할 사람은 공적 보호 체계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공적 보호 체계는 잘 작동되고 있을까?

한국 정부의 제노비스 신드롬

1964년 미국에서 발생한 키티 제노비스라는 사건이 있다. 20대 여성이 퇴근하던 중 길거리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하였는데, 그 과정을 목격한 37명의 이웃 사람들 중 누구도 도움을 주려고 나서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현대인의 방관자적 심리를 의미하는 제노비스 신드롬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이것은 비단 미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몇 년 전에도 지방 어느 지역 길거리에서 한 여성이 강도를 당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냥 모르는 체하고 지나간 사건도 있었다. 씁쓸하지만 제노비스 신드롬은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공적 보호 체계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해 아동도 국민으로서 헌법에 따라 존엄을 가지며 보호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다.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의 보호를 위해 국가는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새삼 헌법 10조를 강조하는 이유는 아동을 힘없이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이유로 아동의 기본적 존엄과 인권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하지만 약자에 대한 존엄과 권리는 더욱더 강조되어야 한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아동의 권리와 관련해서 국제적으로는 UN 아동권리협약에서 제시하고 있다. UN 아동권리협약에서는 생존의 권리, 보호의 권리, 발달의 권리 관련해서 총 54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보호의 권리와 관련해서는 학대와 방임, 차별, 폭력행위 및 부당한 형사처벌, 과도한 아동노동, 약물과 성폭행 등에서 보호받을 권리를 언급하고 있다. 국내 아동 인권과 관련해서는 아동의 안전 및 가정 보호, 양육 관련해서는 빈곤가정 아동보호 및 학대 예방, 성적 학대 및 착취, 사법기관으로부터의 아동보호, 학교폭력 예방과 사후관리 및 부모로부터의 분리와 가족 복귀 등에 관한 내용이 주요하게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강화와 피해 아동의 보호권 강화를 위해 2014년 9월 28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학대 특례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동학대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법망을 피하려고 많은 부분 은폐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특히 학대 아동에 대한 접근과 친권 제한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신고 의무자에 대한 보호 및 신고 의무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이 필요하므로 정책적 개입에 대한 방향성 모색은 매우 중요하다. 아동학대 예방과 해결을 위해서는 고도의 공공성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예방 및 발굴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아동복지법이 법정의무교육으로 지정되어 아동학대 예방 교육이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재정적 지원이 더 확충되어야 더욱더 적극적인 아동학대 예방 및 발굴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아동학대 가해자는 대부분 친권자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가해 행위자의 친권 제한과 관련된 구체적인 매뉴얼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UN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 인권을 중요하게 논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동학대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아동학대 가해 행위자인 친권자에 대한 분리·박탈에 소극적인 것도 중요한 이유로 보고 있다. 이는 아이들이 가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성에도 원인이 있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친권 제한과 관련한 구체적인 매뉴얼 제작을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보여주기 행정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부의 공적 책무성 높여야

마지막으로는 아동보호의 공적 책임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아동보호기관 등에서 아동학대 예방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행정적 조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아동학대 조사를 위한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학대받는 아동을 보호·치료할 수 있는 효율적 대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아동학대 예방체계는 여전히 공공성이 부족하다. 이러한 공공성 부족으로 인해 아동학대 예방과 처벌은 아직 사적 영역에 더 많이 머물러 있다. 아동학대 예방과 해결을 공권력에 크게 의존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적으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인데 참 답답한 현실이다.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정부는 크게 분노한다며 정책을 쏟아내지만 모두 일회성에 불과하다. 시끌벅적한 보여주기 행정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부의 공적 책무성을 높이는 일이 우선이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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