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왔나, 사유의 시간 필요해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수업 시간에 질의응답을 하며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갑자기 열린 창문 밖에서 드릴로 시멘트를 뚫는 듯한 매우 크고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너무 컸던 탓에 순간 나와 학생들은 깜짝 놀랐지만, 학교에서 수업하다 보면 간간이 소음들을 접하는지라 그냥 무시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드르륵~드르륵'하는 거칠고 둔탁한 소리는 잠깐의 간격을 두고 아주 거슬리고 짜증이 날 만큼 신경을 자극하며 1분 이상 지속되었다. ‘어쩌지?’ 생각하는 순간 두 번째 줄에 앉은 남학생이 옆의 친구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두 손을 들어 귀 옆에 대고는 검지를 편 주먹 쥔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다.

얼핏 보기에는 '너 머리가 어떻게 되었구나?' 내지는 '너 미쳤니?'라고 읽을 수 있는 행동이었으나 나는 그 학생이 "저 소리 때문에 머리가 돌아버리겠어"라고 말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반복되는 드르륵~ 소리와 친구에게 반복해서 귀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친구를 보며 나는 설명을 멈췄다.

창밖에서 나는 소리는 이미 학생들과 나의 정신상태, 그리고 교실 전체를 점령해버린 터라 아주 잠깐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침묵이 흐르고 '동작 그만' 상태가 됐다. 곧이어 학생들의 시선은 일제히 내 시선을 따라 귀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남학생에게 향했다.

나는 얼른 상황을 정리하는 말하기로 전환했다. "아이고, ○○이가 저 소리가 많이 거슬려서 머리가 빙빙 돈다고 보조언어(몸짓)로 표현하고 있네." 그러자 몇몇 아이들도 고개를 돌리며 빙빙 돈다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고, 교실 안은 창밖의 드르륵 소리와 맞먹을 만큼 큰 웃음소리로 덮였다.

그때, 항상 강한 집중력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한 여학생이 "선생님, 창문을 닫을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얼른 "그래야겠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보통 창문 가까이 앉은 친구들이 일어나 창문을 닫기 마련이라 나는 창가 쪽에 앉은 학생들에게 창문을 좀 닫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중앙 한가운데에 앉아있던 남학생이 벌떡 일어나 창가로 가더니 열려있는 창문을 닫고는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순간, 내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쑥 올라왔다. 창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반응하는 태도의 유형에 관한 생각이었다. 나와 대다수 학생은 '소리가 곧 멈추겠지'라고 생각하며 소리가 멎기를 기다렸고, 어떤 학생은 그 소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손을 들어 유머러스한 상황을 연출했고, 또 다른 학생은 '문을 닫을까요?'라며 문제해결책을 제시하고 창문을 닫으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나는 잠시 진행하던 수업 내용을 멈추고 학생들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어떤 태도를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에 관한 토론을 유도했다. 학생들은 이런 물음에 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말과 함께 살아가는 동안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돌발 상황에서 어떤 태도로 대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은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대부분 문제 상황에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거부반응을 표시했다. 직접 나서고 싶지 않다는 의견과 그럴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남들이 해줄 텐데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다는 학생들의 생각을 들으며 살짝 실망하던 중, 개중에 한둘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토론을 정리하기 전 나 자신에게도 질문을 해보았다. 젊은 시절의 나는 언제나 '적극적 문제해결' 편에 섰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도 나이를 먹는지 이제는 적극적 문제해결의 편에 서겠다고 말할 자신이 없어졌음을, 눈치를 보며 자신들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약간의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하는 몇몇 학생들과 비슷한 입장임을 느낀다.

사람은 똑같은 상황에서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반응을 보인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과 삶의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또, 타고난 성품이나 가정교육도 생각과 반응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며, 생활하는 환경과 분위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렇듯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개인의 생각과 행동이 결정된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분명 개인의 몫이고 자유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 보이는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가 아무리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인간사에서 변함없이 존중받는 생각과 행동의 근간들이 있다.

행동하는 지성인이었던 장 폴 사르트르(프랑스 사상가, 작가)는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고 책임짐으로써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갈 뿐'이라고 말했다. 문득, 선택과 행동, 책임이란 단어가 무겁게 가슴에 꽂힌다. 내가 하는 선택과 행동에 얼마나 책임지며 살아왔느냐는 물음과 함께.

오늘 누군가 '당신은 삶에서 직면하는 여러 가지 문제 상황에 관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행동하며 살고 있나요?'란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답을 할 수 있을지 차 한 잔을 마주하며 조용히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자.[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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