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환경과 소외계층이 상생할 수 있다면

(팝콘뉴스=김진경 기자)[* 편집자 주 MZ세대에 속하는 20·30대 중에는 MZ라는 용어가 오히려 좀 진부하게 느껴지고 지겹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X세대로 유명했던 지금의 40대도 그런 말을 했다. 젊다는 칭찬도 참신하다는 장점도 때로는 부담이 된다.

그래도 스타트업이라는 분야를 빛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이들 MZ다. 한 명 한 명의 젊은 사장님들을 만나 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열정과 비전에 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동년배들은 같은 세대의 열정을 만나서 용기를 얻고 좀 더 어리거나 좀 더 연장자인 사람들도 영감을 받을 기회다.]

▲ 폐박스 매입 모습(사진=러블리페이퍼) © 팝콘뉴스


"2014년 당시에 폐지 매수 가격이 킬로그램(㎏)당 100원이었는데, 갈수록 낮아져서 이런 폐지 가격을 안정화하고 폐지 수거 노동의 수익성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죠."

폐지 수거는 노인 근로 환경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지역 환경 미화와 자원 재활용 면에서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 이런 중요한 노동이 수익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 기우진 대표는 폐지 재활용이 중점이 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다.

#1 러블리페이퍼의 현재 사업 방식은 언제 어떤 동기 또는 계기를 통해 시작하게 되셨나요?

"처음 발상은 2013년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 당시 대안학교에 교사로 재직 중이었는데 우연히 사회적 기업 아카데미 현수막을 발견하고 관련 공부를 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이란 지역의 사회문제를 찾고 상업적으로 해결하는 걸 주제로 다루는 건데, 제가 거주하고 있던 주변의 환경 문제 중에서 평소 눈여겨보던 폐지 수거 어르신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단순 종이 재활용만으로는 사업체로써 매출과 원재료 매입 가격 사이에 균형을 맞출 수가 없어서 고민하던 중에 택배 박스로 캔버스를 만드는 방법으로 재활용 공예를 하는 공예 작가를 발견했는데 이게 큰 영감을 주었죠. 해당 작가님의 블로그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자체 제작해서 캔버스 시제품을 제작해 해당 작가님과 소통을 해보고 상업성과 대중성을 점검했습니다."

▲ 인터뷰 중인 기우진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기우진 대표는 폐박스를 ㎏당 300원 정도에 매입하고 있지만 노동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매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폐지 수거 어르신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작품 제작 공정에도 참여시키고 있다.

2016년에 3개월 프로젝트로 재능기부 대학생들과 캔버스 제작을 시도한 뒤 단순 캔버스가 아니라 공예작품으로 기획한 게 성공했다. 재능기부 작가 모집에 예상 인원은 10여 명이었는데 150명 넘게 지원했다고 한다.

기우진 대표의 뜻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대학생뿐이 아니었다. 러블리페이퍼의 가능성을 본 기업에서도 인큐베이팅을 제안하고 참여하고 있다. 이 제안 또한 기업 수익성이나 사적 이득보다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러블리페이퍼의 목표와 잠재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후 활발한 B2B(Business to Business)와 B2G(Business to Government) 운영을 통해 매출의 70% 이상은 사회적 가치 교육 체험 프로그램 운영과 대기업과의 협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제조업 부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협업을 많이 제안해 오고 있다. 최근에도 국내 대표적인 식자재 유통업체인 CJ프레시웨이와 쌀 포대 업사이클 협업을 약속한 바 있다.

▲ 공동 작업장에 전시된 작품들(사진=러블리페이퍼) © 팝콘뉴스


#2 창업 초기 가장 어려웠던 지점이나 사건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창업 초기에는 대안학교 교사로 재직한 채로 일해야 해서 체력적인 소모가 심했던 게 가장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사업가로서 6년 차인데 아직 초보라고 할 수 있고 지금은 지혜와 여유가 조금 생겼지만, 앞으로도 여러 가지 고생하고 배워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3 창업 과정이나 최근에 기억에 남는 도움이 있나요?

"많지만 무엇보다 거리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이제는 정규직으로 함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 큰 감동과 동력으로 다가옵니다. 특별한 일화나 사건은 제작 공정을 위한 작업 장소를 얻을 때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4층까지 어르신들이 매번 오르내리기는 부담이 컸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1층 사무실을 임대하려면 보증금 1300만 원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페이스북을 통해 1인당 50만 원을 빌린 뒤 이자를 붙여 갚겠다는 게시글을 올리고 5일 만에 목표 금액을 전부 모았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도움을 적극적으로 주신 것에 놀랐고요. 어떤 분은 혼자 500만 원을 쾌척하셨죠. 그렇게 1층 작업실을 모금액을 통해 마련하면서 이렇게 많은 낯선 타인들이 우리 회사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있구나, 열심히 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굳혔죠."

▲ 작업 중인 어르신(사진=러블리페이퍼) © 팝콘뉴스


#4 2022년 올해도 이미 상반기가 지났지만 남아 있는 한 해의 사업 방향은 무엇인가요?

"지난해 대비 매출 100% 상향을 목표로 하고 있고 무엇보다 어르신 고용을 현재보다 2~3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신규 아이템 개발과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요. 하반기에 시제품을 시장에 출시해 반응을 지켜볼 생각입니다. 제품은 쌀 포대를 이용한 종이 가죽의 활용도를 고도화한 것으로, 이를 통해 어르신들 일자리 창출하고 대량생산 시스템이 갖춰지면 구매 가격도 좀 더 저렴하게 조정할 생각입니다."

#5 스타트업, 창업이란 키워드는 청년층에게 오랫동안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대해 대표님이 청년층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죠. 사회적 기업과 일반 기업의 중요한 기준은 소셜 미션이 있는가예요. 개인의 욕구를 벗어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기우진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환경 이슈 등의 사회문제를 일시적인 캠페인으로 해결하는 방법보다 좀 더 심오한 고민과 접근법이 필요하다.

내 경험 욕구를 채워줄 무언가로 막연하게 생각하면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스타트업 생태계 그중에서도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은 기반이 매우 취약하고 근무환경도 열악한 편이라 단순히 유행이기 때문에 자원이 풍족할 거라는 환상을 갖는다면 실망만 가질 수도 있다. 주류로 부상 중이지만 여전히 인력 등 자원이 매우 부족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끼는 '열정페이'에 가까운 과정을 견뎌야 하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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