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네 번째 취미, '바둑'

(팝콘뉴스=강나은 기자)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이 세기의 대결이 가능했던 것은 이미 1997년 체스에서는 인공지능 딥블루의 완승이 결정되었으나 꽤 오래 바둑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바둑은 추상적인 전략게임이자 무한의 두뇌게임으로서 집중력과 인내력, 그리고 두뇌 회전을 위한 수련 방법으로도 사랑받아왔다.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 (사진=미래바둑교습소) © 팝콘뉴스


바둑을 배우는 것은 삶을 배우는 것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번갈아 가며 흑백의 돌을 가로, 세로 19줄 교차점 위에 둔다. 이렇게 돌을 놓아 완성하고자 하는 것은 내 집을 만드는 것. 상대보다 집을 만들기 위한 이 추상적인 전투는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있는 보드게임이다.

어르신들의 전유물로 일컬어지고 있는 바둑이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에서도 바둑 용어가 꽤 많이 보이는 것을 보면 바둑은 삶과 닮아있다. 포석은 바둑에서는 판을 이끌기 위해 돌을 배치하는 방법을 말하지만, 일상적으로 어떤 일을 벌이기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사활은 돌의 삶과 죽음을 이르는 말로, 우리는 흔히 이 말을 일의 성패가 달린 상황에서 '사활을 걸었다'라고 비유한다.

여기까지 예상할 수 있었다면, 호구라는 말은 어떠한가? 바둑돌 석 점이 둘러싸고 있고, 한쪽만 비어있는 상황에서는 이 속에 돌을 두어도 상대방의 다음 한 수에 따먹히기 때문에 '어리석어 이용당하기 좋은 사람'을 말한다. 그 밖에도 신의 한 수, 승부수, 자충수, 대마불사 등의 단어 역시도 바둑에서 나온 표현이다.

▲ (사진=미래바둑교습소) © 팝콘뉴스


한번 빠지면, 뼈를 깎는 고통도 이길 수 있는 보드게임

바둑은 아무리 배워도 절대적인 최선의 수가 없기에 진입장벽이 꽤 높은 대신, 배워도 배워도 무조건 이기는 경기가 없다. 그렇기에 바둑의 재미를 알기까지는 오래 걸리긴 하지만, 한번 바둑의 재미를 깨우친 이들은 바둑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다. 삼국지에서 관우가 팔의 독을 제거하기 위해 뼈를 깎으면서 두었던 것도 바로 바둑이었다.

미래바둑교습소 김태세 대표는 바둑은 두는 순간, 보는 순간, 돌이켜 생각하는 순간마저도 모두 재미있다며 바둑의 재미를 설명한다.

"바둑은 전략게임이에요. 그래서 상대방의 전략을 무너뜨리면서 자신이 이기는 판으로 만들어가는 재미가 크죠. 지고 나서는 복기해보며 이기는 수를 고민하고, 이기고 나서도 복기해보며 어떤 수가 승리를 만들었는지 되새기는 이유도 결국에는 그 과정마저도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무거운 바둑판과 바둑돌이 필수적으로 필요했지만, 요즘에는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통해서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으니 반드시 바둑을 두는 상대방이 있어야 하거나 장소가 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없어졌다는 점도 지금 바둑을 취미로 갖기 좋은 배경이 된다.

▲ (사진=미래바둑교습소) © 팝콘뉴스


인내력과 판단력, 두뇌 회전의 집합체

바둑에서는 정신적인 인내력과 판단력으로 상대의 수를 읽고, 나만의 수를 판단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그렇기에 바둑은 청소년에게는 집중력을 높이고, 두뇌를 개발하는 취미로, 성인에게는 복잡한 세상사에서 벗어나 몰입의 즐거움을 선물하는 취미로, 어르신들에게는 두뇌 회전을 통해 치매 예방을 돕는 취미로 사랑받는다.

특히 차분한 아이들보다는 차분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 아이들이 바둑학원을 찾곤 하는데, 이런 아이들에게 바둑의 효과는 꽤 뛰어난 편이다.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학원에서 술래잡기하면서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런데 어느새 바둑을 시작하면 무섭게 집중하는 아이로 바뀌더라고요. 물론 바둑을 두지 않을 때는 이전의 활발했던 모습이 남아있지만,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습관이 잡힌 것 같아 저도 고맙고 기특하죠."

그렇다면, 초보자로서 바둑을 어떻게 배워 나가야 할까? 초보자는 바둑을 배우면서 수천 번 지고, 그 과정에서 정석과 포석 등으로 현명한 수를 찾아 나간다. 그러나 실력이 쌓이기도 전에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서로를 잡는 것에만 집중하는 일도 발생한다.

"항상 나를 먼저 돌보고 나서 상대방을 잡으러 가야 해요. 내 돌이 약한데도 불구하고, 상대방만 계속 잡으러 간다면 그 판에서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만 주의해도 초보자의 수는 많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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