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 등으로 구성된 주민대책위 사업철회 요구에 지구 지정도 아직
동자동 주민들 "안 간 데가 없는데 된 것 없어... 모이는 방법뿐"
인근 주민 불만에는 "왜 모여서 말할 수 밖에 없는지 이야기됐으면"

▲ 11일 오후 동자동 쪽방촌 주민과 연대자들이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국토부가 약속한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 계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대통령 집무실 앞 첫 집회의 주인공은 용산구 주민들이었다.

11일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등 15개 단체가 연대한 2022홈리스주거팀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동자동 쪽방촌 주민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지구 지정을 약속한 대로 완료하라"고 촉구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 5일 서울역 건너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를 공공 주도로 재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같은 해 12월까지 공공주택 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2023년 착공, 2030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의견 청취 과정에서 건물주 등으로 이뤄진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의 대치가 계속되면서 지구 지정도 완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지구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아니라 공공주택특별법을 근거로 시행되기 때문에, 건물주 등의 동의율 등 조건을 충족할 필요가 없지만, 국토부는 주민 의견 청취 과정을 거쳐 진행한다는 태도다.

백광헌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부위원장은 "작년 2월에 전 방송국에 발표하니까, (진행될 거라고) 믿었다. 참여연대에 세 번 갔는데 거기서도 발언하고, LH, SH 과장들이 다 온 자리에 가고, 청와대도 가고, 세종 청사까지 갔다 와서 다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 3개월이 지나도록 말이 없다"며 "안 간 데가 없는데, 된 게 없다. 자주 만나서 투쟁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다"라고 결의대회에 참가한 이유를 밝혔다.

발표 이후, 동자동 재개발과 관련해 마련된 논의 자리는 지난 4월 국민의힘 부동산특위의 주민간담회, 공공주택 추진 TF 회의 정도다.

주민간담회는 대책위 참여로 진행됐고, TF에는 국토부, 서울시, 용산구, LH, SH, 쪽방상담소만 포함돼 있다.주민을 포함한 '논의' 자리가 부재한 가운데, 지난해 9월 '안내 책자' 배포 이후 실거주자와의 소통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 11일 동자동 쪽방촌 주민결의대회 현장 © 팝콘뉴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활동가는 "(백광헌 부위원장은 쪽방촌에서) 세 번 쫓겨났다. 건물이 노후화해서 허물어야 한다고 해놓고, 알고 보니 게스트하우스 만들려고 해서, 또 누수되는 건물에서 건물주가 그냥 다 나가라고 해서. 이주비 같은 건 전혀 없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홈리스주거팀이 부랴부랴 매입임대 등 지원했다. 민간개발이라고 하면 이런 아픔 때문에 주민들이 더 거부감이 있다. '민간개발해서 똑같이 (공공임대주택) 지어주겠다'는 얘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런 얘기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호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이사장 겸 동자동 쪽방촌 주민은 "쪽방촌은 여름이면 새벽에도 열이 안 식는다. 선풍기도 뜨신(뜨거운) 바람만 나온다. 더워서 거리에 나가서 자는데, 그게 꼴 보기 싫다고 나가라고 경찰을 부르더라. 그런데, 그런 사람도 국민이다"라며 "(정권이 바뀌었으니) 조용한 것까지는 이해하겠다. 그러니까 국민이 말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속히 지구 지정을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국토부, 서울시, SH 등 관계기관은 토지주 등 단체와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반대 단체는 국토부에 사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 연말 서울시와 국토부가 (주민대책위를 포함해) 찬반 측과 면담했다. 올해도 서울시는 찬성 측과 면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주택 기획 단계에서부터 실거주민과 소통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LH에서 쪽방 거주민들에게 적절한 임대주택 형태에 관해, 적정 크기나 돌봄시설 등과 관련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면적 등을 임의대로 정해서 보급하는 형태는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청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이 집회에 불만을 표하면서 짧은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김윤영 용산정비창 공대위 활동가는 "(집회로) 주민들을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다. 여기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이 자리를 찾았을 뿐"이라며 "현장이 이곳을 찾은 사람들과 주민들의 갈등으로 비치는 것이 아니라 여기 이 사람들이 왜 모여서 이 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 목소리를 왜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작게 취급해왔는지, 이것에 대해(이야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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