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일종의 책과 같다', 선물 받은 소중한 책 한 권을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워나가고픈 유소영 교수

▲ (사진=유소영 교수 제공) © 팝콘뉴스


(팝콘뉴스= 김보연 기자) * [talk! talk! 튀는 인생] 코너는 평범(平凡)함과 비범(非凡)함이 공존하고, 톡톡 튀는 개성으로 자신만의 길을 추구해 온 이들과의 쉼과 같은 대화를 의미한다.

다른 전공, 모든 관심사 관통

봄 햇살이 유난히 눈부시던 날, 서울아산병원 교육연구관에서 만난 유소영 교수는 차분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로 사람을 압도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빅데이터연구센터, 임상연구보호센터, 울산의대 융합의학과에 소속돼 있는 유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 후, 미국 보스턴 대학(Boston College)에서 심리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러나 그 이후 전공과는 거리가 먼 생명윤리정책 박사 과정을 거친 그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게 느껴졌다.

"사실 전공 선택들을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삶의 과정 속 결정'이란 주제가 모든 전공을 관통하는 관심사였단 것을 후에 알게 됐다"는 그는 "사람들 각자 오롯이 경험해 오고 정리해 온 각자의 가치와 생각, 그리고 태어나면서 각자가 지닌 경향성을 바탕으로 삶에서의 주요한 결정을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유소영 교수는 "우리는 매일 삶에서 작고 큰 선택을 하게 된다. 어떤 선택은 마실 커피를 고르는 소소한 것부터 또 어떤 선택은 낙태, 연명치료 중단, 임상시험 참여와 같은 크고 불가역적 결정들도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인생에서의 중요한 결정의 순간을 자기 과거 삶을 통해 현재에 잘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사진=유소영 교수 제공) © 팝콘뉴스


연구 참여자를 위한,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s) 대변

유 교수가 근무하는 서로 다를 것 같은 두 부서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임상연구보호센터'는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 참여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모든 연구가 윤리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기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임상연구보호시스템을 구성, 운용하고 구현하는 조직이다.

그는 임상연구보호센터의 구체적인 업무에 관해 "연구에 관한 정부 정책과 기관 내 정책을 마련하고, 연구 수행 기관에서 수행하고자 하는 연구가 과학적·윤리적·사회적으로 타당한지를 검토하고 심의한다"라며 "연구 참여자와 연구자를 위한 교육·자문과 승인한 연구가 연구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등 연구 전 주기에 걸친 여러 단계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런 연구 참여자를 위한 거버넌스 안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연구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결정한다"며 "추후 연구 참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거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 또는 문의 사항이 있을 시, 대상자를 위해 존재하는 이 센터에 방문해 해결하거나 조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빅데이터연구센터'에 관해선 "연구에 참여하는 정보주체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반면, 안전한 데이터는 연구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을 마련하고 각 데이터 연구 특성에 따라 관련 규정과 윤리 원칙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두 센터 모두에서 연구 참여자 또는 정보 주체를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일차 목적이었지만, 그 시스템은 결국 연구자의 전문성을 증진하고 윤리적으로 수준이 높은 연구 문화를 구현해 신뢰받는 연구자와 기관을 만들기도 한다.

▲ (사진=유소영 교수 제공) © 팝콘뉴스


정책 결정을 위해 철학적 연구도 필요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건 중요하다. "서로 모든 것은 연결돼 있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거버넌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도 전체를 한 번에 보고 세부적으로 분석해 다시 시뮬레이션해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유소영 교수는 "우리의 삶도 통찰해 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결국 각자의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 모든 것이 연결된 상태에서의 중요한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정하는 순간의 난 과거의 나 또는 미래의 나와 동일한 인간인가'란 주제는 정책적인 결정과는 또 다른 물음이자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주제가 된다. 이 모든 것이 '동일한 나'였을 때 미래의 날 위해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삶을 통해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다."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직접 연구 대상자와도 소통하지만, 철학적 연구는 정책 결정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생각에 철학적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는 그는 "앞서 말한 '동일한 나'와 같은 철학적 물음과 연구는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중요한 결정 시점에 '동일한 나'의 인지를 확인하고 불완전한 결정을 보호하는 장치 즉, 시간의 간격을 둔 여러 차례의 의사 확인 절차, 심리 및 인지 검사 필요성 등이 필요하다는 정책 추진의 근거가 된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 (사진=유소영 교수 제공) © 팝콘뉴스


연구 성과 드러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의약품 임상시험에 관련된 여러 가지 규제를 개선하는 연구를 한 바 있는 유소영 교수는 '위험기반 중심 한국형 임상시험대상자 안전성 확보 모델링 개발연구'로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상을 수상한 바 있다.

"코로나19 관련, 임상연구를 수행함에 애로사항이 컸다"는 유 교수는 "2019년~2020년, 2년 동안 식약처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했다. 공중보건위기상황에도 임상시험은 지속돼야 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과 가이드라인이 미비해 연구가 중단될 수도 있었다"라며 "수행하는 연구가 중단될 경우 그 피해는 연구 참여자가 받게 돼 연구 참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국제적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대비하는 임상시험 정책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국제적 상호운용성을 반영하면서도 우리나라 특성에 적합한 정책을 마련, 실제 임상시험 정책에 반영된 귀중한 연구로 인정받아 수상하게 됐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 (사진=유소영 교수 제공) © 팝콘뉴스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세요. 인생의 신조는 무엇인가요'란 질문에 유소영 교수는 "내 인생에서 조금 무거운 생각들이 많고 책임지고 있는 일들이 산적해 인생 곳곳에 위트가 넘치면서 잘 쉬다가는 인생이 되길 소망한다"며 옅은 미소를 드리웠다.

유 교수는 "한 정신과전문의를 저서를 보면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됐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으나 산다는 것은 슬프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글이 있다"며 "참 공감되는 글이다. 삶이 괴롭고 고통스럽기만 하다면 상당히 허무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삶에서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위트 넘치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웃음 지을 수 있다. 우리는 생일, 축하, 파티 등의 날을 기념하며 위트 있는 삶으로 채워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게 웃었다.

더불어 "인생은 일종의 책과 같다"는 그는 "내가 태어날 때 유소영이라는 소중한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집필자인 내가 내 책이 너무 무겁지 않도록 하루하루 소소한 위트를 넣고 있다"며 "내 소소한 즐거움과 위트엔 강아지 '쌀떡'이 존재한다. 퇴근 후, 쌀떡과의 산책이 더없이 행복하다. 강아지가 내게 보여주는 무한한 사랑, 감사함은 인간에게서 느낄 수 없는 영역이며, 자연이 주는 행복도 마찬가지"라고 목소(目笑)지었다.

"쌀떡과 자연이 주는 소소한 행복으로 '유소영'이란 책이 다행스럽고 흥미로운 책이 되어간다"는 유소영 교수는 "오랜 시간 타인을 위한 권리 보호를 위해 연구하고 현장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위트가 넘치게 되는 것이 꿈"이라며 "내 목표가 이뤄져 타인뿐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행복과 즐거움도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남겼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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