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아청법 '성매매 피해 청소년' 개정 따라 세워진 거점 센터
24세 이하 인지 능력 제한된 피해 청소년 대상
"애정 욕구가 피해로 이어져... '성매매' 아니라 '성착취'로 인식 바뀌어야"

(팝콘뉴스=권현정 기자)아이들은 온 마을에서 자란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골목에서, 길거리에서 자란다. 코로나19로 집과 학교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또 다른 돌봄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와 집 바깥, 아이들을 돌보는 마을 곳곳의 모습을 연재 기사로 담는다.

▲ 지난 3일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 센터 띠앗을 찾았다. 띠앗은 '성착취 피해아동·청소년 지원센터'를 자체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성매매'라는 단어에서 오는 낙인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팝콘뉴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은 2008년 '대상 청소년'을 불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2020년 '대상 청소년'을 '피해 청소년'으로 명명하는 것을 골자로 차례차례 개정됐다.청소년이 조건만남 등에서 성구매자와 동일한 지위를 가지고 성을 '판매'하는 입장에 설 수 없다는 점에 사회적 합의가 이른 까닭이다.

'처벌 대상'에서 '보호 대상'으로 법적 지위가 바뀌면서 지원책 역시 차례차례 생겨나고 있다.

2008년을 전후해유관기관이나 검찰·검찰이 사례 발견 시 '청소년성장캠프'에 인계해 일정 기간 교육을 진행하는 제도가 마련됐고, 2020년 말부터는 전국 17개 거점 센터(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를 통해 더 장기적인 지원이 가능해졌다.

다만, 여전히 일각의 편견으로 현장 운영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일 사단법인 평화의샘 산하 성착취 피해아동·청소년 지원센터 '띠앗'을 찾았다. 띠앗은 성매매 피해를 겪은 만 24세 이하 청소년 중 지적장애가 있거나 인지능력이 한정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기관이다.

"센터 운영 인원이 3명뿐이고, 3년 단위 사업이라 생기는 불안이 있다"면서도 "무계획이 계획"으로 매일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띠앗의 박주현 팀장과 이야기 나눴다.

■ 지원을 넘어선 '지지'가 필요한 이유

2020년 여가부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생 10명 중 한 명은 온라인에서 원치 않는 성적 유인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랜덤채팅앱 내 여성 청소년 대상 대화 사례 중 76.8%는 성적 목적의 대화로 확인됐다.

실제로 같은 연구에서 조건만남 등 성매매 피해를 경험한 청소년 중 80%가량이 '온라인'을 이용했다고 응답했다.

다만, 단순히 SNS의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의 문제 해결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적절하지도 않다는 설명이다. 아이들이 '마음'을 채우기 위해 접근할 수 있는 매체가 마땅치 않아서다.

"(띠앗이 지원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관계 맺고 있는 또래 친구가 많지 않아요. 또, 심심하니까. SNS가 일상인 나이잖아요. 시간이 비면 앱이나 SNS 메신저로 대화하고, '만날래?' 해서 만나고. 애정에 대한 욕구가 온라인에서의 피해로 연결이 되는 거죠."

때문에 띠앗의 '피해회복지원'은 우선 '매체'를 늘리는 방식, "웹상에서 사람을 만나려는 에너지를 다른 데 발산하거나 안전한 사람을 만나는 장"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직업 체험이 그중 하나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주말이나 학교 방과 후 참여할 수 있는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 '잡스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제빵, 공예 등 당사자가 관심을 표한 분야 중심으로 꾸려진다.

20대 초반 청소년 중 기능이 가능하고 취업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는 장애인고용공단과 연계해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한다.

"그쪽 분야로 갈지 안 갈지는 미정이죠. 그래도 위험 상황에 노출될 위험을 줄이는 거니까. 흥미있어하는 분야에 관해 우선 체험해볼 수 있게끔 (전문가와) 매칭도 해요. 네일아트에 관심 있는 친구를 위해 네일숍을 섭외하거나, 동물에 관심 있는 친구가 있으면 근처 동물원을 섭외해 '동물 먹이 주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고요."

프로그램의 골자가 '성과'에 앞서 '마음 채우기'에 있는 만큼, 다양한 모임 활동도 병행한다. 센터가 운영 중인 '평화노동조합'은 일하는 청소년들의 모임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취업이나 미취업, 10대나 20대 등으로 그룹핑을 하는데, 파트타임으로라도 일하고 있는 3~4명의 청소년을 모으고 보니,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나눌 만한 '장'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지지 모임인 '평화노동조합'을 만들어서 문화프로그램이나 시간 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에버랜드도 갔었고. 보면, 그냥 노는 건데, 다 맥락이 있는 기획이에요. 직장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고, 피해에 노출되지 않고 있는 그 모습에 대한 지지의 의미인 거죠."

▲ 띠앗 거실에 나란히 붙은 포스터에 왼쪽부터 "우리가 스스로를 함부로 대할 때 존엄성을 상처를 입는다", "Stronger together"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팝콘뉴스

■ 피해 지원과 무관해 보여도..."맥락이 있는 기획"

피해를 피해로, 상처를 상처로 인지하게끔 조력하는 것 역시 센터의 역할이다.

그루밍성범죄, 특히 인지 능력이 제한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피해자가 피해를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이에 따른 성착취 장기화나 반복 등의 위험이 크다.

올해는 외부 상담소와 연계하는 심리상담 외에 '타로카드'를 통한 집단 상담 프로그램 역시 진행했다. 타로카드 그림을 보고 느껴지는 감정, 떠오르는 기억 등을 나눴다.

"다섯 명 정도 모여서 1월부터 3월까지 4회기 운영했는데, 재밌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피해 상황에 대해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도구를 통해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보니, 반응이 좋았어요."

'사회화 훈련'이라고 이름 붙인 활동도 있다. 대중교통 이용 방법, 시간 약속을 지키는 법, 위생 교육 등이다.

무관해 보이지만, 이 같은 기초 교육을 미처 받지 못한 경우 성착취를 포함한 착취 피해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션을 줘요. 안 가본 곳에 가보기. 프로그램이 홍대에서 진행되면,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홍대까지 오기' 식으로요."

■ "매일 갈아입는 다른 역할...딜레마 있지만"

▲ 띠앗 박주현 팀장 ©팝콘뉴스

유관기관과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피해 청소년과 관계 맺고 있는 학교 특수교사, 장애인생활자립지원센터 등 다섯 곳의 유관기관 관계자를 소집해 쉼터 연계 등 통합 사례 회의를 조직하기도 했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 성매매 피해 청소년 대응 방안 홍보에도 나서고 있다.

현행은 수사기관에서 사례 발견 시 여가부와 지자체에 이를 통보하고, 해당 사례를 다시 센터로 인계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센터가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만큼, 아직은 해결이 필요한 문제들이 더러 발견된다.

착취 피해 청소년이 착취 피해를 인지하지 못해 지원이 가로막히는 문제, 청소년들의 상황이 각기 달라 프로그램 참여 '그룹'을 묶는 기준 선정이 까다롭다는 문제, 청소년의 적극성에 따라 지원 빈도에 차이가 나는 문제 등에서 센터는 아직 답을 찾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관심 부족'으로 인한 '예산 부족' 문제가 시급하다고 박주현 팀장은 짚었다.

현행이 정한 센터의 역할은 ▲신고접수 ▲아웃리치 ▲긴급구조 ▲상담 지원 ▲의료 지원 ▲법률 지원 ▲학업 지원 ▲자립 지원 ▲사후관리 등이다. '거점 기관'의 역할을 부여한 셈이다.

동시에 인건비가 지원되는 인력은 센터당 3명이다. 띠앗 역시 3명의 상근 상담가와 센터장 1명이 약 25건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3년 단위 '공모 사업'으로 운영된다는 점도 사업 연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띠앗은 사단법인 평화의 샘이 서울시 공모를 통해 받은 사업을 운영하는 일종의 '팀' 지위다.

박주현 팀장은 평화의샘에서 2009년부터 피해 청소년 대상 '청소년성장캠프'를 운영하다가 2020년 사업 만료와 함께 띠앗의 팀장으로 이동했다.

"2020년 아청법이 개정되고 나서, 그해 여가부와 각 기관 대표, 관련 팀들이 모여서 신설 센터에 대해 논의했어요. 당시 안에서는 센터 근무 인원이 10명이었어요. 그랬다가 3인 구조가 됐죠. 또, '절대 연 단위 사업 형태로 가지 말고 독립된 기관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결국 3년 단위 사업이 됐고요."

때문에 홍보하면서도 '딜레마'가 생긴다고 박주현 팀장은 덧붙였다. "(체계가 작동해) 신규 사례가 유입되면 좋은데, 실제로 지원을 나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고용에 대한 불안 등 (사업 외적인) 다른 곳에 에너지가 쓰이는 것 같아요. (사업 운영이 가능한) 구조가 갖춰지지 않으면, (사람이) 더 빨리 소진되잖아요. 업무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그런 지원이 조금 더 되면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이 현장에서 좀 더 오래 청소년들을 지원할 텐데, 오래 있을 수 없는 구조니까, 아쉬워요."

다만,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곳이 정부만은 아니다. 사업의 규모가 당초 기획보다 차례차례 줄어들었던 데는 '성매매 피해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사회의 시선이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는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참여수당' 제도가 논의됐었어요. 그런데 이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있었나 봐요. '국가 세금을 성매매한 청소년한테 주는 거냐' 식으로요. 저희는 사실 센터 이름에 '성매매'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반대했었어요. 우리는 '매매'라고 하면 동등한 위치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주고받는 걸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아동 청소년 성매매가) 어떻게 동등한 거래가 되겠어요? '성착취'가 될 수밖에 없죠."

박주현 팀장은 "'매매'라는 단어가 주는 낙인으로 법적 보호 과정에서도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띠앗은 공식적으로는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로 분류되지만, 홍보 책자 등에서는 '성착취 피해아동-청소년 지원센터'라는 이름을 고수한다.

그래도 여전히 띠앗은 오늘 할 일을 하고, 내일의 할 일을 매일 그려보고 있다.

온라인 아웃리치는 하지 않지만 오프라인 아웃리치는 연 2회 챙기는 방식으로, '참여수당'의 자리를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면 선물로 교환할 수 있는 '쿠폰'으로 메꿔보는 방식으로, 혹시 지원 사례가 늘어나면 감당이 어려울까 고민하면서도 꾸준히 센터 홍보에 나서는 방식으로.

"애들 성향이 다양해요.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고백하거나 지원에 대해 너무 미안해하는 친구도 있고, 반대로 '잘했으니까 뭐 사주세요' 하는 친구도 있고요. 또, 구조화된 상담이 아니라 개별 욕구에 맞춰서 밀착으로 지원하는 콘셉트이니까, 프로세스가 있다기 보다는 산발적으로 진행하고 있죠.

오늘은 '법률지원'을 같이 가는 사람, 내일은 상담사. 매일 요구되는 역할에 대해 하루하루 쳐내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무계획이 계획'입니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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