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에 연예인이 있다면 이들이다

(팝콘뉴스=김진경 기자)[편집자 주: 'MZ팬덤을찾아서'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함께 진화하는 팬덤의 양상을 분석한다. 최근에는 비단 연예인이나 방송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소위 '연반인(연예인 반 일반인 반의 줄임말)'을 대상으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단순히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는 응원 문화가 아닌 콘텐츠의 지형을 톺아보고자 한다.]

누군가의 장점을 발견하고 추앙하고 닮고자 노력하는 행동 습관은 인간 본성에서 우러나온다. 그렇다면 동물은 어떨까? 동물행동연구자들은 동물도 인간과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다른 동물의 행동이나 성격에 감화되고 친근감을 느끼는 본성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 반려인에 대한 공감 능력도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그렇다면 동물에게도 연예인이 존재할까? 물론 인간들처럼 팬미팅이나 굿즈 제작은 못 하겠지만 말이다. 최근에는 동물의 권리와 환경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동물행동교정사와 수의사에 대한 팬덤도 생겨나는 추세다.

▲ (사진=유튜브 채널 '강형욱의 보듬TV') © 팝콘뉴스


#1 강형욱의 보듬TV·보듬자리 대표, 강형욱

동물애호가들에게 아이돌처럼 추앙받으며 팬덤을 이끄는 행동교정사로는 대표적으로 강형욱 트레이너가 있다. 일명 개통령, 개들의 대통령이다 '강아지 강 씨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단순히 웃고 마는 수준이 아니다. 정말 개들의 마음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표정마저 똑같이 모사해 의혹을 품게 만드는 전문가다.

공원 등에서 무료 강연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 지금은 128만 구독자를 보유한 개인 유튜브 채널과 직접 개발한 애견 훈련 용품 판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확장해 활동하고 있다. 이런 성과는 무엇보다 동물행동교육전문가로서 기존의 사람 중심적인 패러다임을 반려견 중심으로 바꾼 철학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보기에 귀찮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강아지를 강압적으로 교육하고 훈육하던 기존 방식에서 사람의 훈육 태도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시정하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KBS2 '개는 훌륭하다' 등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대부분의 반려견 문제행동은 개의 본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훈육을 잘못한 보호자 쪽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특히 강아지들이 불편함을 표현하고 경고하는 행동 방식인 '카밍 시그널'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 반려견 문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강아지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읽고 배려하는 태도도 중요하지만, 도시생태학 관점에서 이웃과의 공생도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사람을 여러 번 문 입질하는 개는 안락사를 해야 한다", "아기와 개를 함께 기를 때는 무조건 아이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등 대부분 애견인이라면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차마 입 밖에 내기 어려운 민감한 문제에도 소신 발언을 하는 것으로 개 물림 사건·사고에 쓴소리를 자처하고 있다.

이 모든 장점 외에 인지도가 폭발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강아지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호자에게 전달하는 전문지식은 다른 전문가들도 기본적으로 갖춘 덕목이다. 강형욱은 이런 전문지식을 전달할 때 엔터테이너로서의 천부적 기질이 발휘돼 카리스마적인 모습과 함께 웃기고 엉뚱한 콩트를 보여준다. 소위 예능인들이 터지길 기대해서 하는 콩트가 아니라 전문지식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강아지의 마음에 빙의해 상황을 연기한다. 이런 독특한 오락성이 대중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 (사진=유튜브 채널 '설채현의 놀로와') © 팝콘뉴스


#2 수의사 겸 동물행동교정사, 설채현

건국대학교 수의학을 졸업한 수의사로 출발해 '그녀의 동물병원'의 병원장이자 구독자 17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설채현의 놀러와'를 운영 중이다. 서울청담씨티칼리지 반려동물계열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다른 동물행동교정사들과 비슷하게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반려동물의 문제행동이나 유기동물 구조 등에 조언을 해주는 전문가로 자주 등장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설채현 동물행동교정사는 다른 트레이너와는 다르게 수의사 겸 행동교정사로 유명해졌다. 동물들의 문제 행동이 건강과 관련된 경우가 많아 수의학적 지식과 행동교정 측면의 전문지식이 합쳐서 좀 더 근본적이고 통찰력 있는 진단을 제시해준다. 최근에는 행동학 수의사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수의사로서의 전문지식과 행동교정사로서의 날카로운 통찰이 평판을 높였지만 공중파와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기견 구조 활동을 꾸준히 주도하고 있고, 장애가 있는 반려견이나 유기되었다가 구조된 후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동물에게 보호자 못지 않게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눈물을 보이는 등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 인간미가 뛰어난 전문가란 인식이 커졌다. 강형욱 지도사가 카리스마와 강렬한 캐릭터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설채현 행동학 수의사는 보다 직접적으로 공감하며 보호자와 함께 울고 웃는 친근한 모습이 민심을 사로잡았다고 볼 수 있다.

▲ (사진=유튜브 채널 '미야옹철의 냥냥펀치') © 팝콘뉴스


#3 자칭·타칭 고양이인간 미야옹철, 김명철 반려묘 행동전문 수의사

강아지의 마음을 읽는 강아지 강 씨 강형욱이 있다면 고양이들에게는 미야옹철 김명철이 있다. 반려견 솔루션에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패러다임을 바꿨다면 고양이 양육에는 EBS '고양이를 부탁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명철 수의사 겸 지도사는 '고양이를 부탁해'를 통해 고양이 솔루션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스스로 팬들이 붙여 준 미야옹철이라는 닉네임이 마음에 들어 유튜브 개인 채널의 이름을 '미야옹철의 냥냥펀치'로 정하고 유명 고양이 유튜버들과의 합동 방송 등 고양이 보호자 커뮤니티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동물행동학을 전반적으로 공부했다고 해도 고양이와 강아지는 습성이 매우 달라 고양이만의 습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전문가 수요에 갈급한 사람이 많았다. 이런 갈증을 풀어주는 전문가 중 대표적인 사람이 수의사 겸 동물행동교정사인 김명철이다. 고양이만의 일견 독특하고 난해한 행동을 섬세하게 분석해주는 가운데 특히 다른 고양이를 한 마리 더 입양해서 새로 식구를 들일 때 기존의 고양이들과의 적응 과정을 단계별로 매뉴얼을 만들어줘 집사들의 신뢰를 크게 얻었다.

'합사' 문제는 많은 다묘 가정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김명철 수의사는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주어 혼자 쉴 수 있게 해주고 공간과 환경을 다양하게 해주는 '환경 풍부화'가 반려묘의 스트레스 지수를 현저히 낮춰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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