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검수완박' 당론으로 채택하고 4월 국회 입법 추진
국민의힘, 직접수사권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국회의장 중재안 수용

▲ 과거 신동엽 씨가 계곡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 씨와 출연한 방송(사진=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신동엽의 러브하우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보험금을 노려 남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은해 씨가 공개수배 18일째인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소재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습니다.

이은해 씨 그리고 그녀의 내연남이자 이번 사건의 공범인 조현수 씨의 검거 소식은 검거 전보다 더 뜨겁게 뉴스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은해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파생되는 뉴스만도 상당합니다.

과거 이은해 씨가 장애가 있는 부모와 함께 출연했던 MBC 예능 '러브하우스'의 고정 MC였던 개그맨 신동엽은 21일 MBC '실화탐사대'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씨 사연을 다루며 "제가 했던 프로그램이라 (이은해 씨가) 기억이 난다"며 "얼굴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러브하우스'가 참 많은 가정과 함께했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집 중에 세 번째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신동엽은 이어 "어린 딸이 너무 대견했다"며 "(장애가 있는) 부모님을 살뜰하게 챙겨서 '어떻게 이런 애가 다 있지?',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애가 벌써 철이 들고 속이 깊을까?' (했던 생각들이) 또렷하게 기억난다"는 말을 하면서 여러 차례 믿을 수 없다는 듯 푸념했습니다. 아마 어른이 된 이은해 씨가 벌인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사건과 자신이 직접 만났던 어린 이은해 씨 간의 괴리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은해 씨는 과거 세 차례 결혼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녀 이름을 검색하면 각기 다른 웨딩드레스를 입은 이 씨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30대 초반인 그녀가 세 차례나 결혼식을 올린 사실을 두고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이 씨가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 이은해 씨와 조건만남(성매매 일종)을 했다고 고백한 한 남성의 제보라든지, 이 씨의 또 다른 전 남편이 국외에서 사망한 사건 등 이 씨 관련 뉴스는 계속해서 파생되고 있습니다.

▲ 계곡 살인 사건에 대해 당시 수사를 지휘한 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시하며 검수완박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사진=안미현 검사 페이스북) © 팝콘뉴스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경찰 수사를 지휘했던 안미현 검사는 피해자 A씨와 A씨 유족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안 검사는 사건 수사 당시 의정부지검 영장 전담검사였지만, 현재는 전주지검 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무능함으로 인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이 묻힐 뻔했다"라며 "경찰의 내사 종결 의견에 대해 (그) 의견대로 내사 종결할 것을 지휘했다. 피해자와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는 심경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통해 안미현 검사는 뜻밖의 단어를 꺼냅니다. 바로 '검수완박'인데요, 안 검사는 사과문 뒤에 "이번 사건은 이른바 '검수완박'과 무관하지 않다"며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추진 중인 '검수완박'에 배치되는 의견을 밝힙니다.

검수완박, 요새 인터넷상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입니다. 검수완박은 대체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요.

▲ (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검수완박

검수완박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줄인 말입니다. 얼핏 고사성어나 사자성어 같아 보일 수 있지만, 검수완박은 그저 줄임말을 좋아하는 현대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조어일 뿐입니다.

검수완박이 가진 의미는 이렇습니다.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의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다른 기관으로 옮기고 검찰에는 기소권만 남기자.'

수사는 경찰이 하고, 기소만 검찰 담당으로 두게 하자는 것이지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중에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을 지지하고, 검찰 개혁에 동의하는 많은 국민도 검수완박 입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권 모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검수완박이라는 말이 나오게 됐을까요?

검수완박을 외치는 쪽에서는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물고 늘어진다 싶은 정도로 수사를 벌이는 것에 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들의 주장에는 많은 선진국에서 검찰이 기소권만을 가진 사실도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그럼 범죄 수사는 누가 하느냐? 경찰이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가진 것을 뺏기는 일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특정 집단의 고유 권한을 강제로 박탈당하는 일은 그 집단의 자존심 이상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당연히 검찰에서는 검수완박 입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검수완박 입법 소식에 대검찰청은 '검수완박 저지'를 공식화하며 나서기도 했습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56)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계곡 살인' 사건 등 중요한 사건들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김 지검장은 이은해 씨 사건을 가리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이 있었기에 (재수사가) 가능했다"며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못하면 검찰이 그런 사건들을 발굴할 가능성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경찰에서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그대로 재판이 이뤄지고 그렇게 되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인 거죠.

김 지검장은 또 "과거 국정농단 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같은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지 않으면 누가 할 것이라고 하는 대안도 나와 있지 않다. 결국은 중대범죄에 대한 대응 자체가 무력해지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검사들도 대형 경제범죄 사건은 직접 수사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찬성하지만, 과거 몇 가지 무리한 수사 때문에 검찰 수사 기능 전체를 박탈하는 것은 소위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유하면서도 "저희가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 이런 법안이 추진되는 것이다. 죄송하다. 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여 최선의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오늘(22일) 국민의힘 측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검수완박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끕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늘 오전 국회에서의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의장 중재안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벌인 결과 우리 당은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는데요, 그는 기자들에게 '의장 중재안은 사실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서너 차례 회동해 합의한 안'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권 의원에 따르면 오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은 각자 의원총회를 열고, 의장 주재하에 합의문을 발표한 뒤 형사소송법과 경찰청법은 조금 수정을 거쳐 다음 주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합니다.

앞서 박 의장은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직접수사권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등 총 8개 항으로 구성된 '검수완박 입법 중재안'을 여야 원내 지도부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권 의원은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은 직접수사권 뿐 아니라 보충 수사권까지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었지만, 중재안은 보완수사권과 2차 수사권은 그대로 유지하고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 중에서도 부정부패와 대형 중대범죄 2개에 대한 수사권은 검찰이 갖는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팝콘뉴스]

키워드

#들리는 뉴스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