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는 법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얼마 전 햄버거를 사러 패스트푸드점에 갔을 때, 키오스크(무인 주문 단말기) 앞에서 쩔쩔매는 할아버지를 도와드린 적이 있다. 할아버지는 "아들 집에 가는데 손자가 햄버거를 사 오라고 해서 왔는데... 여기서 주문하라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라며 떠듬떠듬 말을 이으시다 울상을 지으셨다. 손님이 많은 시간대라 아르바이트 학생들은 할아버지에게 키오스크에서 주문하셔야 한다는 말만 던진 모양이다.

요즘 패스트푸드점들은 대부분 키오스크 전용인 경우가 많다. 프랜차이즈 카페도 키오스크로만 주문이 가능한 곳이 많다. 나도 키오스크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 앞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주문했던 기억이 났다. 다행히 할아버지가 카드를 가지고 계셔서 주문을 도와드릴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는 말을 되뇌셨는데 그 표정에서 깊은 회의가 느껴졌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너무나도 많은 변화의 물결이 넘쳐나니 노인들의 경우 변화한 것들에 대해 어디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야 하나 막막한 생각이 드는 건 당연지사인 것 같다. 그래서 평생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분명해진 시대임에 동의한다.

나는 교육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자니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상 변화에 더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나 자신도 변화에 뒤처지는 것이 두렵고,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 같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시대에 맞는 교육을 하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화, 예술,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거세게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에 정면승부를 걸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학교에도 변화의 파도가 시시각각 넘실댄다. 사회 변화는 학교에, 그리고 교육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며 간절한 기대의 눈길을 보낸다. 특히, 교육은 변화의 중심에서 세상을 지탱하고 움직여 나가는 중요한 축임으로, 변화와 혁신의 주체로서 더욱더 새로운 것을 요구받는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들에게 기존의 교육방식이나 교육의 잣대로 가르칠 수가 없다. 아이들을 변화하는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고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 사회인으로, 경제인으로 번듯하게 서게 하려면 변화의 물결을 자유롭게 타고 적응하며 그 안에서 또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내는 인재로 키워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교육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나는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학교에서 라이프 스킬(Life skills)을 글쓰기 교육과 연결해 창의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프 스킬은 우리말로 삶의 기술, 혹은 생활 기술이라고 번역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는 라이프 스킬을 '일상생활의 요구와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적응력과 긍정적 행동을 하기 위한 능력'으로 정의했다.

라이프 스킬의 핵심 요소는 ▲자기 인식 ▲공감 ▲대인관계 기술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 ▲창조적 사고 ▲의사결정 ▲문제해결 ▲스트레스 대처 ▲감정 대처 능력 10가지이다. 결국 라이프 스킬 교육은 위험을 감수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지식을 갖춰 의사소통, 자기주장, 문제해결, 학대와 착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창의적 사고 등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가 추구하는 라이프 스킬 교육의 바탕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술 교육이다. 그렇다면 이미 전 세계는 라이프 스킬 교육에 목표를 두고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같은 나라들은 이미 라이프 스킬 교육의 일환으로 기업가 정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청소년 기업가 정신 교육'을 국가적 정책 어젠다(의제)로 정해 추진하고 있다. 유럽 연합(EU)도 '청소년 기업가 정신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몇년 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함께 지원하는 '비즈쿨'이 학교에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비즈쿨이란 '비즈니스(Business)'와 '스쿨(School)'을 합쳐놓은 말이다. 비즈쿨은 열정, 도전정신 등을 갖춘 융합형 창의인재 양성을 위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모의 창업' 등을 활용한 기업가 정신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용어 때문에 기업가 정신 교육이 학생들을 전부 사업가로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기업가 정신 교육의 목표는 '청소년 창업'의 독려보다 기업가적 마인드세트(entrepreneurial mind-set), 즉 라이프 스킬을 함양하는 데 있다. 독립적이고 경쟁력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전정신, 창의성, 추진력, 독립심, 문제해결 능력, 사업지식 등을 기르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 '지금 배우고 있는 이 지식을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쓸모있는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느냐고. 부모와 가르치는 모든 사람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아이들 스스로 라이프 스킬을 고민하게 하고 있는가?', '아이들이 스스로 미래를 창조할 힘을 길러 주는 교육을 하고 있는가?'라고.[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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