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병원에 '정책수가' 배정하는 방식으로 '공공의료 강화' 불가능해"

▲ 5일 진행된 두 번째 '새정부 정책 제안 연속토론회'에서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이 발제하고 있다(사진=참여연대 유튜브 캡처)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민간의료기관에 공공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윤석열 차기 정부의 계획이 코로나19 장기화로 드러난 공공의료의 역할과 인프라 부족을 무시하는 처사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보건의료단체연합, 빈곤사회연대, 참여연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등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새 정부 정책 제안 연속토론회'를 열고 윤석열 차기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논의했다.

이날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국립중앙의료원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기관이 회복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4년 7개월 정도다. 새 정부와 그 기간을 같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공공의료기관의 회복에 전폭적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토사구팽'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공공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대응체계를 꾸려왔다. 이에 따라, 국내 전체 의료기관(3924곳) 중 5.71%(224곳)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일선에서 대응해왔다.2021년 1월부터 10월까지 공공의료기관이 감당한 환자 수는 전체 환자 중 66.5%로 집계됐다.

다만, 중증환자의 경우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민간의료기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경우가 전체 대비 59.4%로, 공공기관의 중증환자 수보다 많았다.

이에 따라, 공공의료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가 모이는 상황이지만, 차기 정부에서 '민간중심의 공공의료'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지역 국립대병원과 (민간)상급종합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해 지역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소장은 "민간의료기관의 응급실, 음압병상 설치 비용은 자본 비용이다. 민간의료기관의 자본비용을 공적자산으로 보상해서 만들게 해주겠다는 것이 (공공의료 강화로서) 말이 되려면, 병원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 국가가 개입해서 국가 주도 지배구조로 바꾸면, 자본비용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할 수 있겠다. 이때는 '공공의료'라고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소한 갖춰야 할 의료인력도 못 갖추면서 건강보험 재정으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그런 의료기관이 존재해야 하나? 과감하게 퇴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공약집에서 드러난 '민간 종합병원의 분원설치'와 '공공병원 위탁 운영 확대' 역시 이미 이전에 시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한 사례가 있는데, 충분히 주목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대목동병원이 위탁 운영했던 서울시립서남병원, 카톨릭의대에서 위탁 운영한 양평국립교통재활병원 등은 지역주민이 필요한 필수진료과 등을 개설하지 않거나 인력충원에 나서지 않으면서 위탁이 취소되거나 국립대병원에서 위탁 운영하는 등을 겪은 바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드러난 인력 부족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하지만, 마땅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약집에 따르면, 차기 정부는 일반 병원 입원 환자 간병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로 '맞춤 간병'에 나서겠다고 공언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간호인력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의료현장에는 '병상당 간호인력 기준'이 없다. 이에 따라, 민간 의료현장의 경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신청하고, 간호인력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불받으면서도, 간병수고가 덜한 병상으로 간호인력을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강경화 한림대 간호대학 교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간호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방법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가족돌봄자 지원 확대' 역시 문제로 제기된다. '지역돌봄', '커뮤니티케어', '사회서비스원' 등 기존 정부가 '돌봄'의 역할을 가족에서 사회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돌봄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윤석열 차기 정부의 경우 공약집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없는 가족돌봄자의 혜택 강화와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는 가족돌봄자에 일반 요양보호사와 동일한 수가인정 등을 언급하고 있다. 현행 복지체계는 가족돌봄을 지양하기 위해 가족돌봄에 대해 제약을 걸고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차기 정부는) '비노동 인구'에 대한 복지가 아니라 '워크페어(Workfare, 생산복지)'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복지'는 당당한 경제활동 주체로 재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결국 재생산 과정에 포함하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를 상정하게 된다"며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라고 불리는 워크페어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보건의료 부문에서 중요한 노인, 장애인, 취약계층, 정신질환자는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내 2019년 대비 2020년 내원일수는 1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간 연평균 증가율이 1.88%였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동시에의료급여 적용인구는 2020년 되려 증가했다.

김준현 소장은 "의료급여는 적용인구 증가했는데, 내원일수는 줄었다. 의료 접근성 제약이 건강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사회경제적 구조 어려운 상황 포괄적 고려해서 지금 시점에서 제대로 점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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