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심리와 잔혹범죄 신비화에 저항하는 사람들

(팝콘뉴스=김진경 기자)[편집자 주: 'MZ팬덤을찾아서'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함께 진화하는 팬덤의 양상을 분석한다. 최근에는 비단 연예인이나 방송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소위 '연반인(연예인 반 일반인 반의 줄임말)'을 대상으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단순히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는 응원 문화가 아닌 콘텐츠의 지형을 톺아보고자 한다.]

범죄심리 전문가에 대한 찬사와 존경이 일반적인 감수성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반면에 흉악범에 대한 과학적 심리적 분석이 대중화되면서 범죄자를 신비화하는 콘텐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잔혹범죄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감수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며 신비하고 천재적인 범죄자 보다는 악한 마음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애환과 뛰어난 실력에 집중하는 콘텐츠가 유행이다.

지난 3월 2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안싸우면 다행이다'에는 프로파일러로 유명한 권일용 전 경감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이 안정환 등과 같은 방송인과 함께 출연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프로파일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인지도가 야영과 일상생활을 들여다보고 싶을 만큼 진화했다. 팬덤화가 진행된 대표적인 프로파일러 출신 방송인으로는 어떤 이들이 있을까.

▲ (사진=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 팝콘뉴스


# 대중성과 권위의 균형으로 지속가능한 방송 활동,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표창원 프로파일러는 이수정 교수, 박지선 교수 등과 함께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단골 출연으로 유명한 범죄심리 전문가로 인지도를 크게 넓혔다. 1세대 프로파일러로서 경찰대를 졸업하고 영국에서 경찰학을 공부한 뒤 현역에서 다수의 유명한 범죄 사건에서 활약해 명망이 높다. 이런 권위를 바탕으로 경찰 일선에서 은퇴한 뒤에는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패널이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방송연예대상 라디오 신인상을 받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0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정치인으로 활동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자신이 직접 설립한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에서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중들을 상대로 한 인지도와 권위를 둘 다 갖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지난해 12월에는 KBS Joy 예능프로그램 '국민영수증'에 출연해 김숙, 송은이 등 예능인 패널들과도 가벼운 농담을 부담 없이 나누고, 지난 3월에 출연한 '안싸우면 다행이야'에서는 운동선수 출신인 패널 안정환, 현주엽 등과 형님 동생 호칭이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는 등 방송인의 노련함을 갖추고 있다.

오락성 보다는 사회성이 높은 프로그램에도 자주 참여해 범죄심리 전문가로서 날카롭고 진지한 면모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 대중의 지지를 최근까지 얻고 있는 건 이런 전문성과 오락성의 균형감과 함께 꾸준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 팝콘뉴스


# 연륜과 인간미의 아이콘, 권일용 범죄심리 전문가

권일용 프로파일러도 표창원과 같이 1세대 프로파일러로서 경찰 생활에서 은퇴 후 현재는 드라마의 범죄 사건 자문으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방영해 큰 호응을 얻은 실화 바탕의 범죄드라마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주인공의 실제 모델로 유명하다. 드라마에 출연한 주연들에게 사건 당시의 심경이나 범죄자를 프로파일링 하는 방법 등 자문으로 활약했다.

표창원 소장이 엘리트적이고 이지적인 이미지 모습으로 소비되는 것과는 달리 권일용 전 경감은 푸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외모와 무뚝뚝하지만, 정감 있고 일상적인 모습이 인간적인 호감을 많이 얻고 있는 게 특징이다. 한편 표창원 소장과는 동갑 친구이자 경찰 동료로 서로 '창원아', '일용아'라고 부르는 사이라고 한다.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은퇴 후 심경을 전하며 호감을 폭넓게 얻기 시작해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박지선 교수, 표창원 소장과 동반 출연하는 등 인지도를 지속해서 높여가고 있다. 1세대 프로파일러로서 다양한 일화와 사회문제에 밀접한 관계가 있어 앞으로도 방송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인다.

▲ (사진=유튜브 채널 '[팟빵] 크라임') © 팝콘뉴스


# 예능인보다 웃기는 아웃사이더, 배상훈 프로파일러

배상훈 프로파일러 또한 표창원, 권일용 등과 함께 1세대 프로파일러로 꼽힌다. 다른 1세대 프로파일러들과 같이 범죄심리 전문가로서 각종 시사프로그램에서 범죄 사건 자문 패널로 활동하며 대중을 상대로 인지도를 높였다. 경찰학이나 심리학이 아닌 사회학을 전공한 이색적인 출신 성분을 갖고 있다. 주류 비평과는 다른 자신만의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아서 비주류 학자로서의 명망이 높다. 소위 재야 학자 같은 역할을 맡으면서 공중파보다는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1사라'에서는 잡다한 사생활 관련 사연을 받아서 날카롭고 유머러스한 비평으로 허안나, 이국주, 이은형 등 코미디언 출신 예능인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고 팟캐스트 팟빵 '프로파일러 배상훈의 크라임(CRIME)'에서는 최근 첨예하게 논란이 되는 사건을 다루며 전문가로서 깊이 있는 분석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 팝콘뉴스


# 범죄자를 경멸하는 독설의 아이콘, 박지선 교수

박지선 교수는 미국에서 형사행정학을 공부하고 현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으로, 표창원 소장과 같이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범죄자 심리 분석 패널로 자주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다른 유명 프로파일러들과 함께 '라디오스타', '안싸우면 다행이야' 같은 예능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해 냉철한 전문가적 모습뿐만 아니라 베이킹 취미로 스트레스를 풀고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범죄심리 분석 장면에서 항상 노골적으로 경멸에 찬 표정을 짓는 '밈' 또는 '짤방'으로 유명하다. 심리전문가 대부분이 사적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분석을 진행하는 것과는 달리 감정이 얼굴 전면에 드러나도록 하는 과감함이 대리만족을 선사해 큰 인기를 얻었다.

프로파일러의 연예인화 팬덤화는 1990년대부터 시작된 잔혹범죄와 연쇄살인범에 대한 우상화 팬덤화에 반대되는 방향이다. 범죄심리를 예술적이고 존재론적인 감수성으로 신비화하던 문화에서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해체하는 문화로 변화하는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더 이상 범죄자는 천재적인 지능과 지략을 가진 유명인이 아니라 범죄심리 전문가에게 정신이 해부되는 대상에 지나지 않은 존재다. 프로파일러는 범죄자의 안티테제로서 계속 진화할 수 있을까. 단순히 셀럽이 아니라 건강하게 견제할 수 있는 직업군으로 만들어 가는 건 대중들의 몫이 크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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