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수법과 장소 등 증거 수집 위해 피의자와 1개월 넘게 연락하며 신뢰 형성
"아무도 나서지 않아 내가 할 수밖에 없었다…그 가족들 나를 범인으로 몰아"

▲ 포항의 한 동네 폐양식장에서 구조되고 있는 길고양이(사진=동물권행동단체 카라)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보고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참담한 동물학대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에는 경북 포항에서다.

살아있는 고양이를 포획 틀에 가둬 토치로 불을 붙이는 끔찍한 사건이 터진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지난 22일 길고양이 여러 마리를 잔인한 수법으로 살해한 29세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검거 당일 피의자 신분 조사 및 1차 조사를 받은 A씨는 당일 귀가 조처 받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검거 하루 전날이던 지난 21일, 한 동물보호단체의 활동가들은 A씨가 범행을 벌인 폐양식장에 잠입, 길고양이 사체 및 장기 등 학대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물들을 수집한 뒤 경찰에 이를 신고했다.

현재 이 사건은 SNS상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고양이 반려인 및 캣맘 등 애묘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다. 학대범이 저지른 잔혹한 범행 사진과 영상은 계속해서 리그램(재공유)되며 퍼져나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죽은 고양이의 배 속에서 장기를 꺼내 자랑하듯 펼쳐놓은 사진부터 임신한 어미 고양이와 배 속에서 꺼낸 태아 사체 그리고 고양이의 가죽을 통째로 벗겨낸 사진들은 그간 보았던 그 어떠한 학대 사건보다 잔인하기 때문이다.

▲ 포항 길고양이 학대사건 관련 청원 글. 24일 현재 8만 명 넘는 국민이 동의했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 팝콘뉴스


이 사건은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가 있다. 24일 오후 3시 기준 8만 2천여 명이 동의 서명했다.

경찰 수사가 개시된 날, 청원 당사자 B씨는 "폐양식장에서 취미로 고양이 해부를 즐기던 학대범을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B씨는 포항 사건 최초의 경찰 신고자이자 이 사건을 SNS에 처음 알린 당사자다.

B씨는 "(지난) 2월 13일 포항 호미곶 깊이 3~4m에 이르는 폐양식장에서 몽구스 포획을 시작으로 검거되기 전인 3월 13일까지 포획 틀 여러 개를 이용해 수십 마리 고양이를 포획한 후 엽기적이고 잔혹하게 살해한 학대범 OOO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살해 현장으로 전락한 폐양식장은 사람조차 사다리 같은 장치 없이는 스스로 빠져나오기 힘든 구조로 돼 있다.

피의자 A씨는 이곳에서 길고양이 50여 마리를 수용할 계획을 하고 있었으며, 그동안 커터 칼과 가위, 밧줄, 해외에서 반입한 약품 등으로 여러 마리 고양이를 살해하고 해체했다. 한 동물권 단체가 사건을 신고받고 현장을 찾았던 날에는 현장에서 냄비와 버너가 발견되기도 했다.

청원인은 "이번에 A가 잡히지 않았다면 그의 말대로 인적이 드문 그 폐양식장은 50마리 이상 수용할 수 있는 A의 천국임과 동시에 길고양이들의 지옥이 됐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다녀간 날 A는 '기분이 오늘만큼 더러울 때가 없다'라고 했고, '호주에서 마음대로 하고 살겠다. 이민을 가겠다'고도 했다"라며 "호주에서는 토끼, 고양이 사냥이 가능하다는 증빙의 링크를 보내기도 했다"라고 A씨의 범행을 막아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청원인은 또 피의자가 고양이에 대한 집착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리며 피의자 스스로 SNS 계정을 통해 개인 (동물)보호소나 고양이 무료 분양 사이트 등을 주시하고 있음을 청원인에게 알렸던 사실을 밝혔다. 그는 "최근 A는 한 개인 보호소에서 고양이를 입양했다"며 "까다로운 입양 절차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며 포획 틀 소유에 관한 규정이 생겼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B씨는 "이러한 잔혹한 (동물)학대를 멈출 방법은 동물보호법을 강화하고 학대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뿐"이라며 "동물의 지위는 재산이 아닌 생명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다음은 사람이다"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아래는 팝콘뉴스 박윤미 기자가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B씨와 23일 밤 11시경 직접 나눈 대화다.

▲ 길고양이 학대범 A씨와 제보자 B씨가 주고받은 메시지들.(사진=제보자 제공) © 팝콘뉴스


팝. A를 어떻게 알게 됐나.

B.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2월부터 디씨인사이드를 보고 있었다. 심각했다. 그래서 파고들다가 A에게는 3월부터 접근했다.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자랑하듯 자기 한 일(학대, 살해)을 보여주더라.

팝. 왜 직접 이 일에 관여했나.

B. 한 동물단체 대표에게 전달했더니 "A가 '죽은 사체 가지고 했다'고 할 확률은?"이라고 하더라. 그 말 들으니 아무래도 도움받을 수 없겠다 싶었다. 다른 단체도 두드렸지만, 곧바로 나서겠다는 곳은 없었다.

팝. A가 한 범행이 너무 잔혹하다.

B. 이미 죽은 고양이들을 제외하고 3월 13일부터 경찰에 검거되기 전까지 어미 고양이와 배 속에 있던 새끼 2마리까지 총 8마리를 죽였다.

팝. 경찰에 검거된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았나.

B. A의 어머니께서 전화를 달라고 하셔서 전화했다. 솔직히 어머니는 피의자의 가족일 뿐 직접적인 잘못은 없다는 생각으로 보호해 드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어머니 말로는 자기 아들은 착하고, 동물을 좋아하고 자기는 몰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통화하다 보니 집에 통 덫이 여러 개 있다는 걸 알고 계시더라. 분명 아들이 벌이는 일들을 인지하고 있었다.

두 번째 통화할 때는 오열하셨다. 세 번째는 자살할 거라면서 '우리 가족이 잘못되면 너(B씨)와 동물단체 때문'이라고 (협박)했다. 그러더니 가족 중에 변호사가 있고 경찰 인맥도 있다는 둥 태도가 돌변하기도 했다. 황당한 건 갑자기 우리 아들이 저러는 거(학대) 알면서 왜 말리지 않았느냐고 나를 탓하는 것이었다. 우리 아들은 너를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말도 하시고.

A 역시 (경찰 조사) 이후로도 DM을 보내왔다. 경찰 조사받으면서 기분 더럽다고 했다. 내게 왜 유도 신문하냐며 따지기도 했다. 더 이상 문제 일으키지 말라는 경고도 하더라.

팝. 별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성격인가.

B. 왜 안 무섭겠나. A가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오면 또 누가 죽었겠구나 싶어서 덜덜 떨린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팝. A와 연락하면서 A가 어떤 사람이라고 느껴졌나.

B. A의 어머니가 내게 그랬다. A는 뭐 하나에 빠지면 몰두하는 타입이라고. 그게 고양이가 된 것이다. A가 고양이를 학대하기 시작한 것은 한 할아버지가 고양이를 주면서다. 야생성이 있는 고양이의 숨을 죽여야 한다며 짤순이(탈수기)에 넣고 돌렸다고 한다.

팝. A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나.

B. 아니, 그렇지 않을 것 같다.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 길고양이 학대범 A씨와 제보자 B씨가 주고받은 메시지들. A씨는 점차 학대 수위를 높이고 이를 자랑하듯 B씨에게 보여줬다.(사진=제보자 제공) © 팝콘뉴스


팝. A와 연락하는 동안 많은 고양이가 죽었다. 이 부분을 원망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B. A에게 (반드시) 자백받아야 했다. 삼색이 어미 고양이 배 가른 사진을 보면 내장이 많이 나와 있다. 동그라미 쳐서 '이것은 내장인가요 새끼인가요' 하고 (궁금하다는 듯) 물어봤다. A가 '새끼'라고 짧게 답했다. 내가 또 새끼는 '빨개야 하지 않나요' 하고 물었다. 엉뚱하게 '노무현'이라는 답장을 주길래 장단을 맞춰주었다.

팝. A의 특이점이 또 있나.

B.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보내오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누군가의 얼굴 사진이나 명함 같은 것들. SNS로 동물 보호소 같은 계정을 찍어서 보내기도 하고 야한 동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A의 어머니가 충격받으실까 싶어 이런 부분을 말하지 않았다.

한번은 사다리에 매달아 토막 낸 고양이 사진을 보냈고, 새끼로 추정되는 것들을 소분한 사진과 가스 불을 켠 사진을 보내왔다. 그래서 새끼(고양이)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나비탕 너 반월당 오면 준다'고 했다. 실제로 끓여서 먹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팝. 두렵지 않나.

B. 누군가 동물학대 영상을 끝까지 봐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때 그 영상을 본 후 본 것과 안 본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나 역시 동물학대 사진이나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더는 일어나서는 안 되니까. 범인을 잡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후폭풍 두렵지 않다. 특히 A는 두렵지 않다. 차라리 연락하고 지내고 싶다. A의 엄마에게도 말했다. A가 다음에 또 같은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내가 도와주고 싶다고.

팝. 하고 싶은 말이 있나.

B. 누구나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아무도 못 잡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내가 나섰다. 우리나라 언론은 관심이 없어 해외에 도와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긍정적인 답은 얻지 못했다.

A의 어머니는 계속해서 나를 교사범 혹은 단독범이나 공범으로 몰고 가려는 것 같은데 나는 경찰에 신고하면서 A와 연락했다. 이미 증거를 모은 상태에서 움직였다.

이 일이 모두 마무리되면 아무래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 너무나 잔인한 사진과 영상을 많이 봐 그런지 고양이들의 자지러지는 환청이 자주 들린다.

부디 동물을 사랑하는 모두가 움직여 주길 바란다. 이제 더는 혼자서는 안 된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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