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평등법 노력 '약속'했지만, 시기 늦고 모호
국민의힘에는 "갈라치기 정치 실패 인정" 요구

▲ 23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평등법(차별금지법) 입법 공론화를 위해 공청회와 당내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요구안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전달됐다.

23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히 임시국회를 소집해 법 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원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차별금지법을 약속했다는 이야기가 나와 반갑고 고마웠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다. 왜 '이제'고 왜 '약속'이냐. 제정은 어렵지 않다. 임시국회를 소집해서 통과하면 된다. 그런데, 여전히 '약속'의 형태다. 여전히 정치적인, 전술적인 판단에서 차별금지법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국회 회부된 법안으로, 국회법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제정 심사가 마무리됐어야 하지만, 시한을 앞두고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 심사를 2024년 5월까지 연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의 없이 국회 계류돼 있다. 2024년은 5월은 21대 국회가 회기를 마친 이후다.

장서연 공익인권재단 공감 변호사는 "국회 의석 172석을 가진 다수당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무엇을 했나. 차별금지법 제정 심사 연기를 결정할 때 반대하는 의원이 한 사람도 없지 않았냐"며 "공청회와 당내 토론회를 거치겠다고, 사회적 합의라는 명목으로 또 제정을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나중'은 없다"고 말했다.

전진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역시 "재난 시기가 아니더라도 일상적 차별이 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공중보건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인정받는 명제다. 차별은 인권 문제이면서 건강 문제"라며 제정 '노력'이 아닌 '제정'을 촉구했다.

이번 대선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서연 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혐오를 선동하는 정치를 막아내야 한다는 열망으로 시민들이 표를 몰아준 것을 (민주당도) 알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동성애 반대 종교인에게 스피커를 쥐여줄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사회적 합의'를 위한 당 차원의 차별금지법 토론회를 열었지만, '반대' 패널로 차별금지법의 '성적지향' 항목을 문제 삼는 발언자를 대거 초청해 제정 의지가 의심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기용 다양성을향한지속가능한움직임 다움 운영위원 역시 "차별금지법이 구체적인 성소수자 상황과 대응하지 않는데도, (성소수자에게) 사안이 응급해진 이유는, 정치가 소수자들을 지금 응답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로 대우하고 언급하는 것을 본 까닭"이라며"지난 대선에서는 이대남, 이대녀가 '청년'으로 소환됐다. 하지만, 지방 사는 청년들, 장애가 있는 청년들 등 그냥 '퉁 치고' 지나갈 수 없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청년'"이라고 다양한 '소수자성'을 지우지 말 것을 촉구했다.

▲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 © 팝콘뉴스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도 '역대 최저 표 차 예선'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50%의 지지율도 받지 못했다"라며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찬성 여론이 월등히 높았다는 점도 기억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심지 무지개행동 활동가 역시 이종걸 활동가가 대독한 발언문을 통해 "철 지난 발언이지만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의) '솔직한 정치'를 하겠다는 발언만큼 작금 정치를 잘 보여주는 말이 없겠다. 바야흐로 남성, 이성애자, 비장애인의 '솔직한 정치'의 시대"라며"날것 그대로 혐오 편승하는 구태정치는 그만두고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고 국민 눈치를 봐야 한다. 이준석 당 대표 식의 '갈라치기' 정치는 실패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윤 당선인은 성인지 예산을 축소하겠다는데, 성인지 예산에는 장애인 권리 관련 예산도 포함돼 있다. 뭐든 '성평등'만 들어가면 반대하는 격"이라며 "장애인은 장애 노동자, 장애 청소년, 장애가 있는 성소수자 등 다양한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 더 이상 시민들을 갈라치기하고 차별하지 말라"고 지적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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