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빵은 없는데 빵 찾는 손님만 줄줄이...우리도 공급 일정 모른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MZ세대 그리고 MZ세대가 아닌 세대들의 일과 놀이 등 '세대문화'를 비교·탐색합니다. 부디 서로의 '다름'이 '신기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남다른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신비한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 목포의 한 편의점 출입문에 붙은 '포켓몬 빵' 품절 안내문(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포켓몬 빵의 귀환?

SPC삼립의 ‘포켓몬 빵’이 재출시 보름여 만에 350만 개 이상 팔렸다는 소식이다. 대체 얼마나 맛있는 빵이기에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가게 주인에게 선결제와 예약을 조르고, 오픈런을 하면서까지 "제발 빵 좀 팔아달라"고 애원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나는 것일까.

포켓몬 빵의 인기는 자가격리로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확진자들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은 어떤 SNS에 접속해도 포켓몬 빵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이기 때문. 누군가는 모으고 있는 씰 자랑을, 누군가는 빵 찾아 삼만리 행진에 나선 것을 무용담처럼 적어 올리고 있다.

포켓몬 빵은 지난 1998년 출시와 함께 지금의 MZ세대들로부터 한창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유행이 시들해지고 자연스레 생산이 중단되면서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이 빵 '포켓몬 빵'이 지난 2월 23일 재출시됐다.

사실 포켓몬 빵은 빵 자체보다는 빵과 함께 들어있는 만화 '포켓몬스터'의 캐릭터 스티커 즉, '띠부띠부 씰'로 유명하다.

포켓몬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워낙 많기도 하고, 그 캐릭터들이 2단계 혹은 3단계까지 진화하는 까닭에 빵 안에 어떤 캐릭터의 띠부띠부 씰이 들어있을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 띠부띠뿌 씰(이하 씰)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의 심리는 결국 모든 씰을 전부 소장하는 것. '컬렉션'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 때문에 빵이 재출시됨과 동시에 원하는 캐릭터를 갖기 위해 편의점과 마트를 찾아 사지도 않을 빵을 꼬집고 주물럭거리는 이기적인 손님 목격담이 온라인 이곳저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근래 많은 슈퍼마켓과 편의점이 "빵을 만지지 말아 달라"는 당부성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는 포켓몬 빵을 취급하는 한 편의점의 점주가 "포켓몬 빵 안에 들어있는 띠부띠부 씰은 보이지 않는다"며 "운에 맡겨라"는 호소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 재출시된 포켓몬 빵(사진=SPC삼립) © 팝콘뉴스


이 같은 사태를 예견한 것인지, SPC삼립에서는 이번 띠부띠부 씰에 포장지를 씌웠다. 촉감으로 (캐릭터를) 유추하거나 봉지 틈새로 확인하는 일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아지면서 그야말로 '씰 찾아 빵 셔틀'을 돌아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요즘 일반 마트와 편의점 등 포켓몬 빵을 취급하는 곳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명 이상의 고객에게 "포켓몬 빵 품절됐다"는 안내를 하고 있다.

전남 목포에 있는 한 편의점주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누나 등등 온 가족이 포켓몬 빵을 찾으러 다니는 기현상을 보고 있는 요즘"이라며 "(코로나19로) 어지러운 시국에 빵은 없는데 빵 찾는 사람들만 많이 온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편의점 출입구에 "저희도 힘들어요. 언제 들어올지 잘 몰라요. 예약 안 돼요. 선결제 안 받아요. 포켓몬 빵은 없고 파이리 닮은 사장만 있어요"라는 유머 섞인 안내문을 달아두기도 했다.

▲ 목포의 한 편의점 출입문에 붙은 '포켓몬 빵' 품절 안내문(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또 품귀현상 마케팅?

우리는 포켓몬 빵 이전에도 '허니버터칩 대란'을 겪은 바 있다. 먹어보면 특별한 것 없는 이 과자는 한때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학교 다니는 학생들은 '먹어본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나눠가며 이를 부모의 능력으로까지 치부하기도 했다. 자식에게 뭐든 다 해주고픈 부모들은 마트와 편의점에 전화를 걸어 재고를 문의할 정도였다.

현재 포켓몬 빵의 인기도 허니버터칩과 다를 바 없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것을 다른 이들보다 빨리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 결국에는 본질인 물건이 아니라 '가져야겠다'라는 집착 때문에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온라인상에 자랑처럼 쏟아내는 포켓몬 빵 수집 게시물들도 이러한 품귀현상을 부추기는 원인이 아닐 수 없다.

한 맘카페 회원은 그동안 모은 씰을 모아둔 앨범 형식의 스크랩북을 공개하며 부러움을 사기도 했는데, 이 스크랩북마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장안의 화제인 포켓몬 빵은 다름 아닌 20~30대 MZ세대들에게 주로 팔려나가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 등도 시류에 합류했지만, 누가 뭐래도 포켓몬 빵의 주요 소비층은 만화 '포켓몬스터'를 시청하며 자란 MZ세대다.

부모를 졸라 포켓몬 빵을 얻어내야 했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경제권을 가지게 된 이들에게 포켓몬 빵은 동심이자 추억, 타임머신일까.

▲ 포켓몬 빵 구매 인증한 가수 겸 배우 방민아(사진=방민아 인스타그램) © 팝콘뉴스


김포에 사는 김OO 씨(39·여)는 매일 하루 한 번 이상 포켓몬 빵을 구하기 위해 일터 근처 편의점을 돌고 있다. 김 씨는 재미로 빵을 샀는데 연속 세 번 제일 인기 많은 캐릭터를 갖게 되면서 수집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스타벅스에서 레디백 행사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중고 물품 거래하는 당근 앱과 번개장터에도 씰을 검색해 봤다.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슈퍼에서 파는 포켓몬 빵은 개당 1500원 수준. 그러나 중고 앱에서는 3~5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청소년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유명 연예인들도 이 포켓몬 수집 대란에 합류하면서 포켓몬 빵의 열기를 더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자가격리 중이던 브레이브걸스 멤버 민영은 인스타그램에 "포켓몬 빵 좀 사다 주실 분 급구"라는 글을 올렸는데, "연예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며 그녀의 순수함을 치켜세우는 이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조공을 요구하는 행위"라며 손가락질받기도 했다.

이처럼 포켓몬 빵이 거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추억의 빵들이 소환되고 있다. 이를테면 개그맨 김국진이 한창 인기를 끌 당시 출시됐던 '국찐이 빵'이라든가 90년대 걸그룹 핑클의 이름을 사용한 '핑클빵' 등.

마곡에 사는 B씨는 올해 43세(남). 초등학교 3학년생인 아들과 함께 포켓몬 씰을 모으고 있다. 아들과 카톡으로 각자 찾은 캐릭터를 공유하기도 하고, 퇴근 후 같이 동네 마트를 한 바퀴 돌기도 하는데 매번 실망하는 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자신 또한 허탈한 기분이 든다고.

B씨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아들의 이러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문득 내가 지금보다 어릴 때 좋아했던 것들이 당시 어른들에게는 어떻게 비췄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남 시선 상관없이 아들과 얘기 나눌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가 생긴 것만으로도 즐거울 따름"이라고 말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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