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는 나이·만 나이·연 나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나이 혼란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유세 기간 중 40개의 '심쿵약속'(윤 후보가 40일간 매일 내놓은 생활밀착형 공약시리즈)과 '59초 쇼츠'(짧은 동영상) 공약 29개를 발표했다. 새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진 지금 국민의힘이 내걸었던 이 공약들이 얼마나 지켜질지가 전 국민의 최대 관심사일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내걸었던 공약 중 국민의 관심이 높았던 것 중 하나가 '만 나이' 사용이다. 윤 당선인은 쇼츠 공약에서 사회생활에서도 한국식 '세는 나이'를 쓰지 않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만 나이'로 법적 나이 계산법을 통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한국식 '세는 나이' 대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만 나이' 사용이 늘고 있는 현재의 추세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진작부터 논의되고 요구되던 내용이었다.

공약이 지켜진다면 윤석열 정부에선 전 국민의 나이가 한 살에서 많게는 두 살씩 어려질 전망이다. 현재 한국에서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한국식 세는 나이(태어날 때 1세, 새해마다 +한 살)

둘째. 만 나이(태어날 때 0세, 생일마다 +한 살)

셋째, 연 나이(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나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사용하는 '세는 나이'의 셈법에 따르면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고, 하루 뒤 새해가 되면 두 살이 된다. 하루 만에 두 살이 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을 보고 옛 어른들은 '애먼 나이'를 먹었다고 말했던 것 같다. 얼마 살지도 않고 바로 한 살을 더 먹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 '세는 나이'가 현재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쓰고 있는 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연과 생일까지 계산하기 때문에 '만 나이'와 '한국식 나이'의 차이는 최대 두 살까지 난다. 그래서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12월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을 비롯해 '세는 나이'로 인한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에 경기도 평택시에서도 세 가지 나이 혼재로 인해 행정상 불편을 야기하고 민원 문제도 발생한다는 내용과 함께 행정 효율 제고를 위해 기존 연령 계산방식을 '만 나이'로 일원화해 줄 것을 국회와 중앙부처에 건의한 바 있다. 일선 행정에서 '세는 나이'를 기준으로 인해 오해하는 민원이 다수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란 이유에서였다.

'만 나이'는 생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세는 나이'보다 두 살이 어리다. 생일이 지나도 한 살이 적다. 그래서 최근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나이 대신 출생 연도로 자신의 나이를 간접적으로 밝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도 '만 나이'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는 새해가 되면 '만 나이를 써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과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거나 입원을 해 본 사람들은 '만 나이'로 자신의 나이가 기록된 것을 보고 한두 살이 어려져 기분 좋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2년도에 법적으로 '만 나이'가 지정되면서 세금·의료·복지, 관공서와 병원 등에서는 만 나이를 사용한다. 직장에서의 직원 채용이나 퇴직도 '세는 나이'가 아닌, 한국 법률 공식 나이인 '만 나이'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또 이상한 것은 '청소년보호법'이나 '병역법' 등 일부 법률에서는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연 나이'가 기준이 된다고 한다. 그 근거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정리해 보면 우리나라 나이는 법적으로는 '만 나이'를 사용하고, 예외적으로 일부 법에서는 만 나이와 유사한 개념인 '연 나이'를 사용하고, 일상에서는 '세는 나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옛날 중국에서 전파되어 중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세는 나이'를 사용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고, 심지어 북한도 1980년 이후부터는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때 공식적으로 '만 나이' 사용을 공포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여러 나이가 존재하는 상태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만 나이, 연 나이, 세는 나이가 혼재되어 쓰이면서부터 한 사람의 나이가 때에 따라 2~3개로 나뉘고, 행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불편하고 헷갈렸던 한국식 나이 계산법을 새 정부에서는 명쾌하고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올해 한국 나이로 29세인 친구들이 27세나 28세로 어려지는 마법이 일어나 '나는 아직 20대야!'라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기를 기대한다.[팝콘뉴스]

키워드

#한경화 칼럼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