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생·가족, 코로나 확진 여부 및 조치로 정신없는 나날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혹독한 이 시간이 언제쯤이면 끝날까? 얼마의 시간을 더 이렇게 보내야 평안하고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날들로 우리를 인도할까?

"2학년 0반 000(미접종) 열(38.5℃), 몸살로 자가진단키트 검사했으나 음성 나옴. 음성이나 코로나19 증상이 있으므로 병원 방문하여 신속항원검사 받도록 안내했습니다."

"1학년 0반 000(2차 접종 후 14일 미경과, 신속항원검사 음성) 4일 고등학생 누나가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받음. 누나는 PCR 검사 결과 양성. 동거가족 확진으로 10일까지 자가격리 합니다."

"3학년 0반 000 어제 실시간 PCR에서 양성 판정받았습니다. 격리기간은 3월 13일 24시까지입니다."

위 내용은 요즘 학교에서 만들어 운영하는 코로나19 대응 단톡방에 올라온 내용 중 일부이다. 작년부터 학교의 모든 코로나 관련 상황 공유와 대응을 위해 만든 교직원 단톡방은 오늘도 불안한 알림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는, 정확히 말해 교사들은 학생들과 학생 가족들의 코로나 확진 여부 및 조치로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학부모로부터 실시간 걸려 오는 문의와 확진 소식을 알리는 전화에 담임교사들은 쉬는 시간도 반납한 채 일일이 학생의 백신접종 상황과 관련지어 자가격리 및 등교 여부를 알려줘야 한다.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보건 선생님에게 의뢰해 교육청에서 내려온 지침에 맞는 선에서 결정을 내린다.

수업이 끝나기 1분 전, 각 교실에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라는 안내 방송이 매시간 나간다. 교사와 학생들은 KF94 마스크 착용이 거의 의무화되었고, 매일 늘어만 가는 학생, 학생 가족의 확진 소식과 밀접 접촉에 의한 격리 소식을 들으며 교사 중엔 마스크를 2개씩 쓰고도 불안해 전전긍긍하며 어찌할 줄 모르는 이도 있다. 말이 나온 김에 교사들의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자.

예전처럼 출근 후 동료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며 함께 마시던 커피 한 잔의 풍경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교무실에서는 내 자리에 앉아서도 마스크를 벗고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이 어려워졌다. 가끔은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마스크를 내리고 살짝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얼른 마스크를 쓴다. 그나마 요즘은 오미크론 확산 속도가 너무 거세 차 한 잔에 혹시 공기감염이 되지는 않을까 두려워 교무실에서는 아예 차 한 잔, 물 한 잔 마시기를 포기했다.

학교의 모든 실내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내리는 일에 두려움이 가득하다.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수업이 비는 시간을 이용해 커피 한 잔을 타서 학교 밖으로 나간다. 쌀쌀한 바람이 금세 커피의 온도를 식힌다. 차 안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겨우 마시고 나온다. 차를 마시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그 풍경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아직도 차가운 겨울이다.

올해 부임한 후배 교사는 점심시간에 높게 막힌 유리 벽 안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급식실에는 점심시간 내내 숟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 외에 적막한 침묵만이 감돈다. 마스크를 벗고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먹는 동료 교사의 얼굴은 침울하기 그지없다. 말없이 조용히 밥만 먹자니 밥맛도 없고 자꾸 얹히는 것 같아 점심시간이 도무지 즐겁지 않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는 일은 이제 어느 정도 적응도 되었고, 꽃샘추위가 있는 요즘은 보온이 되니 오히려 괜찮다. 그런데 하루는 아침부터 콧물이 흘러 약 기운에 콧물이 멈추기 전까지 연신 휴지로 콧물을 닦아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뒤돌아 콧물을 닦으며 수업했다.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끝도 없이 들었던 하루였다.

일주일에 몇 번씩 진단키트 검사를 해야 하는 요즘 같아선 이른 명예퇴직을 한 동료의 선택이 차라리 현명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교사들이 점점 늘고 있다. 물론 지금의 이 혹독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불평불만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 힘든 상황이 언제쯤 끝날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지독함에 원망스러워 하는 말들이다.

며칠 전엔 동료 교사의 확진 소식에 전 교사가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자가격리에 들어간 동료가 매우 아파 원격수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돌아가면서 보강 수업을 했다. 모든 교실에는 중간중간 빈 책상과 의자가 이 빠진 옥수수처럼 놓여있어 걱정스러운 시선을 머물게 한다.

강원도 산불 피해가 너무나도 걱정스러운 이때, 엊그제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의 대형 산불 지원업무를 하던 소방공무원이 자택에서 숨져 과로사 조사 중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충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진 등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현장 인력이 부족해 산불 현장 지원 업무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런 기사를 접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유독 더 걱정스럽게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불안한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딱히 마땅한 해결책도 없고, 해답이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마음에 담긴 말을 쏟아내는 이유는 이렇게라도 마음을 비워내야 이 혹독한 상황을 직면하고 돌파할 용기가 생길 것 같아서일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는 또다시 새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여는 새 시대는 부디 국민 모두가 살기 좋은 태평성대가 펼쳐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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