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출생한 청소년들은 잘 모른다는 '그것'
그들의 부모 세대에게는 추억이 된 물건 '카세트테이프'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MZ세대 그리고 MZ세대가 아닌 세대들의 일과 놀이 등 '세대문화'를 비교·탐색합니다. 부디 서로의 '다름'이 '신기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남다른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신비한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 라떼

우리 부모님들이 MP3 같은 거 보고도 (어디에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모르시듯,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아이들도 카세트테이프가 뭔지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물건은 그것을 사용했던 사람에게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추억이 있는 것 아닌가요. 특히 요즘같이 스마트폰 하나로 다 통하는 시대에 카세트테이프는 그야말로 옛날 물건이지 싶은데…. 카세트테이프 틀 수 있는 차도 요즘에는 없지 않나요? - 1979년생 정연수 씨(남·경기도 수원)

#. 얼죽아

저는 카세트테이프 뭔지는 아는데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엄마 아빠한테 여쭤보니까 카세트테이프로 노래 많이 들으셨다고 해요. 엄마는 학교 다닐 때 카세트테이프에 좋아하는 노래 녹음해서 듣고 다니셨다고 하셨고, 아빠는 지금도 노래는 안 듣는 편이세요. - 2004년생 이가람 학생(여·경기도 고양시 일산)

"요즘 친구들은 이거 몰라요."

유튜브 출연한 소녀시대 태연, 느닷없는 담배 등장에 '노담' 조언

3집 앨범 카세트테이프 보고 오해한 한 시청자 '담배 아니냐?' 채팅

소녀시대 태연이 지난 23일 샤이니 멤버 키와 함께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이 운영하는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한 가운데 뜻밖의 아이템으로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사건은 이렇다. 동시 6만 명이 시청하는 생방송 중 한 시청자는 느닷없이 "가운데는 혹시 담배인가요?"라며 시선을 끈다. 이 채팅을 처음 발견한 샤이니 키는 "혼자 다른 거 보는 거 아닌가요?"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입짧은햇님과 태연은 어색한 듯 웃는다. 그 순간 키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태연의 새 앨범 'INVU' 카세트테이프였다.

태연이 유튜브에 출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TV 공중파에서도 출연 제의가 많은 인기 연예인이다 보니 유튜브 출연은 사실 태연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서는 성사되기 어려운 스케줄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이용에 능한 요즘 세대는 TV보다 유튜브 노출시간이 많으므로 태연이 팬 연령을 고려해 유튜브에 출연한 것은 전략적인 측면에서 매우 영리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요즘 연예인은 옛날 연예인들처럼 신비주의 콘셉트가 아닌 팬과의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채팅이 가능한 유튜브야말로 요즘 팬덤 문화를 제대로 수용하기에 적합한 플랫폼이다.

결과는 예상대로 초대박. 6만 명이나 되는 시청자가 동시 접속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태연과 키는 태연의 새 앨범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때 태연이 방송에 가지고 나온 '카세트테이프'가 난데없는 세대 차 혹은 격세지감을 불러일으켰다.

카세트테이프를 담배로 착각한 시청자의 채팅에 키는 재치 있게 "태연 'INVU' 한 갑이랑 라이터 하나 주세요"라며 유머러스하게 눙쳤다. 태연 또한 "진짜 담배처럼 생겼다. 나도 몰랐다. 노담해라"라며 담배 사건(?)을 부드럽게 넘겼다.

이 같은 해프닝에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은 "요즘 친구들은 이거 모른다"며 "근데 담배는 아시냐"고 말하며 웃었다.

▲ (사진=유튜브 채널 '입짧은햇님') © 팝콘뉴스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 나오면 녹음·재생버튼 동시 딸깍

좋아하는 상대에게 노래 선물하는 척 '사랑 고백'하기에 그만

CD플레이어, MP3 등장과 함께 워크맨, 카오디오 역사 속으로

1990년대 후반에 중·고등학생이던 사람은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한 앨범 카세트테이프를 거꾸로 듣기 하면 '피가 모자라다'는 소리가 들린다는 괴담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 시대는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감상하는 게 당연하던 때였다.

이 시기 전에도 카세트테이프는 라디오와 함께 단짝을 이뤘다. 복고풍 드라마나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 중에는 주인공이 라디오를 틀고 엎드려 있거나 라디오 DJ에게 편지를 써 보내는 내용들이 있다. 간혹 유행가나 애청곡이 나오면 플레이 버튼과 녹음 버튼을 누르는 장면들도 있는데, 이는 공테이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녹음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가 좋아하는 노래들로 채워진 공테이프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지면서 사랑 고백이 되곤 했다.

1973년생인 박윤범 씨는(서울 양천구 목동) 자신의 어린 시절 목소리가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1979년생인 그의 여동생도 마찬가지다. 박 씨가 보관하고 있는 카세트테이프에는 기자 출신인 그의 아버지가 생전에 어린 아들딸의 육성을 녹음해 둔 것이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처럼, 그의 아버지는 카세트테이프로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기록했다. 그러나 박 씨의 집에는 카세트플레이어가 없어 몇 년째 보관만 하고 있다고. 박 씨는 요즘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데이터를 디지털로 변환해 주는 곳이 있다고 해 그 서비스를 알아보고 있다.

2004년생 가람 양은 카세트테이프를 보기는 했지만, 특별히 궁금하지도, 틀어보려 노력해 본 일도 없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해서 모든 앨범을 다 소장하고는 있지만 CD 또한 틀어본 일은 없다고. 무조건 음원사이트만 이용한다. 원래 음악은 그렇게 듣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고 말한다. 언젠가 엄마의 학창 시절 추억이 담긴 상자를 열었는데 미키마우스 모양의 장난감 같은 게 있어 "이게 뭐냐"고 물으니 "MP3"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가람 양은 MP3 또한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카세트나 CD MP3의 존재를 모르지는 않는다고 강하게 힘줘 말했다. 자신은 LP판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가람 양은 "생각해보면 옛날 사람들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싶을 때 카세트테이프를 넣었다 뺐다 해야 하니까 엄청 불편했을 것 같다"며 "우리는 탑 100이나 랜덤 이렇게 들을 수 있는데, 그런 방법이 없지 않았냐"고 물었다. 가람 양에게 길거리에서 리믹스 버전의 카세트테이프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알려주니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또 가람 양은 "이번에 카세트테이프 보고 담배냐고 물은 그건, 카세트테이프를 정말 몰라서라기보다는 방송 화질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라며 "제 친구들도 카세트테이프는 대부분 아는 것 같은데, 아니면 질문한 애가 잼민(어린아이를 이르는 말)이거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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