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는 왜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인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 '연반인'에 환호할까

▲ 재재, 프리지아(사진=재재, 프리지아 인스타그램)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진경 기자)[편집자 주: 'MZ팬덤을찾아서'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함께 진화하는 팬덤의 양상을 분석한다. 최근에는 비단 연예인이나 방송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소위 '연반인(연예인 반 일반인 반의 줄임말)'을 대상으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단순히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는 응원 문화가 아닌 콘텐츠의 지형을 톺아보고자 한다.]

연예인은 직업일까? 직업군의 한 종류라고 하기에는 다소 모호한 정체성이다. 그러나 방송과 대중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직업군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본업이 방송이나 대중예술 종사자가 아닌데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예능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이런 애매모호한 정체성을 연예인이면서 일반인이라는 뜻을 지닌 '연반인'이라고 한다.

대중들은 왜 연반인에 열광할까. 이들이 때로는 연예인이나 배우보다 더 큰 주목을 받고 환호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사람들 사이에 가장 빈번하게 화제가 되는 연반인이 둘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여성이고 MZ세대에 속한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젊고 매력적이며 연예인보다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여성들, 이들의 어떤 매력 또는 요인이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걸까.

▲ 재재 방송 출연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JTBC Voyage') © 팝콘뉴스


#1 '연반인' 신조어의 창시자, SBS 뉴미디어 PD 재재

'연예인 반, 일반인 반'의 합성어로 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SBS 프로그램 '문명특급'의 진행자이자 PD인 재재(본명 이은재)다. 재재가 자신을 연예인처럼 인지도와 끼를 갖춘 일반인이라고 지칭하면서 신조어로 굳어졌다. 대부분의 여성 인플루언서가 젊고 아름다운 외모, 그와 상반되는 소탈한 모습이란 연출에 집착하는 것과는 달리 재재는 자신이 취재하기 위해 만나는 연예인들보다 더 많은 말을 하거나 춤을 직접 추면서 끼를 발산한다.

단순히 연예인처럼 예능적인 재능이 뛰어나서 연반인의 상징적 인물이 된 건 아니다. 재재는 무엇보다 자신의 본업을 잘한다. 인터뷰어로서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구성하는 실력이 참신하고 개성이 넘친다. 이전까지 다소 안이한 방식으로 진행되던 시사회나 쇼케이스 등의 사회를 탈권위적이면서도 내실 있게 진행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실력과 커리어가 내실 있는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또래의 여성들에게 특별히 소구하는 면이 있다. 또한 지금의 방송인이 되기 전에는 수십 번 면접에서 낙방한 경험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왔던 점,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에 학생회장 경험이 있는 등 스펙이 화려하고 잠재력이 뛰어남에도 어렵게 인정받아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 취업 준비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MZ세대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선망하면서도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멘토를 원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재재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진정성'과 연예인으로서의 '특별함'을 둘 다 갖춘 완벽한 아이콘이다.

▲ 프리지아 방송 출연 모습 (사진=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 팝콘뉴스


#2 인기도 논란도 TOP 연예인처럼, 인플루언서 프리지아

이제는 명품 하면 떠오르는 악명이 된 젊은 여성 '프리지아'는 유튜버 겸 방송인이다. 커플 매칭 방송 프로그램인 '솔로지옥'에 출연하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이전부터 뷰티와 패션 및 연애 상담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었다.

'솔로지옥'은 2021년 12월부터 스트리밍을 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전부터 많이 시도해왔던 형식의 커플매칭 프로그램으로 폐쇄적인 환경에 젊은 남녀들을 격리해놓고 서로 매력을 경쟁시켜 오락성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리얼리티 서바이벌 매칭이라는 방송 형식 특성상 선정적인 이슈가 생기기 쉬운 가운데 프리지아는 초반부터 외모와 학벌 등의 이유로 큰 관심이 쏠렸다. 이런 대중의 관심은 사찰 내지는 스토킹에 가까운 집요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곧바로 프리지아의 개인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등의 게시물 중에서 명품 카피로 추측되는 착장이 한두 개씩 발견되었고 '짝퉁'과 '젊은 미모의 여성'이란 키워드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기 충분했다.

넷플릭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지 몇 개월 만에 프리지아는 핫한 연애를 꿈꾸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참가자에서 전 국민이 주목하는 뜨거운 논란거리가 돼버렸다. 명품 카피를 고의적이든 실수든 구매하거나 이용하는 건 정직한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공공의 적 수준으로 비난을 모은 건 단순히 명품 카피 제품을 사용해서라고 할 수 없다. 연예인이나 비연예인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이미테이션을 사용하고 있지만 누구나 다 프리지아만큼 맹렬한 비난을 받지 않는다.

프리지아는 인플루언서로서 자신의 착장에 거짓이 섞인 점에 대해 반성하는 게 옳지만, 애초에 대중이 그녀에게 '진정성', '리얼함'을 과도하게 기대한 게 아닐까. 엄밀히 말해 연예인 아니고 일반인 내지는 연반인이었기 때문에 프리지아는 다른 연예인 여성들과는 달리 털털하고 솔직하고 무엇보다 '진정성'이 있다고 믿었던 게 아닐까. 그런 믿음은 자칫 일방적이고 지나친 기대 심리가 될 수 있다.

그녀는 그저 인플로언서라는 직업인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최대한 그럴싸하게 포장해 보여줬을 뿐이다. 새롭고 진실해 보이는 옆집 누나나 여동생 같은 일반인을 '진정성 있게 연출'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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