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습 없애고 새로운 환경 만들어가는 청년들

(팝콘뉴스=김진경 기자)[* 편집자 주 MZ세대에 속하는 20·30대 중에는 MZ라는 용어가 오히려 좀 진부하게 느껴지고 지겹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X세대로 유명했던 지금의 40대도 그런 말을 했다. 젊다는 칭찬도 참신하다는 장점도 때로는 부담이 된다.

그래도 스타트업이라는 분야를 빛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이들 MZ다. 한 명 한 명의 젊은 사장님들을 만나 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열정과 비전에 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동년배들은 같은 세대의 열정을 만나서 용기를 얻고 좀 더 어리거나 좀 더 연장자인 사람들도 영감을 받을 기회다.]

▲ 극단Y 강윤지 연출(사진=강윤지 연출 본인 제공) © 팝콘뉴스


극단Y는 1인 회사다. 한때 유행해서 지금은 보편화된 1인 출판사처럼 강윤지 연출이 회사의 대표이자 연출가이자 극본 작가로 활동 중이다. 강윤지 연출은 기존의 부조리하고 권위적인 연극계 관행에 답답함을 느끼고 다른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자구책으로 시작했으나 최근 누구보다 자주 고품질의 작품을 상연하고 있어 연극계 코어 수요층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서울혁신파크 성평등활동지원센터에서 강윤지 연출을 만나 1인 회사의 어려움과 그동안의 행보에 관해 들어봤다.

"일단 2017년도에 1인 팀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1인 제작 시스템이고요. 작품의 펀딩이 성공해서 실제 제작에 들어갈 때는 조연출과 그 외 다른 팀원들의 협조를 받고 있고요. 처음 시작은 그냥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지원서를 쓸 수 있는 자격이 되려면 단체여야 하고 사업자자격이 있어야 해서 불가피하게 제가 총대를 메게 됐어요."

"2018년도 미투 운동을 지지하면서, 연극계의 관행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을 하나둘씩 만나게 된 거 같아요."

강윤지 연출은 2018년도 연극계 미투 흐름 속에서 본격적으로 페미니즘 이슈에 주목해서 여성 문제를 다룬 작품을 무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2 공연예술 창작산실-올해의 신작'에 선정돼 1월 28일부터 2월 13일까지 연극 '탈피'를 상연 중이다. 연극 '탈피'는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젊은 모습으로 탈피하며 구경거리가 되는 객체로의 삶을 살게 되는 여성들과 같은 처지의 동물인 동물원에 갇힌 뱀과의 교감을 그리고 있다.

▲ 혜화역 창작산실 광고판(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1 1인 제작자로 활동하시는 가장 큰 동력이란 뭘까요?

"작품 선정 및 기획은 연출의 개인적인 관심사와 사회적 흐름을 봐서 결정하고 있어요. 지금 동시대에 한국에서 사는 20~30대 여성들이 느끼는 지점들, 내가 그런 것들을 느끼고 있고 답답하니까 그런 갑갑한 무언가를 창작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거 같아요."

#2 혼자서 이전에 없던 제작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시작하셨는데, 시작하는 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2017년에 극단 창단하고 작품을 올리기에 너무 조심스러웠어요. 그때 당시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사건이나 위협이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내가 만약 이런 주제의식으로 작품을 올리면 어떤 린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죠. 그 당시에는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쓰는 거 자체가 좀 두렵고 조심스러워서 이런 주제의식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지원사업에 지원서를 제출하면서도 의구심이 컸어요. 특히 배우들은 신상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서 혹시나 어떤 위협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죠."

강윤지 연출은 창단 초기에는 작품 외적인 문제에 있어서 고민이 가장 컸다고 말한다. 지원사업에 선정되고 주변의 인정도 받으면서 그런 걱정이 많이 해소되었지만, 작품 외적으로 제작과 연출 등을 겸하고 있는 처지에서 기존 관행에 익숙한 작업자들과 새롭게 소통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이후에는 '소통'이 가장 어려웠어요. 기존과 다른 방식에서 시도하는 것이라 소통하고 납득시키며 새로운 방식의 리더십을 만드는 게 완전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었거든요. 기존 관행이 연출이 모든 걸 지시하고 답해주는 방식이라 배우들이 새로운 방식의 소통에 경험치가 없어서 당황스럽고 어려워했어요. 의사소통의 문제가 가장 컸는데 그래도 최근에는 익숙해진 편이죠."

▲ 아르코예술극장 연극 '탈피' 광고판(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3 팀원들과 의사소통하는 게 어려우셨다고 하셨는데 보통 어떤 식으로 해소하시나요?

"그냥 계속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소통 방식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처음에는 서로 혼란스럽고 막막한 거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거든요."

#4 여러 지원사업 제도를 통해 제작을 해오신 걸로 압니다. 과정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생각보다 운이 좋게 최근에 지원사업에 계속 선정되고 있는데... 일단 지원금이 워낙 적어요. 지원제도에 자주 선정되는 건 좋지만 한 번 받은 금액으로 극단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임금을 적절하게 지급하기가 어려운 게 문제죠. 그런데 이 지원금조차 선정 못 되는 연극인들도 많아서 그게 항상 좀 어렵고 안타깝죠. 그리고 지원서에 나이와 성별 기재해야 하는 것도 좀 이상하고요. 성별과 나이가 연극 제작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거든요."

#5 좋은 연출, 성공적인 공연 작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창작진이 작업하는 동안 즐겁고 보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전부터 연극으로 성공한다는 게 뭘까 고민해봤어요. 연극으로 성공한다는 건 지속할 수 있다는 것. 연극을 일단 지속하는 거 자체가 어려우니까요. 노동착취, 자기 착취를 너무 한다는 게 이 구조의 문제인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입구 모습(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6 2022년 한해 목표나 사업 방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올해 목표는 일단 재충전이에요. 지난 2년 동안 전혀 쉬지 못하고 혼자서 모든 업무를 감당하며 매일 글 쓰고 고민하고 책 읽는 일상을 반복해왔거든요. 이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재충전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인 거 같아요. 요즘에는 양궁 카페에 꽂혀서 잘 쉬고 잘 노는 일상을 살려고 하고 있어요. 이왕이면 몸을 움직이는 쪽으로 그간에 누적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요."

#7 이전의 구태의연하고 권위적인 노동환경이 아닌 다른 환경을 꿈꾸는 청년 세대를 위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상상력이나 다른 예시가 필요한 거 같아요. '안전을 설계하는 방법'이란 강의를 한 적 있어요. 동료들과 소통하고 상의하는 방식을 나름대로 개발해서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례들이 끊임없이 서로 공유되고 가시화되는 게 중요하고요. 성공 사례들이 눈에 보여져야 알 수 있으니까요."

강윤지 연출은 다른 시스템을 위해서는 상상력과 구심점이 되는 어떤 욕망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환경, 새로운 시스템이라고 말하면 물리적이고 경제적인 여건만 떠올리기 쉽지만,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것을 창작자로서 존중받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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