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연구의 길...장기간 연구 장려 불가피 호소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신경두경부 박지은 교수

▲ (사진=박지은 교수 본인 제공)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보연 기자)* [talk! talk! 튀는 인생] 코너는 평범(平凡)함과 비범(非凡)함이 공존하고, 톡톡 튀는 자신만의 개성으로 현시대를 뜀박질하는 청년과의 대화를 의미한다.

호기심이 이끈 의학자의 길

고정관념 때문인지 학자는 차가울 것이라는 생각이 컸다. 그러나 석촌고분 근처에서 만난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부 신경두경부 박지은 교수는 필자가 떠올린 이미지와 달리 봄 햇살을 머금은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1985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의학박사과정을 마친 박 교수는 "2014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연구를 시작해 임상강사, 임상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교수직을 맡고 있다"라며 "영상의학과, 뇌종양센터, 암병원 진료과에서 주 진료 분야인 자기공명영상기법, 라디오믹스, 뇌인공지능영상을 활발히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2020년 12월, 울산의대 연구 부문에서 '올해의 교수상'을 수상했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공부를 즐겼다. 끝없는 호기심의 자극을 바라던 박지은 교수는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연구를 통해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 연구의 길을 걷게 됐다"며 "약물 치료와 연관된 영상 검사에 관심이 생겨 끊임없는 연구로 치료제에 맞는 영상 지표를 만들어 의술을 발전시키고 미래의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 (사진=박지은 교수 본인 제공) © 팝콘뉴스


다채로운 영상의학, 다양한 정보 도출!

박 교수는 의학자의 길로 들어서며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예전 백신연구소에서의 경험이 떠오른다. 그때 좌절 아닌 좌절을 겪었다"는 그는 "신약 개발에 관심이 있었으나 연구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연구는 내가 원하는 연구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생명에서 검체를 검출하는 연구 또한 필요하지만, 난 다른 연구로 의사들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지은 교수는 "고민 끝에 영상의학과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MRI는 다채롭다. 영상마다 검출되는 양상을 종합해서 평가하고 결과를 도출한다"며 "수소 분원자의 진동수에 따라 몸에서 변하는 정보를 찍는다. 진동수에 따라 얻는 정보는 천차만별이라 병명도 판별이 가능하다"고 설명을 이어 나갔다.

잠시 상념에 빠져있던 박 교수는 "난 많은 연구 중에 뇌종양 연구를 중점으로 한다"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많은 이들이 치료제 개발에만 공감하지, 연구의 성과만으로 반향을 일으키긴 힘들다. 뇌종양은 종양 수술 외엔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라는 그는 "실질적인 효과가 증명되는 신약에 맞는 영상 지표를 개발하고 싶다. 치료 이후 정확한 평가는 물론이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연구에 임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고 아쉬운 표정을 드리웠다.

아울러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상황에 연구에도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연구자는 학회를 통해 소통해야만 더 효율적인 대안이 마련되는 경우도 많다. 학회가 비대면이라서 아쉽다"라며 "특히 후배 연구자들이 학회에 노출되는 기회가 적어져 안타깝다. 코로나19 상황이 잠식되고 종료돼 다시 활발한 학술 교류와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사진=박지은 교수 본인 제공) © 팝콘뉴스


워킹맘 연구자, 연구에 목말라...장기간 연구 장려, 희망!

의학자들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연구할 때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자료를 모은다"는 박지은 교수는 "자료 수집만 3~4년이, 전향적 연구는 1년에서 2년 6개월이 걸린다. 연구비에서 기대하는 연구 기간이 너무 짧은 게 문제"라며 "우리나라는 양적인 부분을 지향하는 경향이 크다. 논문 편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질적인 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결과가 창출돼야 한다. 그런 방면에서 우리나라의 연구비에서 기대하는 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진국의 경우 성과 위주가 아닌 장기간의 연구를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는 박 교수는“난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연구한다. 그건 열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대부분 연구자가 열정을 갖고 연구에 임하고 있다"며 "연구의 길은 무궁무진하다. 더 열정적인 연구를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장기간 연구를 장려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의학자로서의 고충만이 아닌 워킹맘의 고난으로도 이어진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있는 그는 "결혼과 출산 후 선택의 기로에 섰었다. 부부가 맞벌이지만 난 연구를 내 인생에서 배제할 수가 없었다. 시부모님과 남편의 도움으로 연구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었다"라며 "내게 연구는 둘째 자녀와도 같지만, 우리나라는 저출산을 사회적 문제로 대두시킬 게 아니라 합당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 (사진=박지은 교수 본인 제공) © 팝콘뉴스


열정과 힘을 준 모든 이들, 버팀목!

박지은 교수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힘겨웠던 부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공들였던 연구가 무산되는 난관에 부딪혀 잠 못 이룬 밤이 셀 수 없이 많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힘겨움을 이겨나가게 한 버팀목은 무엇이었을까.

"연구를 자식에 비유하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을 정도"라는 그는 "'열정'은 수없이 강조해도 모자라지만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연구와 논문만이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 좋은 의료 변화를 꾀할 수 있다"며 "새로운 학문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구 분야의 한 획을 긋는 사람이 돼 후배들이 지금보다 나아진 연구 금수저 같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박지은 교수는 "연구에 있어 체력도 기본이 돼야만 한다. 난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주춤하지만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했다"며 "건강한 신체를 바탕으로 건강한 뇌 혈류와 건강한 뇌 기능이 발달한다. 나이가 들수록 뇌혈류가 감소한다. 운동을 해야 혈류가 증가하고 삶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후배들에게도 꾸준히 운동하기를 추천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박 교수는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을 때 내게 삶과 연구에 대한 지혜와 정신력을 가르쳐 주신 멘토 김호성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남편과 아들 연우,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 그리고 아산병원의 좋은 연구 환경,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에 애쓰는 연구자들, 학생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밝게 웃었다.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 "다양성만이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박지은 교수, "열정이 가득해야 연구도 빛을 발한다"는 박 교수의 지론처럼, 그가 늘 열정적으로 새롭고,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길 바란다. 더불어 박지은 교수가 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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