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위문편지 논란에 부쳐

▲ 위문편지 사과문 등으로 논란이 인 학교에 대해 누리꾼들이 진행중인 '팩스총공' 문서 일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최근 몇 명의 고등학생이 쓴 부적절한 군 위문편지를 두고 논란이 발생했다. 조롱 조의 어투와 성희롱성 발언이 적힌 해당 편지를 두고 군을 제대한 남성 누리꾼을 중심으로 공분이 일었다.

학교 측에서 위문편지 작성에 대한 학생들의 반감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묵과하고 관행적으로 진행하던 행사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학교 차원의 위문편지 작성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로 번지는 모습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분노는 지속되고 재생산되는 모습이다.

일부 누리꾼은 분노하고 지적하는 선을 아득히 넘어, 위문편지를 작성한 학생의 신상을 온라인에 유포하거나 악의적인 합성사진을 제작하거나 언어폭력을 퍼붓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 같은 사이버불링 범죄가 알려지면서, 위문편지를 작성한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일어났다. 교육청과 학교에 '학생들을 사이버불링 피해에서 보호하라'는 팩스를 한꺼번에 보내는 '팩스 총공' 등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이제 예의 '공분'은 해당 '총공'에 대한 분노로 번지는 모양새다. 두 번째 '공분'은 "사이버불링까지 한 이들은 일부일 뿐인데 정당한 분노와 문제제기까지 막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서 분노의 적당함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이때 학교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한마디 보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일각의 '팩스 총공'은 논란이 된 해당 고등학교의 사과문에서 촉발된 것이다.

지난 12일 공개된 학교 측의 사과문은 "2021학년도 위문편지 중 일부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행사의 본래 취지와 의미가 심하게 왜곡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국군 장병 위문의 다양한 방안을 계속 강구하고 있고, 본래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적고 있다.

이에 청소년 권익 보호 단체가 "학교는 사이버불링 피해 학생을 보호하겠다는 견해와 방도를 내놓아야 한다"는 성명을 내는 등 움직임을 보였고, 전후해 '팩스 총공' 등이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나아가 군 장병에게 대면 사과하는 자리를 공식적으로 만들기 위해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차원에서 학생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할 수 있다. 사과하는 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잘못된 행동이었고, '어려서 봐줄 수 있는' 것 중에 '폭력'은 없으니까. 성희롱성 발언도 조롱도 일종의 폭력이고, 사과하는 자리를 만들어 학생에게 이 점을 분명히 알려주려는 취지라면, 그럴 수 있다.

다만, 훈육과 지도 과정의 바닥에는 반드시 학생에 대한 보호가 있어야 한다. 사과하는 그 자리에서, 내 행동의 잘못을 깨닫고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사이버불링에 피해에 대한 공포' 등이 훈육의 장이 돼야 할 그 자리에서 제거돼야 한다.

공포의 제거 없이는 교육도 훈육도 지도도 깨달음도 반성도 없다. 협박이 남을 뿐이다.

모쪼록 학교가 교육의 장으로서 제 역할을 해주었으면, 학생에게 어떤 부조리와 불합리를 제기할 때, 그에 대해 귀 기울이는 어른이 학교에 있다는 확신을 주는 역할을 포함해서 제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는,그 얘기를 하고 싶었다.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