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이용 공공화장실 코로나19 이후 극히 부족...현실 건너뛰고 차별 선동하는 격"

▲ 18일 서울역 2번 출구 앞에서 거리 홈리스 지원단체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통공사의 홈리스 혐오 조장 행태를 규탄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랍니다. 적발 시 CCTV 확인 후 고발 조치 예정", "노숙인의 고의 파손으로 피해보상 청구 중입니다."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 역사 내 나붙은 안내문이다. 전자는 최근 서울역에, 후자는 지난해 말 청량리역에 붙었다.

18일 홈리스행동 등 거리홈리스 지원단체는 서울역 2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안내문이 노숙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겨 사실상 공공시설에서 노숙인을 쫓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서울교통공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원단체가 이날 제출한 진정서는 서울교통공사의 노숙인 평등권 및 인격권 침해행위에 대한 확인 및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권고를 요구하는 것이 골자다.

지원단체는 이날 인권위 제출 진정서를 통해 "홈리스에게 공공역사는 추위와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자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공간이며 동료 홈리스들로부터 정보를 얻거나 노숙인 복지지원체계를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라며 "(공공이 나서) 노숙인들이 처한 위험과 열악한 환경을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들을 비난하여 내쫓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심야에 이용할 수 있는 공공화장실이 극히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지 않고 방뇨 등의 처벌에 우선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코레일이 운영하는 서울역사는 서울교통공사 운영 역사와 함께 심야에 폐쇄된다. 코로나19 전까지 서울역 파출소가 심야에도 운영됐으나 현재는 임시 폐쇄된 상황이다. 서울역 홈리스를 지원하는 다시서기지원센터 역시 심야에는 이용이 어렵다.

서울역 7번 출구 앞 간이화장실이 심야에도 문을 열지만, 한 칸짜리 화장실로 손 씻을 시설이 없고 위생 상태가 열악한 데다 문고리가 떨어져 사실상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황성철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생리현상을 (안전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은 건너뛰고 시민들로부터 홈리스를 분리·구분하면서 차별과 증오를 선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광장에서 대소변을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광장에 화장실이 있으면 된다. 공공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짚었다.

▲ 서울역 7번 출구 앞 간이 화장실. 낮에는 문이 잠겨 있다. 좌변기가 설치된 왼쪽 간이 화장실은 문고리가 떨어져 사실상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 팝콘뉴스

민푸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시민을 상대로 '괘씸함'을 드러낸 격"이라며 "괘씸하니 여기서 나가라고 하는 일은 쉽다. 문제의 원인으로 사회적 약자를 지목하면 끝이니까. 하지만, 왜 낙인 찍힐 수밖에 없었는지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편,2020년 서울시 재난 상황에서 노숙인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리 노숙인이 경험하는 인권침해를 묻는 말에 대한 답으로 '공공공간·공공시설 이용 제한이나 퇴거 요구(59.5%)', '차별하는 시선(68.8%)', '모욕적 언행(34.7%)' 등이 꼽혔다. 인권을 침해한 사람을 '역무원'으로 꼽은 응답자는 전체 29.6%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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