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로 시작했으나 힙스터 브랜드가 된 MZ세대의 용기

(팝콘뉴스=김진경 기자)[* 편집자 주 MZ세대에 속하는 20·30대 중에는 MZ라는 용어가 오히려 좀 진부하게 느껴지고 지겹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X세대로 유명했던 지금의 40대도 그런 말을 했다. 젊다는 칭찬도 참신하다는 장점도 때로는 부담이 된다.

그래도 스타트업이라는 분야를 빛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이들 MZ다. 한 명 한 명의 젊은 사장님들을 만나 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열정과 비전에 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동년배들은 같은 세대의 열정을 만나서 용기를 얻고 좀 더 어리거나 좀 더 연장자인 사람들도 영감을 받을 기회다.]

▲ (왼쪽부터) 트레드앤그루브 김민경 대표, 유준성 대표, 이온 대표(사진=트레드앤그루브) © 팝콘뉴스


트레드앤그루브란 신생 사업체가 있다. 트레드는 타이어가 지면에 닿는 부분을 뜻하는 전문용어고 그루브는 이 트레드의 패턴이나 무늬를 뜻하는 말이다. 폐타이어를 샌들, 구두, 스니커즈 등으로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신발을 만드는 청년들이라니 이번 MZ벤처 기획의 첫 주자로 소개하기에 딱 맞다. 만나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찐'인 MZ 사장님들이다.

트레드앤그루브는 2020년 8월 한여름에 출범했다. 같은 대학 내 창업 동아리에서 만나 친구이자 동지가 된 이온 대표, 유준성 대표, 김민경 대표 세 사람은 2022년 임인년에 각각 30세, 28세, 28세가 됐다. 사업체도 대표도 풋풋하고 참신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야말로 검은 호랑이의 해에 어울리는 젊은 기업의 젊은 사장님들이다.

아무리 넉넉하게 어림잡아도 대학생 같아 보이는 동안의 이온 대표가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이온 대표는 사무실이 입주한 서울 성동구 상상플래닛 빌딩 내부 카페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사무실에서 5분 거리 내에 있는 카페였다. 잠시 인터뷰를 하고 바로 업무로 복귀하고 싶은 듯했다. 사업이 이제 막 자리 잡아가는 시기인 만큼 여유 있게 자리를 비우기 어렵겠구나 싶어 인터뷰에 속도를 높였다.

▲ 트레드앤그루브 이온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1. 트레드앤그루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메인 페이지에 '나는 타이어를 신는다'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어떻게 타이어를 재활용하겠다는 발상을 하셨나요?

"우연히 방송에서 아프리카 주민들이 폐타이어를 직접 잘라서 신발로 제작해 활용하는 모습을 본 뒤로 사회적 기업에 관한 관심과 맞닿아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폐타이어를 튼튼한 신발로 제작하겠다는 아이디어가 그때 당시에는 어렵지 않게 느껴졌거든요. 물론 여러가지 시도를 직접 해보는 과정에서 절대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라는 점을 곧 깨달았지만요."

이온 대표는 직접 폐타이어를 구해 공동대표들과 함께 손수 잘라내고 붙이고 하며 얼추 신발 비슷한 것이 완성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시도했다. 이전에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과격하고 생소한 작업이라 상처도 종종 입었다.

성수동이 워낙 수제 신발로 명망이 높아서 성수동에 사무실을 정하고 수제 신발 제작 업체들을 쫓아다니며 자문하는 것도 많은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많은 업체 관계자와 기술자들이 폐타이어라는 낯선 소재 때문에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간신히 샘플을 제작해 2020년 12월 펀딩에 성공했다. 2021년 7월에는 법인을 시작했다.

한숨 돌리기도 전에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과 유통을 안정시키는 난제가 다시 덮쳐왔다. 성수동에서는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또 다른 신발 제조업 메카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에서는 다행히 성수동에서 겪었던 거절이 반복되지 않았다고 한다. 조마조마하게 듣던 기자는 왠지 안심됐다. 이미 투자도 받았고 시제품이 잘 나와서 업체를 만나서 협조를 얻는 게 부드럽게 진행됐다.

대량생산이 결정되고 난 뒤에도 배우고 적응하는 일로 매일 새로운 난제를 만나고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대량생산은 고품질 소량생산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었다. 신발을 만들 수 있는 원자재인 폐타이어 물량을 확보하는 일부터 다양한 문제를 마주치고 해결해왔다.

▲ 제작 과정 및 완성 제품(사진=트레드앤그루브) © 팝콘뉴스


#2. 앞으로의 사업 방향이나 포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동안 샘플 제작하고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는 데 신경 쓰느라 홍보나 마케팅은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는데요. 코로나 시국이라 거창하게 쇼케이스를 오프라인에서 하는 건 어렵더라도 앞으로는 좀 더 제품을 알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3. 은근히 화려한 수상 이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에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우수상, GS샵 에코 소셜 임팩트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고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사업실행팀으로 선정된 것이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창업 초기에 가장 애를 먹었던 점 중의 하나가 회사 운영에 관한 지식이나 연륜이 없다는 점입니다. 수상을 통해 상금을 얻은 점도 도움이 되었지만 무엇보다 사업체 운영에 관한 멘토링을 받은 것입니다. 지금 저희 회사가 입주해 있는 상상플래닛도 창업캠프의 교육과정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만들기, 시장 분석법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일회성 멘토링도 도움이 되었지만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창업캠프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많은 힘이 된 것 같습니다."

▲ 인터뷰를 진행한 상상플래닛 내부 접견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4. 최근 사회적 가치와 창업은 청년층에게 화두인데요. 이에 대해 대표님이 청년층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처음에는 사회적 가치에 방점을 찍고 시작했지만, 오히려 저희 신발에 큰 관심을 가진 고객분들은 희소성이 있는 패션 소품을 찾는 분들이었습니다. 패션 용품이라는 제품력 자체에 주목하는 수요층이나 투자자가 더 많았어요. 이렇게 처음에 영감을 받고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갔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게 너무 많았어요. 공동대표인 친구들과 가끔 '우리가 이걸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이야기해 봅니다. 아마 지금보다 더 막막하고 암울한 상태이지 않았을까. 이렇게 몰두할 수 있는 우리만의 비전이 있다는 게 너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저희도 시작할 때는 돈도 없고 경험이나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젊다는 거 하나로 시간과 열정이라는 자원만으로 여기까지 온 거죠. 다른 분들도 너무 겁먹지 말고 일단 시작해보셨으면 합니다. 저희처럼 돈도 지식도 없이 일단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열심히 사업체를 꾸리는 동년배들을 가끔 마주칠 때가 있는데 너무 힘이 되고 기쁘거든요. 여러분들도 일단 맨땅에 뛰어드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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