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7개 동물권 단체,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 고민정 동물권위원회 위원장과 간담회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만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짝꿍)'라 고백하기도 합니다. 가족과 친구. 이 두 단어에는 아무래도 '사랑'과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 하나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 다른 생명을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짝 히어로]는 이처럼 사람과 동물 간의 특별한 사연들로 채워 나갑니다. 동물 관련 유의미한 일을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들도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기록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과 동물의 '온전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 (사)행복이네 유기견 쉼터 고길자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고민정 의원실 인스타그램 라이브 갈무리) © 팝콘뉴스


90여 개 개농장 폐쇄, 중성화 사업 재정비, 의료보험 등 'with animal' 위한 외침

고민정 위원장 "유기동물, 도축, 동물권 등 입법 필요한 문제는 입법으로 챙길 것"

"개고기 잡숫는 분들, 그거 고기 아니다. 인육이다. 자식한테 부모를 위해 죽을 수 있느냐고 하면 자식들은 부모 위해 못 죽지만, 개는 주인 위해 목숨 버린다. 그런 애들이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개농장? 거기 가봤는데 가서 보면 알겠지만 경매하는 데서 바로 멱을 딴다. 그러고는 차에 던져 싣는다. 그거 보면 가슴 미어진다. 그래서 아까 마이크 잡고 울컥해서 (발언) 못했다. 지난 8월에 48마리 있는 농장 갔는데 살아 있는 개들을 가마솥에 던져 넣더라. 애들이 나오려고 하면 나뭇가지로 밀어 넣고 밀어 넣고 하드라. 피를 다 뽑아야 맛이 있다고 살아 있는 애를 거꾸로 매달아 피를 다 쏟게 하더라. 피를 다 흘리는 데 한 20분 걸린다. 한 마리는 10분. 바로 죽지는 않고 기절하더라. 기절해 있는 동안 털을 뽑는다. 심장이 뛰고 있는 애를. 그런 애들을 싣고 시장으로 간다. 손님인 척하고 시장 따라가 '몸보신 좀 해야 하는데 뭐가 좋겠냐'고 하니까 (상인이) 아이스박스를 열어 보여주는데 세 도막 네 도막 난 애들, 누가 봐도 요만한 애들이 들어 있었다. 눈물이 쏟아지려고 하는데 증거를 잡아야 하니까 울 수도 없고…."

'제주도 동물복지정책을 위한 대선후보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 동물권위원회 간담회' 중 (사)제주 행복이네 쉼터 고길자 대표의 발언이다. 애초 첫 번째 발표자였던 고길자 대표는 목이 메어 차마 마이크를 잡지 못하겠다며 손을 저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광진구을)이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 동물권위원회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9일 제주도를 방문했다. 그가 찾은 곳은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사)행복이네 유기견 보호소.

오전 11시 시작된 간담회에는 고민정 의원과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시), (사)행복이네 유기견 보호소 고길자 대표 및 제주동물사랑실천 홍디도랑 김은숙 대표, 제주비건 동물권연구소 김난영 소장, (사)제제프렌즈 홍난영 대표, 소셜벤처 문현아 대표 등 7개 단체 및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행사에 앞서 고민정 의원은 "제주도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가 들어보러 왔다"고 인사말 했다.

간담회 소식에 자진 참석한 위성곤 국회의원 또한 "여러분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물권 관련한 현안을 파악해 당에서 정책 만들고 돌보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제주지역 7개 동물권 단체는 개·고양이 식육 금지 및 유기동물 문제를 중심에 두고 개농장과 경매장 폐쇄, 현 중성화 사업의 개선점과 동물 의료보험 도입 필요성 등 동물권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노인과 장애인 등 저소득 취약계층 독거 가구원의 사후 방치되는 반려동물 문제와 같이 지자체 역할론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4년 전 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해 키우기 시작하면서 동물권에 관심 두기 시작했다는 (주)제제프렌즈 홍난영 대표. 그는 유기견들이 좋은 곳으로 입양 가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단체를 설립했다.

홍 대표는 "여전히 배워가며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눈앞에 보이는 아이들 구조해서 입양 보내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점점)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해야겠다는 것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해서는 될 문제가 아니고, 정부가 같이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동물사랑실천 홍디도랑 김은숙 대표는 "육지에서 밀려와 제주도 이 좋은 환경 구석구석 자리 잡은 개농장만 90여 개가 있다. 그걸 지금까지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나라에서 해야 할 일을 우리 개개인이 하기에는 벅차다"며 제주도에 확산된 개농장 실태를 알리는 한편 개 불법 도축 근절을 위한 여론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제주는 개를 풀어 놓고 기르는 문화가 여전하다. 그 개들이 곳곳을 다니면서 묶여 있는 개들과 교배한다. 제주도에도 중성화 사업이 있기는 하지만 개들 주인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개 데리고 병원으로 가는 일이라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제주 지역에 들개가 왜 생기는 것이겠나. 우리가 관리를 못 해서 그런 것 아닌가" 하고 아쉬워했다.

▲ (사)행복이네 유기견 쉼터에서 간담회 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간담회 사진.(사진=행복이네 유기견 쉼터 인스타그램) © 팝콘뉴스


이날 간담회 장소를 제공한 (사)행복이네 유기견 쉼터 고길자 대표는 제주도 동물 문제 전반을 언급했다. 불법 개농장과 경매장 불법 도살 현장 등 인간의 식탁에 개고기가 오르기까지 고 대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생생한 현장을 증언했다. "가서 보시면 알겠지만 정말 가슴이 미어진다"며 발언 중 몇 번이나 울음을 삼켰다.

펫숍에서 동물을 사는 행위에 대해서도 고 대표는 일침을 가했다. 그는 번식장에서 몇만 원에 몇십 마리를 경매로 사들인 후 펫숍에서 한 마리 당 190~200만 원에 파는 펫숍 주인들을 가리키며 "어렵게 살던 사람들이 지금 다 건물 올리며 떵떵거리며 산다. 이 사람들 보호소에 사료 한 톨 후원 안 한다. 이런 사람들이 계속 있는 한 유기동물 문제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거리를 떠돌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입소한 이후 보호 기한 만료로 안락사되는 대한민국 유기동물의 현주소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또 "개인적인 바람인데, 개 의료보험 제도 만들면 병원비 때문에 버려지는 동물 많이 줄어들 것이다. 우리 보호소에 암 걸린 애들 많다. 다 병원비 때문에 버려진 애들이다. 의료보험 해줘야 한다. 의료보험만 있으면 버려지는 애들 없어진다"고 호소했다.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문현아 대표는 임대아파트에 사는 장애인과 노인 등의 사후 반려동물 문제와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활용한 길고양이 인식개선 사업, 시골개 중성화를 위한 활동가 지원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문 대표는 "중성화는 제주에서 시작해서 육지로 수출한 자랑스러운 사업이다"며 "그런데도 어르신들이 병원까지 개를 데리고 이동하기란 사실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활동가들에게 직책을 주고 기름값이나 점심값 정도의 활동비를 지급해 시골개 중성화 도우미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활동가분들이 자신들의 신념을 이어가실 수 있고,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간담회 참석자들은 어르신 출입 기관인 농협 및 보건소 등에 반려견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에 관해 건의하는가 하면, 개농장 주들의 생존권 보장에 대한 반대 견해, 사설 동물 보호소들의 자립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 사설 보호소 자립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제공 필요성을 건의하는 참가자.(사진=고민정 의원실 인스타그램 라이브 갈무리) © 팝콘뉴스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끝에 고민정 국회의원은 "많은 분의 생생한 감정선까지도 들을 수 있었다"며 "느낀 것은 '동물 복지와 사람 복지가 따로 있는 게 아니구나. 같이 갈 수 있는 게 많구나' 하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고 의원은 이어 "오늘은 제주 안에 계시는 분들만 만났지만 다른 지역은 어떤가, 복지 영역하고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가, (여러 사람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여기 제주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찾아지더라는 것이다"며 "우리가 이 자리를 만들었지만, 여기에서 그칠 게 아니라 각 분야에서 필요한 부분, 접목할 부분 접목할 것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 나왔지만 유기동물, 도축, 동물권 등 입법으로 챙길 것은 입법으로 하고, 지자체 역할은 지자체에서 추진하겠다.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보니 절차, 시기, 협조, 협상이 필요하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 번 정착되면 되돌려지지 않는다. 동물권 향상하고 인간의 복지와 함께 상생의 방향으로 간다는 건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의원은 자신이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동물권위원회' 작명 에피소드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행정 하시는 분들한테는 동물복지위원회로 올라가 있더라. 그래서 동물권위원회로 이의제기했고, 결국은 이재명 후보께서 동물권이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왜냐하면 복지를 시혜적 관점이 아니라 그들이 응당 누려야 하는 것으로 보는 거다. 아동권, 장애인 인권이 있는 것처럼 동물도 그에 해당하는 권리로 접근하는 것이 조금은 낯설지만 그래서 동물권위원회는 굉장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고 의원은 자신이 알레르기가 있어 동물을 반려하지 못해 동물권위원회 위원장 역할에 적합하지 않지 않나 하는 고민을 했었던 일을 털어놓으며 "동물단체 분들이 동물을 너무 쉽게 버리는 것에 대해 나무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들으며, 저 같은 동물 반려하지 않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시는 것 같았다. 곁을 주는 말 같았다. 동물권은 동물 반려하든 아니든 같이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 독자 여러분 주변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주저 말고 아래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동물의 개인기나 생김 등에 대해서는 제보받지 않습니다. 박윤미 기자 yoom1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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