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말고] 쓰레기 없는 1인분...은평오랑 '모두의 식사'

'모두의 식탁', '모두의 재료'를 구경하고 왔습니다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2/01/10 [17:43]

[혼자말고] 쓰레기 없는 1인분...은평오랑 '모두의 식사'

'모두의 식탁', '모두의 재료'를 구경하고 왔습니다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2/01/10 [17:43]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인가구를 대상으로 '주말 여가 활동을 보내는 법'을 물었을 때 10명 중 8명은 '넷플릭스 등 영상 콘텐츠를 본다'고 응답했다. '휴식한다'는 응답은 73.8%, 인터넷 서핑을 한다는 응답은 27.6%였다. 취미나 자기 개발은 20.8%, 사회활동은 9.7%에 그쳤다. 혼자 살고, 혼자 쉬고, 혼자 노는 셈이다.

 

당장이 아니라도, 언젠가 생각해볼 수 있는 '선택지'를 쟁여두는 것은 나쁘지 않겠다. 청년공간에서 운영하는 '혼자 말고 같이'하는 프로그램을 격주로 소개한다.

 

▲ 7일 서울시 은평구 청년공간 은평오랑에서 '모두의 식탁' 참가자들이 통조림 참치로 속을 채운 애호박 전을 만들고 있다  © 팝콘뉴스

 

"애호박에서 파낸 심지는 들고 가셔서 나중에 된장찌개 끓일 때 쓰면 돼요. 나중에 집에서 해보실 때는 통조림 참치 대신 고기를 다져 넣어도 되고요."

 

7일 저녁, 서울시 은평구 청년공간 은평오랑 공유주방에서는 칼질 소리가 부단했다. 애호박은 썰고 양파는 다지고, 청양고추는 자르는 동안 서툰 칼질에 제법 속도가 붙었다. 곧 프라이팬에 오른 전에서 기름 냄새가 오르자 여기저기서 기대의 말들이 오갔다.

 

혼자 먹을 것을 혼자 해 먹는 일은 어려우니까, 각자 먹더라도 일단 만들기는 같이 하자는 공유주방 프로그램, 은평오랑 '모두의 식탁'에 다녀왔다.

 

■ 남김 없는 1인분 레시피

 

이날 메뉴는 애호박 전. 애호박 중앙을 둥글게 뚫고 구멍에 통조림 참치와 양파 등을 버무린 소를 채워 넣어 부침가루와 계란 물을 입혀 구우면 완성이었다.

 

혼자 만들었다면, 냉장고에 언제 다시 꺼내쓸지 알 수 없는 재료들이 한가득 쌓일 법한 레시피지만, 이날 요리를 마치자, 준비된 재료는 깨끗하게 비워졌다. 대량으로 쌓아두고 '같이' 쓰는 까닭이었다.

 

남은 조각도 버리는 법은 없다. 애호박을 뚫어 둥글게 남은 심지는 된장찌개용으로 쟁이고 남은 소는 공 굴려 완자를 만드는 '꿀팁'을 더한다.

 

레시피 자체도 해놓고 버릴 일이 없도록 '1인가구 한 끼 분량' 정도로 진행되거나, '쟁여둘 법'한 것으로 기획됐다는 설명이다. 공유주방 프로그램이 진행된 것은 지금까지 여섯 번, 레시피는 샌드위치, 파김치, 깍두기 등이 마련됐다.

 

이날로 세 번째 참가라는 김유영 씨는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가능하면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준비해주시더라"며 "오늘 만든 것으로 한 끼가 딱 해결될 수 있는 정도라 좋다"고 말했다.

 

'모두의 식탁'과 형제 프로그램인 '모두의 재료'에 참여한 김경아 씨 역시 '버릴 것 없음'을 프로그램 참여의 계기로 꼽았다.

 

'모두의 식탁'과 '모두의 재료'는 서울시와 CJ제일제당이 지원한 '멀쩡하지만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재료들을 활용해 진행된다.

 

서울시가 '못난이 농산물'을, CJ제일제당이 인쇄 실수 등으로 판매가 어려운 제품을 제공하면 청년 가구에 '식자재 꾸러미'를 제공하는 '모두의 재료'를 운영하고, 일부를 '모두의 식탁'으로 배분하는 식이다. 겨울에는 배추, 봄에 나물 등이 전달되면, 여기에 맞춰 은평오랑의 요리활동가가 레시피를 고민한다.

 

'모두의 식탁' 참여자도, '모두의 재료' 참여자도 '남김없이' 요리할 수 있게끔 하는 셈이다.

 

김경아 씨는 "1인가구라 코로나19 전에는 대부분 외식을 했었다. 소금이나 설탕 같은 식자재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모두의 재료' 참여하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다. 또, 그날 받은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 카드 파일도 같이 주셔서, 할 수 있는 건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 이날 제공하는 식자재 꾸러미 구성을 적은 화이트보드. 해당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가방에 담긴다  © 팝콘뉴스

 

■ 혼자 말고 같이

 

'혼자 대충 먹고 말지'에서 '요리하는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 역시 재미의 하나라고 설명한다. 특히, 꾸준히 운영하는 프로그램인 까닭에 얼굴이 익은 사람이 생기면서 요리에 재미가 배가되기도 한다.

 

이날 저녁 7시에 시작한 프로그램은 8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한 시간 반 동안 모두가 서서 요리했는데, 지친 기색이 없었다. 중간중간 가벼운 오지랖과 MBTI 스몰 토크, 질문이 오가기도 했다.

 

'모두의 식탁' 프로그램에 여섯 번 모두 참여했다는 우초이 씨는 "(은평)오랑에서 하는 건 잘 참여하는 편이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단발성이라 친해지기가 쉽지 않은데, '모두의 식탁' 같은 프로그램은 여러 번 반복해 하는 거다 보니, 얼굴 익고 친해지고, 그렇게 되더라"며 "은평구에 이사 온 지는 오래됐지만, 동네 친구는 없었는데, 오랑 덕에 동네 친구도 생기고 동네 아는 사람도 많아진 편"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은평오랑은 '모두의 식탁', '모두의 재료' 외에도 매주 모여 운동하는 '우리동네 짐(Gym)', 클라이밍 소모임, 서울 탐방 프로그램 '전지적출장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성미 은평오랑 청년매니저는 "요새는 코로나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은 편이라, 사람을 만나는 데도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리에 취미를 붙일 기회도 될 것"이라며 "좋은 프로그램이고, 좋은 취지로 운영되는 만큼, 많은 분이 알게 되고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모두의식탁'에서 만든 반찬과 '모두의재료' 식자재가 에코백에 담겨 있다. '모두의식탁' 참가자는 '모두의재료'에서 제공하는 식자재 꾸러미 역시 받아갈 수 있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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