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학개론] 노동, 힐링이 되다

서른여섯 번째 취미, '미싱(재봉질)'

강나은 기자 | 기사입력 2022/01/06 [16:21]

[취미학개론] 노동, 힐링이 되다

서른여섯 번째 취미, '미싱(재봉질)'

강나은 기자 | 입력 : 2022/01/06 [16:21]

▲ (사진=재봉이네 공방)  © 팝콘뉴스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1989년 나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부른 '사계' 가사 속 미싱은 고된 노동의 표현이지만, 시대가 흐르고 흐른 지금 미싱은 힐링이 되었다. 원단을 다시 쓴다는 점에서는 친환경의 흐름을 따르고, 개성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MZ세대의 특징을 띤다. 다시금 잘도 돌고, 돌아가는 미싱의 매력에 빠져보자.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개성과 가치를 중시하는 MZ의 미싱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MZ의 특성 중 하나가 '미닝아웃'이다. 그중에서도 MZ세대라면 모두 공감하고 있는 하나의 주제가 바로 친환경이다. 과거 '아나바다'처럼 '아껴야 잘산다'는 개념과는 다르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것이 '잘 사는 것'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다시 가내수공업의 장점이 되살아난다. 나만의 개성, 내 가치를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작업이라는 이유 덕분이다. 재봉도 마찬가지다.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내 마음대로 바로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더해 기존에 한 번 사용했던 옷이나 천 등을 다시 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작아서 입을 수 없는 옷을 반려견을 위한 옷으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함께 골라 의미가 깊었던 방석을 활용해 파우치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서 더 실력이 자랐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리폼하거나 새로 만들 수 있다. 이미 쓰임을 다한 것들, 혹은 특징이 없는 재료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물건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요즘 같은 코로나19 시기, 누구와 함께해야 하거나 특정한 장소가 필요한 활동이 아닌, 재봉틀 하나만 있어도 언제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재봉은 매력적인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 (사진=재봉이네 공방)  © 팝콘뉴스

 


멈칫거리지 않고 쭉 달려나가야 하는 재봉틀


 

재봉질하기 위해서는 재봉틀부터 구해야 한다. 만약 재봉틀을 구하기 부담스럽다면, 가까운 곳에서 미싱 원데이클래스에 참여해보자. 그렇게 해서 마음에 든다면 재봉틀을 사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만약 작은 소품만 만들 생각이라면, 많은 기능이 있는 재봉틀을 구매할 필요는 없지만, 무조건 저렴한 재봉틀을 사서는 안 된다. 고장이 잦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옷이나 에코백 등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고 싶을 때는 사양이 높은 걸 사야 한다. 1, 2년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10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처음 살 때 마음에 드는 재봉틀을 구매해야 재봉질 생활이 오래 이어질 수 있다. 서선옥 재봉이네 공방 대표는 여기에 더해 '속도조절' 기능을 추천한다. 

 

"원래는 페달로 재봉틀의 속도를 조절하는데요. 페달을 꽉 누르면 아주 빠른 속도로 재봉이 이루어져요. 페달을 천천히 조절할 줄 알아야 미싱을 할 수 있죠. 그런데 아예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있는 재봉틀도 있으니 이런 기능의 도움을 받으면, 초보자는 더 수월하게 미싱을 할 수 있어요."

 

여기에 자, 쪽 가위, 시침 핀, 핀 쿠션, 색실, 원단 등만 있다면, 재봉 준비는 끝난다. 재봉질로 가장 완성하기 쉬운 소품은 곱창 밴드나 조그마한 파우치다. 이 정도는 원데이클래스에서도 단 몇 시간만에 만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다.

 

단, 재봉틀 위에 발을 올렸을 때 미싱 속도를 내는 것이 두려워 멈칫거리면서 페달을 밟는 것에는 주의하자. 이렇게 하다 보면 실이 금세 엉킨다. 엉키고, 다시 시작하고, 엉키고, 다시 시작하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재봉질이 하기 싫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 (사진=재봉이네 공방)  © 팝콘뉴스

 


취미가 일로, 일에 대한 반작용이 취미로


 

2030에 바느질을 알려주는 서선옥 재봉이네 공방 대표는 2030에게 재봉이 위로가 되는 이유를 집중이라고 말한다.

 

"미싱을 배우시는 분들 대부분 '미싱을 하고 있으면 시간이 정말 빨리간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시간 동안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하고 나면 자기가 만든 물건이 손에 딱 쥐어지니까 성취감도 크죠.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하시는 것 같아요."

 

한 수강생은 처음 공방에 재봉질을 배우러 왔을 때부터 여러 원단을 배치하는 감각이 남달랐다. 게다가 재봉에 대해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소품 만드는 방법 몇 가지를 배우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통신판매업에 등록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내서 인터넷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한 재봉이 사업으로 바뀐 예이다.

 

또 한 수강생은 프로그래머인데, 직장에서 늘 하는 업무와 정반대에 있을 것 같은 취미로 재봉을 선택했다. 일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이곳에서 풀며 즐겁게 취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배운 재봉질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취미가 되기도 한다. 한번 재봉을 배우고 나면 잊어버릴까 봐 몇 번씩 연습해보게 되는데, 그 과정에 나온 소품이 지인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과거 노동으로 하던 미싱은 잠을 참아가며 봄을 느낄 여유도 없이 돌아갔다면, MZ세대의 재봉질은 자신의 길을 따라 여유롭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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