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와얼죽아] 누워서도 걸으면서도 콘텐츠 즐기는 요즘 "공짜는 없어"

시간 맞춰 TV 앞에 모였던 가족들, 이제는 스마트폰 들고 각자 방으로
음악·OTT 사이트 유료 회원 갈수록 늘어…70대도 유튜브 이용률 증가

박윤미 기자 | 기사입력 2022/01/05 [16:09]

[라떼와얼죽아] 누워서도 걸으면서도 콘텐츠 즐기는 요즘 "공짜는 없어"

시간 맞춰 TV 앞에 모였던 가족들, 이제는 스마트폰 들고 각자 방으로
음악·OTT 사이트 유료 회원 갈수록 늘어…70대도 유튜브 이용률 증가

박윤미 기자 | 입력 : 2022/01/05 [16:09]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MZ세대 그리고 MZ세대가 아닌 세대들의 일과 놀이 등 '세대문화'를 비교·탐색합니다. 부디 서로의 '다름'이 '신기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남다른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신비한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 1975년생 최경선 씨의 멜론 플레이리스트.(사진=팝콘뉴스)     ©팝콘뉴스

 

"예전에 '응답하라 1988' 보면 텔레비전 앞에 식구들이 다 같이 앉아 있고 그랬잖아요. 분위기가 좋다고 볼 수도 있긴 한데, 그때는 대안이 없으니 그래야만 했던 거고 지금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각자 원하는 방법으로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기도 하고 텔레비전 스케줄에 내가 맞추지 않아도 되니까 저는 지금이 좋은 것 같아요." -경기도 김포시 고촌 송호경(20. 예비 대학생)

 

"요즘은 구독 문화가 대세인 시기라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뿐 아니라 포토샵 같은 툴도 구독해서 쓰는 세상이잖아요. 돈만 놓고 따졌을 때 어떤 게 더 이득인지 따져보지는 않았는데 저는 흐름에 따라가는 편이라 나름 이것저것 구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뉴스는 시간 맞춰 텔레비전으로 보는 편이고요." -서울 강서구 마곡 최경선(48. 포토그래퍼)

 

요즘 10~40대들은 집뿐 아니라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움직이며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그 값을 정확히 치른다. 1990~2000년대처럼 텔레비전에서 방영 중인 프로그램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한다거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공테이프에 녹음해 워크맨에 꽂아 듣고 다니는 이는 볼 수 없다. 세상은 간편하고 가벼워졌다.

 

요즘 50~60대들은 예전 50~60대와 같지 않다. 매우 젊고 스마트하다. 이들 중에도 월정액을 내며 영화나 드라마, TV 예능 등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물론 MZ세대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50~60세대에게는 다소 불편하기는 해도 광고를 시청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영상을 마음껏, 그것도 무료로 볼 수 있는 '유튜브'라는 대안이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평일 또는 주말 정해진 시간에 방영되는 드라마를 시청하기 위해 집안 식구들은 TV 앞에 모여 앉아야 했다. 이런 장면은 대부분 집에서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었다. 또한 집집이 뉴스나 야구를 고집하는 '빌런'이 있었을 것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음원 스트리밍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 iOS+안드로이드)는 멜론 812만 명, 지니뮤직 422만 명, FLO(플로) 278만 명, 바이브 84만 명, 벅스 50만 명 순이었다.

 

2015년 유튜브 레드에서 2018년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이름을 바꾼 '유료 요금제'는 6년 지난 2021년 9월 기준 유료 가입자 수만 5000만 명 정도라고 한다. 전년도인 2020년 유료 가입자 수가 3000만 명인 점을 놓고 볼 때 이른 시간에 급속도로 많은 유료 회원을 확보한 것을 알 수 있다. 구글 본사에서는 정확한 한국의 유튜브 프리미엄 및 뮤직 유료 가입자 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5000만 명 유료 가입자를 공개하면서 한국, 일본, 러시아, 브라질에서 유료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힌 점을 놓고 볼 때 국내 유료 가입자 수가 대폭 증가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2021년 11월 기준 국내 OTT(over-the-top, 인터넷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 TV 방송 등의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MAU는 다음과 같다. ▲웨이브 457만 명 ▲티빙 396만 명 ▲쿠팡플레이 268만 명 ▲왓챠 129만 명.

 

최근 SKT이나 KT LGT 등 통신사에서는 OTT 서비스를 결합한 요금제로 MZ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까지 끌어당기고 있다. 유플러스에서는 지난해부터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팩'을 5G/LTE 프리미어 플러스(105 요금제) 이상 사용자에 한해 제공하고 있다. KT에서도 디즈니 플러스 가입 및 3개월 이상 유지를 조건으로 하는 '디즈니 플러스 초이스 요금제'를 열심히 밀고 있다. 그만큼 스마트폰과 OTT 서비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는 증명인 셈이다. 

 

▲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팬인 송호경 양이 인증샷. 그들이 컴백하면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FLO에서 그들의 곡을 24시간 스트리밍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올해 대학생이 되는 송호경 씨는 음원 사이트 FLO 그리고 넷플릭스 유료 회원이다. 호경 씨는 FLO에서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와 가수 소미(전소미)의 노래를 가장 많이 듣고 최근에 나온 다른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도 자주 찾아 듣는다. 엄마 아빠의 영향으로 친구들보다 X세대 노래도 많이 아는 편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컴백하면 일단 며칠 동안은 그들의 곡을 종일 '스밍'(스트리밍) 한다. 잘 때도 한다. 내 가수 1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 하나에서 자처하는 노동이다. 음원 사이트 유료 회원이 아니라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수능을 치르고 면접까지 마친 뒤로는 넷플릭스에서 그동안 보고 싶었던 드라마와 예능을 몰아보고 있다.

 

TV를 아예 안 보는 것은 아니지만, 잠들기 전까지 누워서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시청하는 재미가 훨씬 좋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릴 때는 아무래도 유튜브를 제일 많이 켜게 된다. 에어팟은 필수. 

 

계산해보니 용돈으로 월 2만 원 정도를 FLO와 넷플릭스에 쓰고 있다.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덕질'에는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팀이 컴백하면 일단 앨범을 사야 한다. 응원봉 같은 굿즈도 사지 않을 수 없다. 슬로건이나 포카(포토카드)를 구하는데도 돈이 필요해 평소 용돈을 모아 사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내 가수가 좋으니까. 그리고 내가 좋으니까."

 

▲ 1975년생 최경선 씨가 오래 소장했던 CD와 DVD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작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사진 찍는 일을 겸하는 최경선 씨는 멜론, 넷플릭스 유료 회원이다.

 

가수 윤미래, 김동률, 이소라 팬인 그는 한때 회사원 생활을 하며 장거리 출장을 많이 다녔는데 라디오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는 지역에서는 멜론으로 음악을 들었다.

 

또래와 비교하면 감각이 젊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카페를 찾는 고객들이 10~30대로 대부분 젊은 이유도 있지만 스스로 감각이 녹슬지 않게끔 의식하며 살고도 있다.

 

그가 매달 지출하는 비용 중에는 멜론, 넷플릭스 말고도 사진 작업에 필요한 포토샵 툴 구독료도 있다. 예전에는 프로그램을 구매해 개인 컴퓨터에 설치하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월 구독료를 내는 세상이 됐다. 10년 뒤에 옛날 방식을 이야기하면 MZ세대보다 어린 친구들은 믿지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유튜브는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 들어가 보는 편이기는 하지만 유료 회원이 될 정도로 충성 시청자는 아니다. 그저 시간 때우는 용도로만 이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튜브의 최대 장점은 케케묵은 과거까지 소환할 수 있다는 것. 오래 보관했던 노래 테이프와 CD들을 용기 내 버렸지만, 가끔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천만다행으로 유튜브가 그 감성을 채워주고 있다. 유튜브가 소환하지 못하는 과거는 없다고 그는 믿고 있다.

 

최 씨는 쉬는 날 아내와 넷플릭스에서 '방구석 1열'을 시청하며 피자나 치킨을 시켜 먹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 구독료는 아깝지 않다. 비밀인데 지난달 아내가 뒤늦게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보고 싶다면서 IPTV 월정액을 끊은 것은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다. 

 

요즘 어린 친구들이 용돈을 아껴 자신과 가족이 아닌 연예인들에게 쓰는 게 이해가 된다고는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본인을 즐겁게 하는 일이라면 한 번쯤 자세히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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