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번째 취미, '북아트'

▲ (사진=롤링페이퍼) © 팝콘뉴스


(팝콘뉴스=강나은 기자)살다 보면, 나에게 있어 소중하고 애틋한 책 한 권쯤은 생기기 마련이다. 내 사진이 담긴 사진첩이 될 수도, 어렸을 때부터 써온 일기일 수도 있으며,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나 누군가가 특별한 의미를 담아 선물해준 책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앞으로 내가 써 내려갈 다이어리나 노트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특별한 책 한 권을 더욱 특별하고,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내는 '북아트'가 이번 취미학개론에서 배워볼 과목이다.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혹은 사랑하고 싶은 이들에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로는 책 내용을 깊이 간직하고 싶은 이들. 이들은 하나의 책을 여러 번 읽곤 하는데,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척도에 따라 책 표지가 닳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내 감상대로 책 표지를 새로 만들거나 수선한다면, 책을 아끼는 만큼 책 표지가 특별해질 것이다.

두 번째로는 수집가의 면모를 가진 이들이다. 책 내용도 책 내용이지만, 책 자체를 갖고 싶다는 소유욕이 강한 이들. 이들에게 책 표지는 책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들에게 책 표지를 수선하거나 만드는 북아트 취미는 새로운 수집의 방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 혹은 책을 사랑하고 싶은 이들에게 북아트는 특별한 책을 만든다는 의미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선물한다. 지난 추억을 간직하는 일, 앞으로 쌓을 추억을 기대하는 일도 북아트로 이루어질 수 있다. 어렸을 때 썼던 소중한 일기나 사진첩 표지를 수선하거나 만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며, 매년 사용할 다이어리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은 기대되는 일이기도 하다. 원하는 소재로, 꿈꿔오던 스타일로 하나밖에 없는 책을 만들어 간직할 수 있기에 이 책에 대한 애정도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 (사진=롤링페이퍼) © 팝콘뉴스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책을 만드는 방법


책을 만드는 방법은 책의 기능이나 디자인에 따라, 제작자의 취향에 따라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기본적인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우선은 제본 방식에 따라 실제본과 떡제본으로 나뉜다. 실제본을 하려면 제본 실과 제본 바늘이 필요하며, 실로 바느질하듯 책을 만든다. 떡제본을 하려면 제본 풀만 가지고도 책을 만들 수 있으며, 접착제를 통해 종이가 밀리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종이를 고정해 책을 만든다.

두 번째로는 책 표지를 만드는 방법이다. 양장 책을 만들 때는 두껍고 딱딱한 판지가 필요하고, 가볍고 부드러운 표지를 만들 때는 얇은 종이만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 다만 오래 간직할 책이라면 그만큼 내구성이 높은 하드 표지를 추천한다. 책 표지 소재에 따라서 표지를 만드는 방식은 많은 차이를 보이기도 하는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도구들로도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사진=롤링페이퍼) © 팝콘뉴스


2030을 위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북아트


강혜원 롤링페이퍼 대표는 2030을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실제본에 있어 실과 바늘에 익숙지 않아 바늘에 실을 꿰는 것부터 힘들어하거나 조금이라도 잘 안되면 포기하려는 이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책을 만드는 시간 자체가 힐링이라고 생각해 1~2년 이상 꾸준히 배우는 이들도 만나곤 한다.

"강의를 10년 넘게 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기억에 남아서 한 분을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오랫동안 공방을 꾸준히 다니시며 진심으로 행복해하시고, 즐기면서 만드시는 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런 분들이 계신 덕분에 저도 북아트의 가치를 느끼며 일을 계속해올 수 있죠."

2030세대 사이에서 이러한 북아트가 색다른 취미 중 하나로 사랑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사진도, 글도 쉽게 기록하고, 쉽게 삭제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렇기에 예전과는 달리 다이어리를 꾸민다거나 사진을 인화해서 앨범을 만드는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날로그'에 대한 감성을 갈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강혜원 롤링페이퍼 대표는 북아트에서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북아트는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완성하는 즐거움과 수고스러움이 잊고 있던 내면의 깨달음과 진정성을 느끼게 해줍니다. 책을 한 권 만드는 데에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주, 몇 달이 걸리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수강생분들끼리 서로가 만든 작품을 공유하면서 시각이 넓어지기도 해요. 북아트는 단순히 나만의 책을 소장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고 감수성을 깨우는 방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라락 종이를 넘기는 소리와 촉감 등 종이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함을 즐길 수도 있어요."

차가운 액정 화면을 터치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는 가끔은 종이의 따뜻함이 그립다. 너무도 쉽게 추억을 쓰고 지우는 것에 익숙한 우리는 가끔은 쉽게 되돌릴 수 없고, 삐뚤빼뚤하게 쓸 수밖에 없는 불편함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북아트에 빠져드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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