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쪽방촌에 살아도, 거리에 살아도 존엄한 삶과 죽음 가능해야"

22일 홈리스 추모제 앞두고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1/12/15 [14:56]

[현장] "쪽방촌에 살아도, 거리에 살아도 존엄한 삶과 죽음 가능해야"

22일 홈리스 추모제 앞두고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1/12/15 [14:56]

▲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 인근 계단에 쪽방촌, 거리 등에서 생활하다 숨진 이들의 이름이 영정사진 액자에 각각 담겨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언젠가는 닥칠 일이지만, (홈리스야학) 학생 중 누군가 임종을 맞아도 학생분들의 장례를 직접 치러줄 수 없다. 현행 장사법상 연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황성철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2021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하 추모제기획단)은 오는 22일 동짓날 열리는 홈리스 추모제를 앞두고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쪽방촌 등 비적정거주지 거주민, 거리 홈리스 등 홈리스의 존엄한 삶과 죽음을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황성철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점차 무연고자의 죽음과 장례가 공공영역에서 다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사업무를 보면 '내뜻대로장례'와 '가족대신장례'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침에도 연고자 해석례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보니, 담당 공무원 등의 인식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고인의 생전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지 않고, 사회적 유대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추모와 애도가 법에 의해 막혀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행 장사법은 연고자를 배우자, 자녀, 부모,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의 순서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친족'이 아닌 사실혼 관계, 지속적 간병을 제공한 경우, 동거인 등은 시신 인수가 어렵다.

 

연고자가 있더라도 장례비용 부담 등으로 시신인수를 포기하는 경우에는 무연고자 장례로 진행된다. 이 경우, 각 지자체 공영장례조례에 따라 절차가 진행된다. 현재 17개 광역지자체 중 9개 지자체에 공영장례조례가 있다. 아직 중앙 차원의 공영장례제도는 없는 상황이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서울시는 공영장례자를) 봉안당에 안치하고 있지만, 상시 고인을 만나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일 년에 한 번, 10월 17일 빈곤철폐의날 무연고 합동추모제 때 열린다"며 "잠깐 들어가서 쌓여있는 유골함 중 지인, 동료를 추모하고 나오는 것이 공영장례의 의미(취지)는 아닐 것"이라고 통합된 공영장례제도 추진을 요구했다.

 

▲ 15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2021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현장     ©팝콘뉴스

 

지난 1년간 코로나19 방역체계가 홈리스를 배제하면서 홈리스들의 삶의 조건이 악화한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경희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관련 법과 지침에 따라 노숙인등은 지정인 의료시설만을 사용할 수 있는데, 코로나 유행이 시작되면서 지정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대부분 바뀌었다. 지정병원 제도를 폐지하고 지정병원 외 병원도 이용할 수 있게 신속히 조치했어야 했지만, 올 한 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홈리스분들은 10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홈리스의 확진 판정 등 자가격리가 필요할 시 가능한 조건을 갖춰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거리 홈리스 등은 센터 이용과 시립 급식소 이용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PCR 검사를 진행해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확진 판정 및 밀접접촉 판정 시 적절한 격리시설을 공공이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과 11월 보건당국은 "감염에 취약하거나 화장실 등 필수공간 분리가 어려운 환경인 경우 입원(입소) 치료나 생활치료센터에 우선 입소토록 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만, 여전히 고시원에 그대로 거주하거나 별도 마련된 컨테이너 박스 등에서 생활하는 확진자 및 밀접접촉자가 적지 않다고 추모기획단은 설명했다.

 

정성철 사무국장은 "(용산역 등이) 거리홈리스들의 짐에 '철도안전법'이라고 적힌 종이를 붙이며 해당 짐을 수거해간 일이 있다"며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몸을 누이고 바이러스로부터 내 몸의 안전을 지키는 공간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안전한 공공공간에서 쫓아내고 짐을 마음대로 쓰레기 처분하는 폭력이 공공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를 막아야 하는 게 공공의 역할"이라고 짚었다.

 

한편, 추모제기획단에 따르면,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노숙인 자활·재활·일시보호시설 등 복지시설 기능보강 예산은 2021년 약 5억5000만 원에서 약 4억1000만 원으로 25%가량 감액됐다.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기능보강 비용이 새롭게 책정됐으나 서울역 응급구호방의 칸막이 설치 비용 등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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