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일정 밀리면서 정시 셈법도 복잡
2014학년도 수능 상황 반복될까 우려도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 선택과목인 생명과학Ⅱ 점수 발표 유예로 입시 일정이 연기되면서 수험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시 전형 당락을 가늠하는 것도, 정시 전략을 짜는 것도, 판결 이후에야 가능해진 까닭이다.

■ 수시 전형 일정 줄줄이 연기..."해당 과목 응시생 문제만 아냐"

지난 10일 2022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영역에서 생명과학Ⅱ를 응시한 학생들은 해당 과목 성적이 빈칸으로 표기된 성적표를 손에 들었다.

수험생들이 해당 과목 20번 문제에 오류가 있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제기한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으로, 법원이 해당 과목 점수 발표 유예를 결정하면서다. 해당 과목 성적이 기재된 성적표는 오는 17일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는 대로 교부된다.

이에 따라 수시 전형 일정 역시 조정됐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기존 17~20일로 예정됐던 수시 합격자 등록일을 18~21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미등록 충원 기간은 21~27일에서 22~28일로 미뤄졌다.

각 대학은 가능한 교육부가 고지한 일정에 맞춰 합격자 발표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각 대학은 당초 수능 성적이 발표되는 이달 10일부터 최저 등급 이하 학생을 추릴 수 있었지만, 현재 일정에 따르면 성적 발표 하루 만에 수시 전형 합격자를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대 입학처 관계자는 "17일 결과가 나오면 저녁에 자료를 받는 대로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고, 중앙대 입학처 관계자 역시 "(일정은) 아직 논의 중이다. 변동사항이 생기면 공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 수험생들의 불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특히, 생명과학Ⅱ 과목은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최상위권 성적의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과목이라는 데서, 한 문제 차이가 학생들의 대입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입시계의 설명이다.

서울 소재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의대 준비하는 친구들은 (수시)최저등급 기준을 맞춰야 하는데, 이 문제로 등급이 '1'에서 '2'가 되면 최저등급을 못 맞추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라며 "(수시 논술 전형에서) 논술 성적 등이 좋아도 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음악대학 제외, 지역균형선발전형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3개 영역 합 3등급 이내로 제시하고 있다. 중앙대는 약학부, 의학부 기준 수시 논술전형에서 4개 영역 합 5등급 이내가 수능 최저 기준이다.

또, 생명과학Ⅱ 과목을 보지 않은 수험생들 역시 일정 지연으로 정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시 전형은 이달 30일부터 다음 해 1월 3일까지 기존 일정 그대로 진행되지만, 변수 중 하나인 '수시에서 정시로 넘어오는 학생 수'를 17일 이후에야 가늠해볼 수 있게 된 까닭이다.

해당 학원 관계자는 "이과생들이 문과를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전원 정답 처리 등으로 점수가 바뀌면) 여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한 과목(응시생)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 재판 항소심으로 이어질까 우려도...평가원 "모든 방향 논의 중"

행정소송이 입시 일정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 '후폭풍'도 우려된다.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과목 8번출제 오류를 제기한 행정소송의 경우, 재판이 항소심까지 이어진 끝에 시험 다음 해인 2014년 10월 16일 재판부가 '정답없음'을 인정했다. 이후 별도 민사 소송을 통해 부산고법이 국가와 평가원에 피해학생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결정하면서 소송이 마무리된 바 있다.

이후 2016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A형, 2021학년도 정치와 법 과목에 대해 출제 오류 관련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전자는 평가원이 승소했고, 후자는 현재 진행 중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1심 판결 이후 대응에 대해 "(항소를 포함한) 모든 방향에 대해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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