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수혜자 아닌 주민...'아파트 쪽방' 반복 안 돼"

양동 쪽방촌 주민들 "평생 살 집인데 10년 넘은 최저주거기준 부적절"
비자발 퇴거주민 대책 요구도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1/12/09 [16:31]

[현장] "수혜자 아닌 주민...'아파트 쪽방' 반복 안 돼"

양동 쪽방촌 주민들 "평생 살 집인데 10년 넘은 최저주거기준 부적절"
비자발 퇴거주민 대책 요구도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1/12/09 [16:31]

▲ 9일 중구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대주택 등 이주대책이 포함된 민간개발이 결정된 양동 재개발지구의 양동 쪽방 주민회 및 연대단체들이 '이주대책 사각지대 해소' 등 주민요구를 담은 피켓을 각각 들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쪽방촌 주민들은 서울시와 중구청장에 결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용명중 양동 쪽방주민회 위원장)

 

9일 양동 쪽방주민회 및 2021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서울시 중구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제 11·12지구(남대문로 580번지 일대, 이하 양동 쪽방촌)에 건설되는 영구 공공임대주택에 관한 주민 의견서를 중구청에 전달했다.

 

양동 쪽방촌은 민간 재개발 지구로, 주민 및 연대 단체가 '내쫓김 없는 재개발'을 지속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중구가 응답하면서 영구 공공임대주택 등 이주대책을 별도로 마련하는 민간개발로 진행되고 있다.

 

관련 계획은 지난 6월 공람공고, 11월 재공람공고를 통해 주민들에게 알려졌으며, 재공람공고에 따른 주민의견 수렴 시한은 오는 10일까지다.

 

이번 주민의견서에는 주민 109명의 서명이 담겼다. 양동 쪽방촌 거주민(약 200여 명)의 절반 수준이다.

 

의견서는 ▲최소면적이 아닌 적정규모의 임대주택 제공 ▲비수급자, 거동불편자, 비자발적 퇴거자 등 이주대책 사각지대 해소 ▲세부개발 계획,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관해 쪽방주민회와 논의할 것 등의 세 가지 요구를 담고 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쪽방 면적이 1~2평이라면서 4평짜리 아파트에서 살게 해주겠다는데 왜 욕심을 부리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공급되는 주택은 이분들이 평생 살 집이다. 방이 아닌 집을 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발표된 '정비계획 변경 결정(안)'은 공공임대주택의 호당 면적을 14㎡(약 4.2평)로 정하고 있다. 법정최소주거기준에 따른 것이지만, 현재 서울시 영구임대주택 전용면적이 1~2인 가구 기준 30㎡ 미만으로 설정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최근 공공주택사업지구로 지정된 영등포와 동자동 쪽방촌의 경우, 호당 공급면적은 호당 16㎡, 18㎡다.

 

이 활동가는 "14㎡는 법정최소주거기준을 딱 지키는 수준이다. 벌써 정해진 지 10년이 넘은 기준이고, 1인 최소주거기준을 23㎡로 늘려야 한다는 법안이 국회에도 발의돼 있다"며 "영구임대주택도 20㎡ 이상을 공급해 오다가 최근 청년 1인가구용 임대주택(14㎡~20㎡)을 공급하면서 줄었는데, 이 경우 6년 주거 기간을 두고 (한시적으로) 주거할 수 있게끔 한 것"이라며 영구임대주택에 적합한 주거기준을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 9일 기자회견에서 양동 전 주민인 박선남 씨가 발언하고 있다  © 팝콘뉴스

 

집주인의 전입신고 거부 등으로 비자발적으로 퇴거한 주민들의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지난 5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양동 쪽방에서 거주한 전 주민 박선남 씨는 "(부채 등 문제로) 8, 9월에 전입신고를 해야겠다고 하니까, 안 해준다며 시행사 담당자가 펄펄 뛰더라. 동사무소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실거주 5개월인데 주민등록(전입신고)을 안 해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 씨는 동사무소에서 실거주 실태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듣고 거주지 미상으로 수급이 끊어질 것을 우려해 다른 동네로 거처를 옮겼다.

 

도시정비 관련 법률에 따르면, 정비 시행 전 정비지구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거주민에게는 임대주택 등 이주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계약서 작성 없이 입주한 경우, 전입신고 거부, 직접적 퇴거요구 등에 대항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이주대책 마련 전 비자발적으로 거처를 옮기는 경우가 발생해 왔다는 지적이다.

 

개발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 역시 요구됐다. 이 활동가는 "시나 구청은 (쪽방촌 주민들을) 복지 수혜자로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분들은 권리를 가진 분들이고 당연한 주거권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 마을이 어떻게 유지되고 가꿔지길 원하는지, 임대주택 들어가서도 이 마을의 주인으로, 주체로 살아갈 수 있을지 협의하는 권리 주체로 (쪽방 주민들을) 인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날 제출된 주민의견서에 대해 "정비계획 상 전용면적이 14㎡ 이상인데, 향후 건축계획 시 사회복지시설 대지규모 및 밀도 등을 고려해 쪽방 주민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향후 중구청은 이날 전달된 주민의견서 등 공람 사항을 검토하고, 서울시에 공람내용을 제출하며 정비계획 결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남대문쪽방촌, 양동, 쪽방촌, 현장의 목소리 관련기사목록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