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일삼다 사건 드러나자 심신미약, 정신질환 주장하며 변호사까지 고용

▲ 군산 푸들 사건을 파헤친 군산길고양이돌보미 측에서 제공한 푸들 모습(사진=군산길고양이돌보미)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동물 반려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동물학대 사건'이 또 발생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푸들만 19마리를 입양해 물고문, 불고문, 신체 절단과 같은 무자비한 방법으로 죽인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자신이 심신미약, 정신질환자라고 주장하며 변호사까지 고용, 이 사건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지난 7일 군산에서 고양이 쉼터를 운영하는 '군산길고양이돌보미' 대표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군산 푸들 사건'에 관해 상세히 기술하며, 이를 계기로 동물보호법이 강화돼야 함을 주장하는 글 하나를 게시했다. 청원 하루도 채 되지 않은 8일 오후 4시 30분경 이 글에 동의한 사람은 7만 3000여 명이나 된다.

'군산 푸들 사건'이 세간에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은 이 사건의 피의자인 B씨에게 푸들을 입양 보냈던 전 견주들이 B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기면서다.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공론화 시킨 군산길고양이돌보미 측에 따르면 피의자 B씨는 지난 8월 18일 푸들을 처음 입양했으나 한 달 만에 잃어버렸고 이를 전 주인에게 통보했다. B씨는 열흘 정도 지난 같은 달 29일에 또다시 푸들 두 마리를 입양했지만, 처음 입양한 푸들과 마찬가지로 한 달 만에 잃어버렸다.

B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B씨는 또다시 푸들을 입양했고, 그렇게 네 번째 식구가 된 푸들 또한 입양 한 달 만에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다. 정상인이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 B씨에게서 패턴화돼 나타난 것이다.

개를 잃어버렸다는 말을 납득하기 어려웠던 한 견주는 자신이 입양 보낸 개를 직접 찾기 위해 관련 커뮤니티에 실종 글을 게시하는 한편 피의자가 사는 동네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견주가 자신이 입양 보낸 개와 똑같은 옷을 입은 같은 품종의 개 실종 전단을 보게 됐고, 그렇게 연락이 된 두 견주는 동일인에게 푸들을 입양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이후 또 다른 피해자가 등장했고, 이때부터 사건은 동물 반려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피해자들의 글이 SNS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이를 본 군산 소재 동물보호단체 군산길고양이돌보미에서는 실종된 개들을 찾는 데 도움을 주겠다며 선뜻 손을 내밀었고, 이로써 '군산 푸들 사건'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현재 이 사건은 언론 및 많은 유튜버가 다루고 있다.

▲ 군산 푸들 사건 탄원서.(사진=군산길고양이돌보미) © 팝콘뉴스

청원 글을 올린 군산길고양이돌보미 대표 A씨는 "피해자들과 연락한 결과 입양자(피의자) B씨가 입양 당시 한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며 "11월 27일 견주들이 B씨를 만나러 찾아갔으나 B씨는 연락받지 않았고 11월 28일과 29일에는 먼저 연락해 커뮤니티에 올린 글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될 위기이니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끝까지 개들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B씨는 공기업에 근무 중이며, 현재는 이 사건을 의식해서인지 휴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길고양이돌보미(이하 단체) 측에서는 입양자 B씨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당시 B씨 집에는 정작 개는 한 마리도 없으면서 케이지와 용품만 잔뜩 쌓여 있었다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단체 관계자들은 오랜 시간 B씨를 설득했고 마침내 그가 그동안 입양했던 모든 푸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자백받을 수 있었다.

이후 단체는 B씨가 사는 아파트 화단에서 푸들 사체 두 구를 찾아냈으며, 곧바로 사건을 경찰에 접수한 뒤 죽은 개들을 부검에 맡겼다.

부검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할 만한 사실이 밝혀졌다. 푸들 한 마리는 머리뼈 골절과 아래턱 골절을 입었으며 또 다른 한 마리는 몸 전체가 불에 타 있었다. B씨의 학대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단체 대표 A씨는 "사체를 더 찾고 싶었으나 시간이 늦은데다 관리사무소의 제지 등으로 불가했다"며 "이후 12월 2일 급히 B씨의 집으로 갔더니 아파트 화단 여러 곳이 파헤쳐져 있었다. B씨가 증거 인멸할 것이 우려돼 사건 담당 형사에게 긴급히 연락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B씨를 긴급체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B씨는 자신의 심신미약, 정신질환 등을 주장하며 개 학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B씨 입회하에 이뤄진 경찰의 현장검증에서 개 사체 네 구가 추가로 발견됐으며 단체 또한 추가로 죽은 개 두 마리를 찾아냈다. 이처럼 B씨 집 근처에서만 B씨가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개 총 여덟 마리가 발견됐다.

B씨의 잔인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찰 조사 중 B씨의 휴대폰에서 무려 열아홉 마리 개 입양 사실이 확인됐던 것. 이에 경찰은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 처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단체 측은 "그동안 동물학대 사건은 정말 많았다. 대부분 우발적인 범죄였으며 학대한 자들은 고학력자이기보다는 사회의 소외계층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군산에서 벌어진 사건은 특이점이 많은데 첫 번째는 피해견 모두가 푸들이며, 두 번째는 피의자가 정상적인 가정을 이룬 공공기관 재직자라는 것, 세 번째는 범죄 대상이 은폐 및 관리가 소홀한 유기견이 아닌 입양하는 방식이었던 점, 네 번째는 학대를 일삼고 있으면서도 전 주인에게는 본인이 아주 잘 보살피는 듯 거짓말한 점, 다섯 번째는 사체를 대범하게도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매립한 점, 마지막 여섯 번째는 학대 후 치료하고 또다시 학대하는 등 반복적인 가학 성향을 보인 점 등이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동물 학대와는 달리 매우 정교하고 치밀한데다 피의자가 대범함까지 갖추는 등 복합적인 성향이 있어 기존 동물 학대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주장이다.

SNS에서는 이번 '군산 푸들 사건'이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있다. 8일 현재 인스타그램에는 '군산푸들', '군산푸들학대사건', '군산푸들학대', '군산푸들학대및살해' 등 해당 사건 관련 해시태그가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다. 그만큼 많은 리그램(게시물을 자신의 계정으로 복사해서 재 게시 하는 것)이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단체에서는 경찰에 부검 이후 개와 전 주인 간의 작별인사 할 수 있는 시간을 요청했으며, 전 견주들이 "악취가 나도 좋고, 오물이 묻어도 상관없다. (개들을 그냥 보내면) 우리 마음은 어째야 하냐"는 심경과 함께 개들의 장례를 직접 치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으나, 경찰에서는 전염병 등의 이유로 부검 후 개 사체를 소각 처리해야 한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전북 군산경찰서에서는 "수사 중인 사건이라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다"면서도 "동물 학대에 대해 국민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도 심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물권을 위해 익명으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이 사건에 대한 탄원서는 당연히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할 것이며, 이에 추가해 표창원 전 국회의원과 같은 '범죄심리학자'에 요청해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또 "이 자의 범죄가 단순 동물 학대 수준을 넘어서는 것임을 반드시 범죄심리학적 근거를 가지고 수사기관과 재판부에 피력해야 한다"며 "혹시 동물단체나 표창원 전 의원을 통해 미국 FBI 등의 논문을 첨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키워드

#동물학대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