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쿰하고도 퀴퀴한 일기

▲ (사진=카카오웹툰 '퀴퀴한 일기') © 팝콘뉴스


(팝콘뉴스=강나은 기자)대다수의 웹툰과 달리 일상툰은 낯선 작가의 삶의 궤적을 함께 살아가는 기분입니다. 이십 대 후반, 늘 친구들과 수다 삼매경이었던 그는 이제 결혼해서 남편과 깨 볶으며 살고 있고, 아이 둘을 낳았습니다. 가끔은 오랜만에 웹툰을 몰아 보면서도 그가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쿰쿰하고도 퀴퀴하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위로받곤 합니다.

* 과거의 우리의 문화생활은 어땠나요? 음악을 감상하고, 책을 음미하며 산책을 즐기기도 했죠.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문화생활은 어떤가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동영상을 즐기며, 책을 읽기도 하고, 운동도 합니다. 우리의 문화생활 모두가 어느새 스마트폰 속으로 쏘옥 들어갔죠. 그런데 너무 콘텐츠가 많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디지털 문화생활'에서 애플리케이션, 유튜브,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내 손바닥 위에서 즐기는 디지털 문화생활,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써 내려 온 퀴퀴한 일기


'퀴퀴한 일기'는 과거 네이버 베스트 도전 시기, 'fiction or nonfiction'이라는 이름으로 연재될 당시에는 '즈질스럽고 소심한 그녀의 쿰쿰한 일상다반사'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스크롤을 압박할 만큼 이 만화의 설명을 줄줄 늘어놓는다고 해도 이보다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을 테죠.

'즈질스럽고 소심하고 쿰쿰'하긴 해도 의외로 긍정적이고, 위로되는 내용, 크라프트지 배경에 손수 쓴 듯한 글씨체, 좀 막 그린 것 같은 목이 없는 이등신의 꽤 귀여운 캐릭터는 네이버 베스트 도전을 거쳐 다음 웹툰으로 넘어와 성황리에 연재되고 있는데요. 그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일상을 그린 만화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심심하고 특별한 게 없으면 재미없어지기 쉽습니다. 즉, 눈에 보이면 읽지만, 굳이 매일 찾아가 읽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게 되죠.

매력적인 일상툰은 보통 두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세심한 관찰력으로 일상을 클로즈업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사례는 일반적이되 그것으로부터 끌어내는 생각이 독특한 경우입니다. 퀴퀴한 일기는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개그로, 가끔은 감성으로, 어떨 때는 기발한 상상으로 많은 장르를 넘나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찰진 비유와 깨알 같은 개그감, 요망요망 열매를 씨까지 씹어먹는 작가의 매력이 가장 큰 역할을 해냅니다.

작가 외에 주변 캐릭터 또한 굉장히 매력적인데요.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결혼 후 외국에서 생활하는 '간호사 친구'나 주인공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개', 파마머리 엄마의 원형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엄마' 등 작가의 주변 인물들과의 솔직한 일화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자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주던 개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가끔 작가가 회상에 젖게 만들고, 이제 남편과 아이들이 주 등장인물로 바뀌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결혼 전부터 연하와 연애하겠다는 그의 소원이 이루어져 정말 연하 남편과 결혼했다는 점인데요. 게다가 남편은 웹툰에서 연애 발표했을 당시부터 늘 늘어져 어깨가 약간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데, 그것이 작가의 '변태성'과 잘 맞아떨어져 둘이 천생연분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그 사이 시간이 많이 흘렀나 봅니다. 그 주변의 세계가 새삼 많이 바뀌었네요. 아마 저도 그만큼 나이를 먹은 거겠죠.

▲ (사진=카카오웹툰 '퀴퀴한 일기') © 팝콘뉴스


'쿡쿡'하고도 '키키' 웃을 만한 독특함


그림이 프로페셔널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일상툰에 웰메이드 그림 표현을 기대할 리도 없지만, 그렇다고 매우 귀여운 그림으로 보이지도 않고, 어딘지 좀 추레하고 어딘지 이상한 상태의 캐릭터가 이상하게 자꾸 끌립니다.

하지만 그 메시지만큼은 가끔 ‘웰메이드’를 추구할 때도 있습니다. 아니, 추구하지는 않았지만, 저절로 그려진 느낌이랄까요. 현실적이면서도,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안고 있어서일 겁니다.

가장 유명했던 화는 인터넷 게시판에 자주 링크되었던 '호감도가 상승하는 그 순간'인데요. 여자 둘이 나와 스포츠 중계하듯 남자에게 호감을 느꼈던 순간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죠. '야생마 마냥 개드립치는 망나니 여자를 쓰다듬 한 번으로 순한 양으로 만들 수 있는 자상한 면모'라는 글과 함께 그림에서 한 남자가 망나니의 몸뚱이로 그려진 여자를 '똥개야'라고 부르며 쓰다듬자 볼이 발그레한 여자 양으로 변합니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에피소드로는 간호사인 베프와 헤어지는 순간을 담은 '흉인서울 4'가 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목길을 돌아섰다. 멍이 들어 아픈 곳을 괜히 눌러보는 것처럼 텅 빈 자리를 다시 한번 보고 싶었지만, 그냥 그렇게. 다음에 봐'라며 친구를 떠나보냅니다.

최근에는 주로 진지함을 못 참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데요. 어렸을 때 꿈이 없었다던 작가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써 내려가고, 그 좋아하는 것들을 하다 보니 자신감이 자라났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긴 꿈은 '졸부', 남편이 조금은 어이없어하다가 '근데 생각해 보니 좋긴 하겠다. 졸지에 부자라니'라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 졸부가 졸지에 부자야? 졸X 부자 아니고?'

이렇듯 소소하지만 심심하지는 않고 시크하지만 쿨하지는(차갑지는) 않은 일상툰을 보고 싶다면, 퀴퀴한 일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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