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폰으로 모바일뱅킹 해 자신의 계좌로 이체, 소액결제로는 게임아이템 사
우발적 범행 주장·반성문 제출했지만, 재판부 "장기간 격리 필요"


(팝콘뉴스=박윤미 기자)친누나를 흉기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한 뒤 여행용 가방에 담아 열흘간 옥상에 숨겨놨다가 이후 렌터카를 빌려 집과 멀리 떨어진 지역의 한적한 농수로에 버리고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낸 20대 패륜 남동생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30년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박재영 김상철 부장판사)는 25일 항소심 재판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ㄱ씨(27)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진심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할 필요가 있다"며 "1심 형량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에 앞서 ㄱ씨의 1심 선고공판은 지난 8월 12일 인천지법에서 열렸다. ㄱ씨는 재판 기간 중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21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제12형사부(김상우 부장판사)는 ㄱ씨의 범행을 중죄로 보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ㄱ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새벽 2시 50분께 인천시 남동구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친누나(30대)를 날카로운 흉기로 30차례 이상 찔러 살해했다.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ㄱ씨는 누나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열흘이나 아파트 옥상 창고에 버려두었다. 그러나 곧 시신이 부패하면서 발생할 여러 가지 상황을 염려, 렌터카를 빌려 시신이 든 가방을 싣고 인적이 드문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의 한 농수로에 유기했다.

ㄱ씨는 부모가 누나의 안위를 걱정하며 경찰에 가출 신고하자 죽은 누나의 휴대폰을 임의로 조작해 부모는 물론 경찰 수사관들의 눈까지 속였다. 또 누나 휴대전화에 들어있던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우고는 혼자 누나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처럼 꾸몄는데, 이 같은 수법에 속은 ㄱ씨 부모는 올해 4월 1일 딸의 가출 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ㄱ씨의 범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모바일뱅킹을 이용해 누나 명의로 가입된 은행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600만 원가량을 이체해 모두 먹고 노는 데 사용했다. 누나 명의의 휴대전화로는 360만 원가량을 소액 결제했는데, 이는 대부분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동생에게 잔인하게 죽임당한 뒤 수개월 간 인적 드문 곳에 버려졌던 누나의 시신은 올해 4월 21일이 돼서야 발견됐다. 부패한 시신의 신원이 특정되면서 경찰 조사는 급물살을 탔고, ㄱ씨는 아흐레 만인 29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사망한 누나 ㄴ씨의 휴대전화 내용과 금융거래 내역 등을 토대로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남동생 ㄱ씨의 계좌로 많은 돈이 이체된 점 등을 유의미하게 보고 ㄱ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경북 안동 일대에서 그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에 붙들린 ㄱ씨는 범행 당일 누나로부터 가출과 과소비 등을 이유로 지적받으면서 쌍방 간에 언쟁이 오갔고, 이후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까지도 경악하게 한 ㄱ씨의 만행은 더 있는데, 피해자인 ㄴ씨 장례 발인 날 영정사진을 든 사람은 다름 아닌 누나를 죽인 ㄱ씨였다는 것.

누나 ㄴ씨는 사건 발생 전까지 남동생 ㄱ씨와 인천에서 거주했다. 부모는 남매가 사는 집에 가끔 다녀갔으며, 사는 곳은 따로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사인은 흉기에 의한 대동맥 손상"이라며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적 증거 등에 따라 경찰은 지난 5월 12일 ㄱ씨를 구속기소할 수 있었다.

1심 재판 당시 구속된 피의자 ㄱ씨와 동생 손에 의해 처참하게 죽임당한 ㄴ씨의 부모는 아들의 선처를 호소하며 통곡했다.

결심공판이 열렸던 7월 13일 인천지법 410호 법정을 찾은 아버지 ㄷ씨는 "피해자와 피고인의 부모에게도 의견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는 재판장의 말에 방청석에서 일어나 재판정 앞으로 걸어가 증인석에 앉았다.

이후 아버지 ㄷ씨는 미리 준비한 것으로 짐작되는 종이를 주머니에서 꺼내 펼쳐 들고는 "딸은 저 멀리 하늘나라에, 아들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며 "죽을 마음도 가졌었지만, 저 못난 아들놈을 건사할 사람도 없고, 홀로 외로이 있을 딸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딸은 부모를 잘못 만나 고생만 하다 꿈도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동생에 의해 하늘로 갔다. 살면서 자식을 위해 향을 피울 일이 있을지는 몰랐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착하고 성실한데다 말도 잘 듣던 아들이 어떻게 이렇게 큰일을 저질렀는지를 생각하면 너무 괘씸하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재판부를 향해 거듭 머리 숙였다.

또 "죽은 놈도 자식이고, 죽인 놈도 모두 제 자식이다"며 한참 눈물을 흘린 뒤 "물론 죗값을 치러야겠지만 딸에게 용서를 구하고 하나 남은 아들이 제 품에 돌아올 수 있게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힘겹게 호소문 낭독을 마쳤다.

이날 아버지 ㄷ씨에 따르면 사건 이후 부부는 매일 오전에는 아들이 있는 구치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딸이 잠들어 있는 가족공원을 찾고 있다고. 피의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의 마음을 번갈아 느끼는 것이다.

ㄱ씨 또한 최후진술에서 발언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드렸다. 천번 만번 고개 숙여 사죄해도 부족하지만, 꼭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날 재판부는 ㄱ씨에게 징역 30년 형을 선고했으나, 검찰 측에서는 "동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생활 태도를 지적한 누나를 살해하고도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피고인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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