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도 변치 않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대학 졸업 후 취업준비생으로서 고된 시간을 보내는 자식을 지켜본 부모라면 취업의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누구는 취업준비생의 생활을 '뼈를 깎는 고통의 삶'이라고 하고, 혹자는 '정신을 탈탈 털리는 삶'이라고도 한다. 어떻게 표현하더라도 귀결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삶'이라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큰 어려움 없이 좋은 직장에 턱 하니 들어가는 그야말로 '행운아' 같은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군분투의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온갖 유혹을 이겨내며 풀어지는 마음을 동여매기 위해 처절한 시간을 보낸다.

오래도록 책상 앞에 앉아있다 보니 변비나 소화불량에 걸리기도 하고, 만성 두통이나 허리디스크를 겪기도 한다. 고도의 정신적 활동을 하다 보니 신경성 위염에 걸리기도 하고, 스트레스 과중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감기나 비염, 근육통 등을 달고 살며 고통받기도 한다.

이런 자녀를 옆에서 뒷바라지하거나 먼발치에서라도 바라보고 있는 부모 심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부모 역시 자녀 못지않게 힘듦의 무게를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하루빨리 취직했으면 좋겠는 부모 마음은 자식이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독립했으면 하는 마음보다는 그 힘든 생활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덜 힘들고 자유롭게 숨 쉬는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희한하다. 취직만 하면 다 될 것 같았고, 취업 준비 공부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큰 해방과 자유로운 삶이 주어질 것으로 예측하며 그토록 간절히 기원했는데, 막상 취직하고 나서도 자식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은 부모에게 여전히 따라붙는다. 이게 부모 마음일까?

직장 생활을 잘 해낼지, 갈등 상황에 부딪혔을 때 이를 잘 해결하며 극복할지,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미움받거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지, 점심은 제대로 챙겨 먹는지, 일은 힘들지 않은지, 심지어 출퇴근 길이나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대한 걱정까지 한둘이 아니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엔 그 걱정이 더욱 고조되어 안절부절못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사실 나의 경험담에 기인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두 아이의 취업 준비 과정을 지켜보며 애를 태우던 때가 불과 한 달 전이었는데, 지금은 취업에 성공해 직장에 다니는 아이의 직장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걱정하는 주책 떠는 부모가 되고 보니, 부모에게 자식이란 죽을 때까지 걱정을 달고 살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다.

장성한 자식을 정신적으로 독립시키지 못하는 내가 좀 유별난 편인가 싶어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런데 지인들 역시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녀와 함께 살고 있거나 따로 지내고 있거나 상관없이 매일매일 전화나 문자를 통해 걱정을 나누고 당부하면서 지내고들 있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란 그런 것인가 보다. 자식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부모에게는 항상 어린아이처럼 느껴진다. 그저 무엇이든 해주고 싶고 항시 걱정이 앞서는. 옛날에 할머니가 해주신 이야기 중, 부모의 팔순 잔치를 맞아 예순 살이 넘는 자식이 춤을 추니, 여든 살 넘은 노모가 이를 보고 "에고~ 구여운 것"이라며 마냥 귀여워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오늘은 눈이 펄펄 내리는 하늘을 보니 쉰이 넘은 자식의 출근길과 끼니 챙김을 걱정하셨던 엄마 생각이 더 간절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혹시 감기라도 걸릴까 전전긍긍하시며 따뜻하게 입고 가라는 말을 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전화하셨던 엄마 생각에 한동안 눈시울을 뜨겁게 적셨다.

'우리 엄마에겐 나도 언제까지나 어린 자식이었겠구나.'

올해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작년에 이어 코로나19로 다사다난했던 올해도 '무사하게', '편안하게', '아무 일 없기'만을 기원했던 한 해였다. 우리에게 남은 올해의 날들도 무사하고 평안하기를 기원하며, 오늘은 모든 부모와 자식들이 잠시라도 서로의 입장이 되어보고,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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