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시 예산삭감 논의 관련 서울지역 노동센터 토론회
노동 당사자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손 역할... 서울시, 운전대 돌려줬으면"

▲ 17일 서울시의회 서소문청사에서 진행된 '서울시 노동정책에서 노동센터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참여 패널들이 자리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서울시가 최근 민간위탁 및 자치구 직영으로 운영하던 서울지역 노동센터의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노동센터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사업 종료 시 경우에 따라 고용승계 비율을 기존 80% 이상에서 25%까지 낮춰도 된다는 공문이 각 센터에 배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지침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17일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와 서울시 노동센터협의회는 서울시의회 서소문청사에서'서울시 노동정책에서 노동센터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를 열고 최근 서울시의 노동센터 예산 삭감을 규탄하고 노동센터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남신 서울노동권인센터 소장, 김태영 서울민간위탁노동조합 위원장, 이병도 서울시 시의원, 배달·돌봄 등 노동자 당사자가 참석해 이야기 나눴다.

■ 예산 삭감 배경에 '서울시 직접 운영' 가닥..."센터 현장 밀착해야 작동하는데"

현재 서울시에는 민간 및 자치구 직영으로 운영되는 광역센터 2곳(서울노동권익센터 및 서울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 권역센터 4곳(권역노동권익센터), 자치구 노동센터 17곳(자치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 등이 작동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에 따르면,서울시가 제출한 2022년 예산안은 광역센터 예산을 각각 28%, 14% 삭감하고, 권역센터 예산 4% 삭감, 자치구 노동센터 예산 43% 삭감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병도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감액 사유 중 하나는 서울시가 기존 센터가 운영하던 홍보, 연구 등 사업 일부를 시 자체 인력을 이용해 직접 수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까닭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센터의 지원대상인 필수 및 취약 노동 당사자는 센터가 "가장 손에 닿는 거리의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노동권익센터는 서울지역 배달·돌봄 등 필수노동자 지원방안을 연구하고, 노동상담 및 교육을 진행하는 등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자치구 센터는 이와 연계해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동시에 자치구 맞춤 특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A씨는 "6년 차 배달노동자다. 일을 하다 보면, 안전하게 운전하고 싶어도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산재가입을 하지 않고 혼자서 넘어갔었는데, 가장 손에 닿는 거리, 가장 가까운 지점이 센터였다"며 "2020년부터 센터와 교류를 해왔다. 정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 노동자들, 센터들의 경적을 듣고 서울시가 운전대 돌리시길 바라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 B씨 역시 "지난해 강제사퇴를 당한 동료가 있다. 이전까지는 상의할 데가 없었다. 노무사를 사서 얘기하더라도 요건이 안 된다고 하고. 결국 노동자지원센터에 있는 법을 아는 사람들과 신청했고, 복직했다"며 "우리도 모여서 (힘 모으면) 그중에 앞선 사람들이 법률도 알려주고 그럴 수 있다"며 센터의 필요성에 목소리 냈다.

▲ 배달노동자 A씨가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 팝콘뉴스

■ "위탁기관 '을' 아냐... 서울시 '일방향' 결정 문제 있어"

예산 감액 사유 중 또다른 하나는 자치구와의 예산 분담 결정이다.

이 의원은 서울시가 구립센터 운영비를 시가 6, 자치구가 4 비율로 분담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구립센터 예산이 절반 가까이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최근 이 같은 사안을 구청장협의회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 마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토론회에 와서야 우리 자치구 예산이 왜 삭감됐는지 처음 알게 됐다. 자치구 예산 분담하는 방식이 옳을 수도 있지만, 이런 부분은 (서울시가) 노동정책기본계획에서 먼저 밝힌 후에 진행됐어야 했다"며 "일방적으로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삭감하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짚었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 10월 '2021년 민간위탁 관리지침 개정계획'을 통해 고용인원 10인 미만 센터의 경우 직원 고용승계 예외대상으로 분류, 고용 승계 비율을 25~80%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예산 삭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용불안을 더욱 악화하는 상황이다.

한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울시 출연 재단 설립 등 조직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120다산콜센터, 세종문화회관 등은 서울시가 별도 조례를 통해 설립한 '120다산콜재단', '세종시 문화재단'에 위탁 운영되며, 운영비는 서울시의 출연금 및 그 밖의 수입금으로 조성된다.

다산콜센터의 경우, 서울시 출연금에 자치단체 부담금을 합해 운영비로 활용하고 있다.

노동센터 역시 별도 '노동재단' 산하로 재편하면, 서울시나 자치구의 예산 조정으로 조직의 존폐가 좌우되는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재단 모델은 (조직 재편뿐 아니라) 교육훈련 등 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한 주장"이라며 "(서울시나 자치구) 한쪽이 흔들리면 운영을 할 수 없는 것은 고질적인 문제"라고 논의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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