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은 공포감 선사

▲ (사진=네이버 웹툰 '금요일') © 팝콘뉴스


(팝콘뉴스=강나은 기자)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현실의 어두운 면을 극대화한 공포를 즐기기 시작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2018년 이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스토리인 '머니게임' 웹툰을 연재했던 배진수 작가의 전작에서도 이러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편으로 나뉘어 짧고, 굵은 공포감을 선물하는 웹툰 '금요일'로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을 마주 보세요.

* 과거의 우리의 문화생활은 어땠나요? 음악을 감상하고, 책을 음미하며 산책을 즐기기도 했죠.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문화생활은 어떤가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동영상을 즐기며, 책을 읽기도 하고, 운동도 합니다. 우리의 문화생활 모두가 어느새 스마트폰 속으로 쏘옥 들어갔죠. 그런데 너무 콘텐츠가 많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디지털 문화생활'에서 애플리케이션, 유튜브,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내 손바닥 위에서 즐기는 디지털 문화생활,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외면하고 싶었던 인간의 어두움, 그리고 무서움


니체는 말했습니다. "세상은 거짓이고 잔인하며 모순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몰지각하다. 우리는 이런 현실, '진실'을 극복하기 위해, 살기 위해 거짓말이 필요하다"고요.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 영화를 보는 이유, 게임을 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에 거짓말이 필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을 망각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야기에 빠집니다. 이야기에 빠지면 꼴 보기 싫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우울하고 착잡한 기분이 듭니다. 현실을 벗어나려 하는 우리를 현실 속에 처넣은 것 같아서일지도 모르죠. 분명 이 만화는 거짓이고 가상 인물의 이야기였는데도 불구하고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 그저 인간 심리에 있어 어두운 면을 극대화했을 뿐입니다.

이것이 '금요일'이 공포 만화인 유일한 이유입니다. 흔히 공포 만화라고 하면 '귀신'이 나오는 만화일 거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만화는 '인간에게 느끼는 공포'에 초점을 맞춥니다. 게다가 그 공포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뉜 일방적인 공포가 아닌, 이상의 오감도에서 말한 '13인의 아해'가 모두 서로에게 무서운 존재이며, 무서워하는 존재인 그런 공포와 닮았습니다.

'금요일'은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19세 이상 관람가로 결정된 데에는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19세를 훨씬 오래전에 지난 성인들이 보아도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뉠 겁니다. 이해가 어렵거나 이해했다면,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두려움, 회의를 느끼겠지요. 그리고 19세가 지나야 이러한 공포감이 귀신이나 살인자보다도 더 무섭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으며, 그 공포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배진수 작가는 네이버 인터뷰에서 "공포의 본질이란 예측하지 못하는 것,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항상 그걸 노린다"고 말했습니다. 반전을 위해 만들어진 반전이 아니라 이야기가 반전 자체를 향해 달려갑니다. 반전 내용에 주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화마다 "반전에 소름 돋았다. 작가가 천재인 것 같다"라는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실제로 배진수 작가는 아이큐 156의 멘사 회원이기도 합니다).

▲ (사진=네이버 웹툰 '금요일') © 팝콘뉴스


엉성한 작화에서 나오는 기괴함과 중의적이며 모호한 메시지


작가의 작화 실력은 뛰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그림이 에피소드들과 맞아떨어지면서 그림체조차도 하나의 독특한 '정체성'으로 느껴지죠. 특히 자신을 보는 타인의 시선을 상상한 장면이라든지, 상상 속 존재가 주인공을 대하는 장면 등에서는 그 엉성한 그림체가 주는 공포감이 굉장합니다. 당연히도 그림보다 글이 '금요일'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금요일'은 보통 검정 배경에 하얀색으로 그림 컷이 들어가 있는데요. 이 검은색 배경에 적힌 글이 주인공의 생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데 이 글의 무게가 상당합니다. 글은 이야기의 반전을 이끌어 가면서도 현실을 정확하게 집어냅니다. 짜릿하지만 씁쓸하고, 통쾌하지만 우울합니다.

짤막짤막한 단편들로 이어진 웹툰 '금요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해석이 가장 분분했던 편은 '메시지' 편인데요. 아이의 그림일기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이 에피소드는 등장인물 '나', '아빠', '동생', '아롱이'에 대한 나름의 해석이 댓글로 나와 있습니다. '알파' 편은 '인간의 진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대답한 에피소드입니다. 작가는 인류 진화의 진행 속도와 알파의 신체 변화 주기의 비율을 엑셀로 표를 짜서 맞출 정도로 많이 공부하며 만든 작품이었다고 밝히기도 했죠.

▲ (사진=네이버 웹툰 '금요일') © 팝콘뉴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공포감을 맛보게 하는 공포 만화


이미 완결된 웹툰 '금요일'은 네이버에서는 '금요일 베스트'라는 이름으로 찾아볼 수 있으며, 무료로는 '원룸', '지아비', '유령의 집', '역행' 일부 편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부 편을 보고 자신의 취향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유료로는 첫 회부터 완결까지 정주행할 수 있으며, 단행본도 나와 있으니 단행본으로 챙겨보는 것도 '금요일'을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겁니다.

'금요일'은 단점이 많은 웹툰임이 분명합니다. 웹툰을 재미로 읽는 이들에게는 너무 난해하고, 그림체도 마음에 들 리가 없죠. 그저 '팝콘각'으로 가벼운 웹툰을 읽고 싶다면, '금요일'은 아마 그 상극에 있을 겁니다. 오죽하면 노골적으로 '난 이해를 못 했으니 베댓을 봐야겠다'라는 댓글이 수두룩할까요. 만화를 해석한 댓글이 항상 베댓을 차지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고요.

그럼에도 '금요일'이 아니라면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던 공포를 맛볼 수 있기에 웹툰, '금요일'을 추천합니다.

약간은 난해하고 조금은 철학적인, 그래서 결말을 본 후 혹은 작가가 살짝 숨겨놓았던 의미를 뒤늦게 이해한 후에 소름 돋는 그런 만화를 원하신다고요? 그렇다면 웹툰 '금요일'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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