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가능성' 보려 적용하는 '감경', 정작 적용 때는 취지 무색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와 반대로 '반성문 제출',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이유로 한 기계적인 감형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현재 재판부의 양형 기준이 감경 취지인 '교정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실질적인 재범방지를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감경' 취지 무색게 하는 '감경 적용'

법원 양형위원회의 2019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양형위가 다룬 전체 성범죄 사건 4824건 중 약 41.7%에 해당하는 2016건은 '감경영역'에서 구형됐다. 10건 중 약 4건은 감형이 적용된 셈이다.

반면, '가중영역'에서 형이 선고된 경우는 전체 207건으로, 약 4.2%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다수 사건에서 감형이 적용되는 이유로 '감경 사유의 기계적 적용'을 꼽고 있다.

현행은 성범죄를 포함한 범죄사건에 대해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을 보이거나 '피해구제를 위한 노력'을 할 시, '교정'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이를 판단하기 위한 '감경조건'을 따로 정해 구형에 참작하고 있다.

하지만, 성범죄의 경우 재판부가 성격이 다른 사건에 똑같은 감경조건을 단순 대입하는 방식으로 형을 집행하면서, 감경 취지에 어긋나는 판결이 다수 발견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선고된 1심 및 2심 판결 중 137개의 판결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판결 중 3분의 1은 피고인의 '반성 및 뉘우침'을 양형의 고려 요소로 판시하고 있다.

'반성 및 뉘우침'은 피고인이 반성문을 제출하거나 공판 과정에서 반성 의사를 표현했을 때, 또는 피해자가 합의서 등으로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을 때 적용된다.

이때 법원은 피고인의 반성문이 실제 의사인지, 합의서의 경우 피해자가 '감형사유'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의사로 서류를 제출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같은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발견된다는 지적이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성문을 제출하는 경우, 피해자에 대한 사과 없이 법원에 반성문만 제출하거나, 피해자에게 합의서를 써달라고 (협박,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피해자가 아동·발달장애인인 경우) '합의 강요죄'가 별도로 적용될 수 있는데, 활용은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건별 사유 적용 타당성 판단 별도로 필요해

또,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해 재범가능성이 낮음', '피고인의 평판과 업적' 등이 감경사유로 판시된 사례 역시 확인됐다.

하지만, 성범죄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즉각 '교정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섣불리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자료를 통해 "본인의 평판과 활동분야에서의 업적을 이용해 위계에 의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으며, 사회적 유대관계가 좋다는 점 역시 성희롱, 성매매, 많은 성적 관계 경험이 하나의 사회적 자랑거리나 힘과 지위의 과시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 후에야 사회적 유대관계를 잃을 것이 두려워 두 번째 범죄는 저지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일괄적인 감형 기준 적용'을 제한하고 실질적인 재범방지를 위해서는 재판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정혜 연구위원은 "이 사건에서 이 사유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관한 판단을 법원이 다시 할 필요가 있다"며 "'그 이유'로 감형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때만 그 감형사유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법무부의 2020 성범죄 백서에 따르면, 성범죄자의 동종 범죄 재범률은 10명 중 6명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범률이 가장 높은 범죄는 불법 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 비율로 약 75%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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