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부산에서 서울까지 "차별금지법 제정" 외쳤는데...국회 대답은 "논의 연기"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촉구 도보행진 행렬 10일 국회 도착
"한 번 미루더니, 논의 없이 또 미뤄... 무책임한 처사"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1/11/10 [18:30]

[현장] 부산에서 서울까지 "차별금지법 제정" 외쳤는데...국회 대답은 "논의 연기"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촉구 도보행진 행렬 10일 국회 도착
"한 번 미루더니, 논의 없이 또 미뤄... 무책임한 처사"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1/11/10 [18:30]

▲ 10일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평등길 1110 도보행진'에 나섰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마무리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30일을 걸어 11월 10일 국회 앞에 닿았다. 그리고 우리가 들은 대답은 심사를 2024년 5월 29일까지 연기하겠다는 통지였다.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오라더니 서랍 속에서 썩히겠다는 거냐"

 

차별금지법 국회 심사 시한인 10일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행렬이 색색의 깃발과 함께 이어졌다.

 

10일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이하 차제연), 성소수자부모모임 등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는 지난 10월 11일 부산에서 시작한 '평등길 1110 도보행진'을 마무리하는 집회를 국회 앞에서 열고, 국회의 일방적인 심사 연기 통지를 비판하고 차별금지법 논의를 촉구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국회 회부된 법안은 원칙적으로 회부일로부터 90일, 최장 150일 안에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시작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의 법사위 심사 시한은 최대 11월 10일, 오늘이지만, 국회는 여전히 논의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 '국회 안에서 논의'도 않으면서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는 국회

 

이날 이종걸 도보행진단 활동가는 "10만 행동(10만 명 국회동의청원)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힘이 드러났다. 그런데 국회는 심사도 하지 않고 연장을 통지했고, 이제는 21대 국회까지 심사를 연장하겠다고 한다. 어떻게 국회는 10만 시민들의 요구를 심사연장한다는 공문 한 장으로 답할 수 있나.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대선 후보들이 연이어 '속도조절', '사회적 합의 선행' 등 그간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 연기를 받쳐온 논리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당시 참여정부의 제안으로 처음 논의가 시작된 이후 18,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줄곧 발의됐으나 '사회적 합의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왔다.

 

미류 도보행진단 활동가는 "법안을 다 만들어 가져다줬는데, 국회는 탁자에 올리는 것조차 못하고 있다. 90일, 60일, 사실 지난 십수 년 동안 (차별금지법안을) 테이블에 올리는 것조차 못 하는 게 국회의 모습"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차별금지법이 갈등을 심화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민 10명 중 7명은 차별을 이대로 두면 갈등이 심화할 거라고 한다. 도대체 어디에 사는 거냐"라고 꼬집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차별금지법은) 20대도 아니고, 19대 대통령 후보 때 공약"이라며 "이번 정기국회 때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 10일 집회에서 비비안 성소수자 부모모임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 팝콘뉴스


■ "차별금지법은 '내 이름' 불러주는 법...차별받는 사람 더 이상 '투명인간' 취급 말라"

 

지난 30일간 도보행진에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각지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종걸 활동가는 고 이한빛 PD의 유가족, 대학 현장에서 아웃팅 위협을 느끼고 있는 학생 등 차별을 겪은 다양한 사람들이 행렬에 함께했다고 전했다.

 

커밍아웃한 자녀가 있는 비비안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는 "취업할 때 아이가 나를 드러내고 취업을 해야 할까, 아니면 숨기는 게 맞을까 고민하더라.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부당한 것 같다"며 "나는 법을 잘 모르지만, 국회에 계신 분들은 법을 알면서도 아무 얘기를 안 하시더라"며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미류 활동가는 "행진을 시작한 지 며칠 차에 어떤 분이 '요즘 세상에 차별이 어딨냐' 그러시더라. 차별당하는 사람들이 차별당했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세상이다. (들리지 않으니) 차별이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며 "누가 차별금지법은 '내 이름을 불러주는 법'이라고 하시더라. 함께 살고 있는데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보이지 않게 만들고, 차별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도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차제연은 지난 8일부터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8일 농성돌입 기자회견은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네트워크 및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사회위원회의 기도회가 함께 진행됐다.

 

한편, 1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송두환 위원장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21대 국회의 조속한 평등법(차별금지법) 입법 논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해당 성명을 통해 "2006년 국가인권위가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이후 2013년까지 7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의 법안심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아 자동 폐기된 사실을 상기하면서 제21대 국회에서 지금까지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이상민, 권인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 평등법 등 4개 법안이 계류돼 있으며,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차별금지법, 현장의 목소리 관련기사목록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