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봉 영화 '너에게 가는 길' 미리보기

▲ 영화 스틸 (사진=엣나인필름)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나비'는 34년차 소방 공무원이다. 아들이 있다. 아들 '한결'은 FTM(Female To Male) 트랜지션 과정 중인 트랜스젠더다. 1년 전 아들이 성별정정 소송을 시작하면서, 아들의 소송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비비안'은 27년째 항공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들은 몇년 전 편지로 자신이 게이라고 커밍아웃했다. 최근 처음으로 아들의 남자친구를 만날 약속을 잡아놓고 만반의 준비에 나선 참이다.

영화 '너에게 가는 길'(감독 변규리)은 성소수자 부모 모임의 운영위원인 나비와 비비안의 일상을 느슨한 '성장서사'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성소수자 인권연대 연분홍치마가 제작했고, 변규리 감독이 연출했다.

누군가의 부모인 이들의 성장 다큐지만, '부모로서'의 성장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두 사람은 '좋은 부모'가 되는 데서 '좋은 어른', '좋은 시민'이 되는 길로 나아간다. 그리고 성장의 배경과 방향으로 영화는 '연대'를 가리킨다.

8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먼저 만났다.

■ "I LOVE MY GAY SON"

비비안은 아들 '예준'의 권유로 성소수자 부모 모임에 처음 나왔다. 예준의 회상에 따르면, 커밍아웃 이튿날부터 "너무 괜찮아서 부모 모임은 안 나가도 되겠다"고 했던 비비안은 모임 첫날, 소개 인사를 하다가 한참을 울었다.

자녀의 '커밍아웃'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은 나비도 마찬가지였다. 나비는 아들 한결의 커밍아웃에 "혹 사회에서 여성이 차별받으니 여자로 사는 게 싫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를 몇 번씩 물었다고 진술했다.

'퀴어 자녀를 둔 부모'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들은 긴 시간이 필요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 바닥에는 낯섦, 혼란과 함께 어떤 '불안'이 있다.

영화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로 그 불안의 정체를 조심스럽게 풀이한다.

"나도 아이가 있다"는 그가'자녀를 지키기 위해서' 내뱉는 혐오의 말 뒤로 "아이를 퀴어로 살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괜찮을 리 없다"는 초조함이 언뜻 비친다.

이같은 '불안'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도 된다"고, "그 불안이 무엇인지 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해소된다.

비비안이 예준의 커밍아웃의 순간을 진술하며 울 때, 모임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함께 운다. 공감의 눈물이다.

나비가 털어놓는 아들의 가슴 제거 수술과 성별정정 이야기는 이곳에서 숨겨야 하는 비밀이 아니라, '고생했다'고 박수로 격려받을 수 있는 일이 된다.

■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

▲ (사진=엣나인필름) © 팝콘뉴스

내 아이의 '지지자'를 만나는 경험은 다시 스스로 '지지자'가 되는 경험으로 뻗친다.

영화는 모임에 처음 참석하는 성소수자 부모에게 전하는 인사,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 부모 모임의 이름으로 참석해 운영하는 '프리허그' 행사 장면을 따뜻하게 담는다.

지난 8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비비안 활동가는 "(자녀의 커밍아웃으로)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을 알게 됐다. 이 세계가 좋고, 이곳에서 살게 해준 아들이 좋다"고 말했다.

영화는 성장 서사를 담는 대신 장면 장면은 일상적이다. 현실적인 대화에서 오는 '극적임'과 '퀴어 자녀를 둔 부모'를 또 다른 '퀴어 정체성'으로 담고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영화의 마지막 '부모들의 커밍아웃' 장면은 꼭 챙겨보기를 추천한다.

"한 번 보면 퀴어 영화, 두 번 보면 가족영화, 세 번 보면 여성영화"라는 영화 '너에게 가는 길'는 오는 17일 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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