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 경험으로 비교

▲ (사진=유튜브 채널 '귀곰') © 팝콘뉴스


(팝콘뉴스=강나은 기자)가전제품을 사며 스펙을 보는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진짜 그 숫자를 이해할 수 있냐고요. 그 사람의 스펙만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수 없듯, 그 가전의 스펙만으로 그 가전을 평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흔한 문과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스펙보다는 실제 효용성이 궁금한 가전이 있다면, 이 채널을 한번 열어보세요.

* 과거의 우리의 문화생활은 어땠나요? 음악을 감상하고, 책을 음미하며 산책을 즐기기도 했죠.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문화생활은 어떤가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동영상을 즐기며, 책을 읽기도 하고, 운동도 합니다. 우리의 문화생활 모두가 어느새 스마트폰 속으로 쏘옥 들어갔죠. 그런데 너무 콘텐츠가 많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디지털 문화생활'에서 애플리케이션, 유튜브,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내 손바닥 위에서 즐기는 디지털 문화생활,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짧고 빠르게 보게 되는 몇달 치의 경험


귀곰의 트레이드 마크인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장단점 중심으로 빠르게 간다'라는 표현인데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길게 영상이 이어지면 화가 나겠지만, 다행히도 귀곰의 영상은 긴 편이 아닙니다. 게다가 길이가 길면 그만큼 그의 고생이 길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시청자에게는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가전제품을 살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보시나요? 이 질문에 성능이라고 대답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같은 대답을 한다고 해도 원하는 성능은 모두 다를 겁니다. '똑똑함'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래 가는 배터리'를 원하는 이들도 있겠죠. 또는 딱 하나의 기능을 제대로 하는 가전제품을 원하거나 여러 기능을 하나에 담은 가전제품을 원하기도 할 겁니다.

그래서 비교가 필요한 거죠.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전제품을 찾기 위해서요. 이렇게 나에게 딱 맞는 가전제품을 고르는 것은 나와 함께 일할 직원을 구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요즘 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를 '우리 집 3대 이모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죠. 우리 집 일을 도와주시는 이모님, 그런 이모님을 구할 때 스펙만 볼 건가요? 면접을 통해 정말 일을 잘하시는지, 비용 대비 일은 오래 해주실지, 혹시 특별히 못 하는 일은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 (사진=유튜브 채널 '귀곰') © 팝콘뉴스


귀곰 채널을 키운 식기세척기 영상에서 보이는 지독함


귀곰 채널에서 가장 유명한 동영상 중 하나가 식기세척기 동영상입니다. 전체 88개의 동영상 중 약 7개의 동영상에서 식기세척기나 식기세척기 세제, 식기세척기로 한 실험을 다루고 있는데요. 귀곰이 자기를 키워준 것은 식기세척기 영상이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봤던 영상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본인 돈으로 사고, 100번 이상 사용했다며 리뷰 영상이 시작됩니다. 중간중간 드러나는 인터넷 밈과 찰진 멘트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데요. 물론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귀곰의 리뷰에서는 스펙이 수치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80도 고온의 물은 정수기의 뜨거운 물 온도로 표현되고요. 세척력은 고압의 물줄기 등으로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세척력 실험으로 증명합니다. 식기세척기에 양념 돼지고기, 1년 묵은지 김치통, 계란찜 한 뚝배기를 애벌 설거지하지 않고 넣고 난 뒤, 식기세척기 작동 후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식기세척기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3대장이죠. 양념이 눌어붙거나 향이 강한 식기도 제대로 닦을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이요. 전기사용량 역시 수치가 아닌 매일 한 번 사용 시, 한 달 얼마의 전기료로, 소음도 몇 데시벨이 아닌 샤워 물소리 정도 크기라고 알려줍니다. 흔한 이과 리뷰에서는 만날 수 없는 반가운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점 역시도 생활밀착형입니다. 예를 들어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난 뒤에 하나 빠뜨린 컵을 넣고 싶은데,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없으니 불편하다거나 문을 열었을 때 고온의 물이 튈 수 있으니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단점으로 꼽았습니다.

그리고 영상 말미, 귀곰은 식기세척기를 쓰고 달라진 점을 이렇게 말합니다. 하루 한 컵으로 버티다가 이제는 때마다 컵을 바꿔쓴다고요. 젓가락만 써서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쓴다고요. 반찬 통째로 꺼내 먹다가 접시에 덜어 먹는다고요.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식기세척기가 필요한 이유가 직관적으로 느껴집니다.

유튜버라면 유튜브 측에서 받은 버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그 유튜버의 특징을 알 수 있는데요. 귀곰은 역시나 이 실버버튼에 초고추장과 참기름을 뿌린 채 식기세척기를 돌립니다. 식기세척기 내부에 방수 카메라와 조명을 달아 실버버튼을 씻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을 통해 귀곰의 집착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귀찮은곰이라는 닉네임 설명과 맞지 않는, 이 정도면 성실함을 넘어선 지독함이죠.

▲ (사진=유튜브 채널 '귀곰') © 팝콘뉴스


생활밀착형 가전제품 리뷰의 끝판왕


귀곰의 집착은 다른 리뷰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요. 건조기 리뷰에서는 하나의 면티를 무려 세 번 넘게 돌려가며, 각각의 건조과정에서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재보기도 하고, 로봇청소기 리뷰에서는 청소하다가 전선에 꼬여 붙잡혀 있는 로봇청소기가 많다며 반드시 전선 위에서 청소기를 돌려보고요. 심지어 분유 제조기에 단백질 보충제를 타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한 번씩 했을 법한 상상이죠. 비록 내가 몸 바쳐 실험해볼 생각까지는 해보지 못했겠지만, 귀곰이 대신해주니 우리는 보고 판단하면 됩니다.

이러한 귀곰 채널의 결정적인 단점은 업로드가 일주일에 한 번가량으로 자주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사원인 그가 투잡으로, 육아까지 해가며 만드는 동영상이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해도 너무 드문 업로드라서 자주 볼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또한, 아무래도 전문성에서는 이과에 비해 약간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테크 분야의 다른 유튜버는 전문 지식을 통해 이 가전이 왜 이러한 스펙으로 만들어졌고, 그렇기에 다른 제품과 어떤 점이 다른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데요. 귀곰은 주로 '실험적'으로 가전제품의 특성을 설명하니까요. 리뷰하는 가전제품 대부분이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전제품에 국한되어 있어 다루는 가전제품의 범위가 더 넓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워낙 영상이 재미있고(무엇보다 중요한 점이죠), 다른 가전 리뷰어와 달리 직접 꽤 오래 쓰고 난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해주기 때문에 귀곰을 추천합니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어린 왕자가 말했던가요? 가전제품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중요한 건 스펙으로 보이지 않는다고요. 스펙이 아닌 생활로 만나는 가전제품 리뷰, 귀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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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목민의 한 줄 평

귀찮은고양이(남, 30대 후반): 장단점 중심으로 빠르게 가는 만큼 내 결정도 빨라진다.

노멀어답터(여, 30대 초반): 이 정도 실험 횟수면, 웬만한 과학자보다 많이 실험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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