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한 자녀 둔 부모들의 일상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17일 개봉

▲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영화 '너에게 가는 길'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사진은 왼쪽부터 변규리 감독, 나비·비비안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성소수자 부모의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이 오는 17일 극장가를 찾는다.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은 "28살 바이젠더, 팬로맨틱, 바이섹슈얼 아들을 키우는 부모"인 나비 활동가와 "26살 게이 아들을 둔 부모" 비비안 활동가가 자녀와 보내는 '뜨거운'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성소수자 인권연대 '연분홍치마'가 '커밍아웃 3부작' 이후 네 번째로 선보이는 성소수자 다큐멘터리로, 앞서 22회 전주국제영화제, 13회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선을 보이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들은 바 있다.

8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너에게 가는 길' 언론배급 시사회 및 간담회에는 변규리 감독 및 나비·비비안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가 참석했다.

변규리 감독은 "성소수자 부모모임 활동에 앞서 홍보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게 (영화의) 시작"이었다며 "화면 앞에서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성소수자 부모라는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영화의 출발점을 짚었다.

영화 속에서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은 다른 부모들, 자녀와 함께 퀴어 퍼레이드며 기자회견에 나선다. 이들이 '함께 싸우는' 이유는 우선 부모이기 때문이지만, '더 좋은 어른·사람'이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나비 활동가는 "공직에 있다 보니까 '프라이드 뱅글(팔찌)'을 하고 다니면 눈에 띈다. 물어보기에 '아이가 트랜스젠더라 프라이드 기간에는 차고 다닌다'고 하니까 '엄마가 바깥일을 하니까 그렇게 된 것 아닌가' 그러더라. '선진국에서 그런 말하면 경찰에서 잡아간다'고 대답했다"며 "영화 제목 '너에게 가는 길'은 자식에게 가는 길이면서 좋은 사람, 어른이 되려 하는 나에게로 가는 길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비안 활동가는 "(자녀의 커밍아웃으로)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을 알게 된 거다. 이런 세계가 좋고, 이곳에서 살게 해준 아들이 좋다"고 말했다.

변 감독 역시 "영화를 찍으면서 부모님의 마음과 당사자들의 관계를 더 조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부모님들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이들이 성장해가는 여성영화가 아닐까, 이 지점을 집중 조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비 활동가와 자녀 한별 씨의 성별 정정 과정, 인천 퀴어퍼레이드 대치 상황 등 '운동'의 현장을 일상의 색깔로 그려낸 것 역시 영화의 특징이다.

변 감독은"성소수자 당사자와 부모님을 만나면서 놀랐던 부분이 있다. 커밍아웃이 '순간'이 아니고, (이들이) 커밍아웃 이후에 매 순간 커밍아웃(여부)을 질문받으면서 산다는 것이었다"며 "'아들 여자친구는 없냐', '언제 결혼하냐' 같은 일상적인 질문들이 이분들에게 매번 사건이었다. 이걸 쫓아서 일상적인 것들을 담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나비·비비안 활동가는 영화가 '퀴어'를 가시화하면서 다양한 당사자들에게 위안이 되는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비 활동가는 "아이가 어릴 때는 레즈비언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때는 크게 주저가 없었는데, 트랜스젠더라고 들었을 때는 어려웠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중학교 때 레즈비언 친구가 있었는데, 트랜스젠더는 주변에서 보지 못했더라"며 "(영화로)적극적으로 가시화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비비안 활동가는 "(활동하면서) '내가 내 말을 할 수 있다'는 당연한 권리를 알게 됐다.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나' 싶은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며 "'너에게 가는 길'이 '연대하며 함께 가는 길'이라는 생각도 든다. 함께 가는 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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