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서울패션스마트센터' 지원 창업팀 3팀 인터뷰

▲ 27일 금천구 서울패션스마트센터 '청년창업공간' 전경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청년창업'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다만, '생태계'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창업 자체에 대한 지원과 함께 '지속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서울패션스마트센터(금천)에서 만난 신진 패션브랜드 ▲하시엔다 ▲인블랭크 ▲데이온 세 팀은 다양한 지점에서 센터의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센터가 즉각 질문할 수 있는 '거점'이면서 동종업계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 질문할 곳

인블랭크는 '업무 중에도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스포츠웨어'를 표방하는 남성복 브랜드다. 론칭은 1년 전. 시장조사 기간까지 합치면 1년 반 전부터 브랜드가 기획됐다.

독특한 지점은 김윤호 인블랭크 대표의 이력이다. 김 대표는 IT 업종에서 이력을 쌓다 인블랭크를 준비하면서 패션 업계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보라 데이온 대표 역시 다른 분야에서 패션 브랜드 창업으로 방향을 바꾼 경우다. 패키징 디자인, 브랜딩 등 업무에 종사하던 강 대표는 스포츠 브래지어를 통해 '팸 테크(femtech, 여성을 위한 기술)'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했다.

모르는 분야에 무작정 돌진하는 일이 녹록지는 않았다.

업체들에게서 공장 정보를 공유받기 어렵다 보니 '덤터기' 쓰는 일이 많았고, 비교적 지원사업 수가 적어 '내 돈'으로 버티는 데 대한 부담도 있었다.

패션 디자인 '전공자'들에게도 창업은 다른 국면이었다.

한 학교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한 네 명의 선후배로 구성된 하시엔다의 김경준 공동대표는 "국내 패션 시장이 대량생산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마이크로브랜드는 생산도 어렵고 판로 늘리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며 "실무는 학교에서 배운 것과 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문제들을 안은 이들이 수소문으로 찾아온 곳이 서울패션스마트센터(금천)이었다.

■ "'인큐베이터' 역할 하는 센터되고파"

"사실 지나가다가 무작정 들어와서 구경시켜달라고 했다"는 강보라 대표는 "와보니까 교육이 있다고 하더라. 교육을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해 순서대로 받았다. 추가적인 개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패션스마트센터(금천)에서는 지난해 설립부터 패턴 캐드(CAD), 3D 패턴 캐드, 라이브커머스 등 실무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은 모두 무료로 진행되며, 강사진은 모두 '실무자'다.

'질문할 곳'을 찾은 것도 큰 수확이었다. 센터에서 시간제로 무료 대여하는 '창업공간'을 이용하면서 다른 창업자, 그리고 센터의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서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김윤호 인블랭크 대표는 "원단을 살피거나 제품 품평도 같이 해볼 수 있었다"며 "여성복을 만드는 디자이너분과 얘기하다 보면, '이런 원단 사용하는구나'도 듣게 되고,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사고를 확장할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김경준·김석현 하시엔다 공동대표는 "(센터장 및 매니저 분들이) 다 현직에 있었던 분들이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도움을 받았다"며 "기획이나 (실무)프로세스 측면에서 방법을 많이 가져다주셨다"고 말했다.

▲ 서울패션스마트센터(금천) 게시판. 다양한 교육 모집 안내문들이 붙어있다 © 팝콘뉴스

서울패션스마트센터(금천)는 최근 이랜드와 협업하며 교육 분야를 늘리고, 샘플 제작비를 지원하는 등 교육생 및 청년창업가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센터에서 교육 및 샘플제작, 공유 사무실 대여 등으로 지원한 창업 팀은 9팀이다. 패션브랜드 론칭뿐 아니라 수선실 창업 등 다양한 사업으로 진출했다. 창업이 진행 중인 팀까지 셈하면 총 13팀이 센터의 지원을 받고 있다.

창업완료 팀 중 네 팀은 이미 사무실이나 매장을 센터 밖에 따로 마련했다. '독립'을 한 셈이다.

박광규 센터장은 "센터 밖에 사무실을 따로 마련하고 나서도 센터를 찾는 이들도 있다"며"단지 창업할 때까지가 아니라 실제로 매출이 생길 때까지, 독립한 팀도 추후 관리하는 '인큐베이팅' 공간이 됐으면 한다. 실제로 독립한 팀과도 계속 연락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창업뿐 아니라, 취업을 희망하는 교육생을 위해 취업 연계 실무교육도 진행한 바 있다. 10월 말 종료되는 취업 및 취업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한 7명 중 3명이 관련 업계에 취업을 완료했다.

서울패션스마트센터(금천)는 코로나19로 다소 움츠러들었던 활동을 앞으로 더 활성화할 계획이다. 특히, 29일 개소 1년 차를 막 맞이한 만큼, 창업·취업 지원 등 사업에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박 센터장은 "네트워킹 데이를 준비 중이다. 이제 8명까지는 교류할 수 있으니까, 센터에서나 아니면 바깥에서 공간을 빌려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 창업 3팀 인터뷰

▲데이온 강보라 대표가 제품 샘플을 확인하고 있다. 노트북 화면은 와디즈 '데이온 서포트 픽스 이너웨어' 펀딩 페이지 © 팝콘뉴스

- 데이온 강보라 대표

Q. 브랜드 소개 부탁드린다.

브랜드 이름은 데이온(TheyOn), 회사 이름은 나인나인디자인랩이다. 26일 와디즈에서 막 론칭했다. 먼저 선보인 상품은 '브라렛' 형태의 스포츠 브라다.

Q. 제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운동선수 출신 룸메이트를 따라 운동을 다녔는데, 해보니 여자들이 운동할 때 불편한 점이 많더라. '여성에게 가슴이 꼭 필요한 건가' 고민이 시작됐다.

섹스어필되는 부분으로서가 아니라, 여성의 신체부분으로서 (가슴을 대하는), 여성의 활동성을 높이기 위한 속옷을 생각했다. 해외에서는 이런 (볼륨만 압박하는) 제품이 있는데, 우리나라 여성들의 신체와 안 맞는 부분이 있고 가격도 비쌌다.

Q. 창업을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점, 그리고 창업 후인 지금의 고민이 궁금하다.

브랜딩이나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하던 사람이다보니, 예쁘게 보이게는 할 수 있는데 용어나 제조과정에 대한 지식이 없어,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또, 속옷 관련해 업체가 별로 없었다. 특수·보정 속옷 하셨던 분을 찾아 논의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있었고, 신체 사이즈 데이터가 옛날 데이터다 보니,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지금의 고민은, 소비자에게 처음 가게 되는 상황이다 보니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하는 것. 브라가 입체적이지 않고, 와이어나 패드도 뺐다. 볼륨을 없애는 용도라, 좋은 이미지로 어필할 수 있을지, 어색해하진 않을지 (고민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시작은 스포츠 이너웨어를 다루는 '팬테크' 브랜드였지만, 나아가서 잠옷 브랜드 론칭까지 해보고 싶다. '친환경'을 주제로 잡아 코로나19 끝나기 전에 진행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옷을 고민하고 있다. 반려동물 '집사'들은 옷에 붙는 털 때문에 고민이 많다. '털 안 붙는 옷'을 찾는 글들도 많고. 털이 안 붙는 원단으로 만든 옷, 이런 니즈를 확인했고, 개발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시엔다 4인이 센터 내 사무실로 활용 중인 세미나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정면 스크린에 뜬 화면은 하시엔다 브랜드 홈페이지 ©팝콘뉴스

-하시엔다 김석현·이승범·김경준·김정현 대표(이하 석, 승, 경, 정)

Q. 브랜드 소개 부탁드린다.

승'하시엔다'는 영국의 클럽 '더 하시엔다'를 모토로 하는 브랜드다. 80·90년대의 포스트펑크 등 역동적인 음악과 자유로운 에너지에서 영감을 얻는다. 당시 클럽 더 하시엔다가 음악가들을 지원해준 것처럼, 장르를 제한하지 않고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고 홍보하는 브랜드다.

Q. '장르 불문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는' 브랜드가 목표다. 이유가 있을까?

승(네 명은 같은 학교 디자인과를 나왔다) 학교 때부터 장난스레 얘기하던 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경입시미술을 하면서, 대학교에 와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다. '취향'은 비슷한데 구체적인 진로가 다르고 전공이 음악, 체육 등 다르다보니(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분야로 흩어지게 되더라. 같이 작업하면 생기는 시너지가 있는데 (아쉬웠다).

해외에는 '크루(Crew)' 단위로 움직이며 문화에 영향을 주는 무브먼트(팀)가 많다. 영향력이 있는 프로젝트팀을 꾸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복합, 종합 예술의 장을 보여주고 싶다.

석문체부에서 하는'문화예술 사회적 경제활성화지원사업 '서로(SEORO)'에 참여하면서 관련해서 컨설팅받고 있다.

Q. 올해 5월 브랜드를 론칭했고, '프리오더'로 주문도 진행했다. 지금까지 시장 반응이 궁금하다.

경낙담할 만한 결과도, 좋은 결과도 있다. 우선, 소비자 결과는 아직 와닿을 정도는 아니고, 해외 쪽이나 매거진, 편집숍에서는 문의가 오고 있다. 여기서 괴리감이 오기도 한다.

승지금 해외 쪽 제안은 '죄송하다'고 물리는 상황이다. 자금 문제도 있고, 현지 상황에 대처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우선, 국내에서 협찬사를 통해 협찬을 진행하는 등 활동하고 있다. 다행히 반응이 괜찮은 편이다.

Q. 당장의 고민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경국내 패션 시장이 대량생산 중심으로 구성되다 보니, 우리 같은 마이크로 브랜드(소품종 소량생산) 브랜드는 생산이 어렵고 판로 늘리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판로가 제일 고민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경내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판로를 두드려 가려 한다. 마케팅이나 판촉을 효율적으로 할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인블랭크 김윤호 대표가 제품 샘플을 책상 위에 두고 작업하고 있다 © 팝콘뉴스


- 인블랭크 김윤호 대표

Q. 브랜드 소개 부탁드린다.

직장에서도 밖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남성 캐주얼복을 만들고 있다.

원래 IT회사에서 일했다. 자율복장으로 출근하는 일이 많았고, 자연히 회사에서도 밖에서도 입을 수 있는 옷을 찾게 됐다. 여기저기서 입다 보니, 세탁기를 자주 돌려도 잘 늘어나지 않는, 내구성 있는 옷도 찾게 됐고. 캐주얼복에 대한 생각을 해소할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

Q. 1인 브랜드다. 어려움에 운영은 없는지 궁금하다.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 더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현장에서 경험이 쌓여야 하는데, 경험이 없다보니 과정이 더딘 게 있다.

지원사업 기회가 적은 편이라 비용적 부담도 있다. 청년들이 지원받고 꾸준히 버티게끔 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론칭한 지 1년 정도 됐다. 시장 반응이 궁금하다.

생각보다 사이트에 후기들이 많이 올라온다. 피드백을 무척 꼼꼼히 써주신다. 그런 피드백을 보면 힘든 부분이 상쇄된다. 2, 3년 후를 상상하게 되는 계기도 된다.

Q. 어떤 방식으로 제품 생산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투 트랙으로 가고 있다. 우선, 일부 제품은 소량생산 중심이다. 빠르게 샘플을 만들어서 사진 찍고 게시한다. 이 중에 샘플링 과정에서 푸시(Push)해보고 싶은 제품이 보이면, 공장에 맡겨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음악시장과 비교하자면, 디지털 앨범을 내다가 준비가 된 곡에 대해 앨범을 내고 하는 식이겠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길 가다가 인블랭크 제품을 입은 사람을 만나는 게 목표 중 하나다. 또, 두 달에 한 제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니즈를 캐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지금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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