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멀어진 불투명한 시대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나는 MZ세대인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새 두 아이는 능수능란하게 스마트 기기들을 다루며 그 옛날 내가 지금 아이들의 나이였을 때와는 참으로 다른 생활과 색다른 문화를 향유하며 살아간다. 때때로 '이 아이들에게 휴대폰과 아이패드 없는 삶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할 만큼 휴대폰과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 속에서 멀티테스킹(multi-tasking) 능력자로 거듭났다.

20대는 젊음을 충분히 즐기면서도 다가올 30대를 몹시 두려워하기도 한다. 변화에 아주 유연하게 대처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추구한다.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삶의 모습을 담은 SNS를 가꾸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쓰는 돈이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의 삶의 모습과 생각이 부러울 때도 많다.

오늘은 저녁 설거지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나 보다. 딸아이가 다가와 묻는다. 무슨 노래냐고.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시월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80년대 유행했던 이 노래를 MZ세대의 부모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내 아이들의 나이였을 때 유행했던 노래를 이상하게도 10월의 마지막 주만 되면 꼭 흥얼거리게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약이라도 해둔 것처럼 설거지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린 것이다.

내게서 멀어져만 가는 젊음의 기운이 아쉽고 소중하게 기억하고 싶어서일까? 그보다는 2021년 또 한 해를 치열하게 살면서 자신들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고,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밝은 미래를 기다리며 취업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아이들의 삶이 안타깝고 아파서라고 하는 것이 더 가깝다고, 이전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나와 남편이 대학에 다니던 시절엔 '놀고먹는 대학'이란 과장된 얘기가 떠돌 만큼 대학 생활의 낭만을 즐기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들어가기는 어려웠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정도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걸로 보아 지금처럼 자격증을 많이 따거나 다양한 스펙을 쌓으며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대는 아니었다.

그런데 내 아이들의 대학 생활은 추억이나 낭만과는 거리가 먼, 취업에 대한 걱정으로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고 시험을 치르는 과정이었다.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저리가라로 머리를 싸매고 공부에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졸업하기도 전부터 시작된 취업 전쟁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살벌하고, 장비 없이 암벽을 등반하는 것처럼 힘겨웠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플랫폼에서의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MZ세대가 금융산업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이들은 아직 자산과 소득이 적지만 과감한 레버리지(대출)로 소비와 투자에 적극적이다.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로 주식과 암호화폐 상승장을 주도하기도 했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미래가 불투명한 시대를 살아가다 보니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젊은 친구들이 대출까지 받아 가며 주식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복권과 로또에 매달려 일확천금을 꿈꾸기도 한다. 그야말로 불확실한 미래를 미리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안타깝고 속상하다.

2021년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MZ세대들이 처한 힘겨운 취업 상황을 생각하며 80년대 유행곡 '잊혀진 계절'의 가사를 다시 한번 음미해 본다. 내 아이들을 비롯해 우리 MZ세대들이 꿀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꿈이 많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시월의 마지막 밤을/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 채/우리는 헤어졌지요/우 우 우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그대의 진실인가요/한마디 변명도 못 하고/잊혀져야 하는 건가요/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나에게 꿈을 주지만/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나를 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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