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사생활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인성'이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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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뉴스=박윤미 기자)*[고민의 발견]에서는 살면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 가운데,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부분을 다룹니다. 때로는 핫이슈를, 때로는 평범한 일상에서 소재를 채택합니다. 마지막 단락에는 고민과 닮은 책의 한 페이지를 소개합니다.

정상을 향해 걷던 한 배우가 전 연인의 사생활 폭로로 순식간에 추락했다.

폭로자에 따르면 화제(?)의 인물, 그 배우의 사생활은 이랬다.

두 사람은 지난해 초 연인이 됐으며 같은 해 7월 아이를 가졌다. 그러나 배우로 활동 중인 남자 측에서 억대의 손해배상금을 이유로 여성에게 낙태를 종용했다. 특히 남자 배우는 결혼을 약속했음에도 아이를 지운 뒤 수술비 그리고 병원비 명목으로 200만 원가량만을 주고는 사라지다시피 연인 관계를 끊어냈다.

그는 여자 측에서 받은 돈의 용처를 알리고자 병원 치료비 등의 지출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나한테 이런 걸 왜 보내는 것이냐?", "죄책감 가지라고 이러냐?"면서 화를 냈다고 한다.

폭로자는 남자 배우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대부분 가식이며 그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PD에게 순간적으로 반말로 고함치는 장면이 실제 성격이라고 했다. 또 카메라 앞에서는 해맑은 미소로 여심을 사로잡고 있지만 카메라 뒤에서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나 배우들을 헐뜯고 육두문자를 써가며 욕하는 사람이라며 그 배우의 민낯을 상세히 설명했다.

폭로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그를 대세 배우 반열에 오르게 한, 한 예능 프로그램의 게시판에는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듯 게시됐으며 실제로 그는 퇴출당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의 종영 전 인터뷰는 하루 전날 무산됐다. 주연 배우는 몰라도 조연 배우들에게는 인생 일대의 기회일 수 있는 일이 한 배우의 사생활로 순식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세 편이나 되는 차기작은 그의 출연을 없던 일로 할 가능성이 크다. 근래 그가 몸값을 올려 찍은 광고들은 하나둘 화면에서 자취를 감추더니 이내 몽땅 사라졌다.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던 배우는 20일 폭로자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며 "(폭로자를) 직접 만나 사과를 먼저 하고 싶었으나 지금은 제대로 된 사과를 전하지 못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두려움에 이제야 글을 남기게 됐다"는 글을 작성해 대중 앞에 펼쳤다.

그 배우의 인기 비결은 선한 인상과 환한 웃음이었다. 그가 TV에서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얼굴과 행동에 많은 시청자와 열혈 팬들은 그를 순박하고 착한 사람으로 여겼다. 연극판을 전전하다 뒤늦게 인기를 얻어가는 30대 중반의 그를 보면서 그의 팬들은 그가 밟아나갈 '길'에 꽃을 수놓느라 시간과 돈을 바쳤다.

그러나 소수의 팬을 제외한 많은 이들이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단 며칠 만에 뜨거웠던 팬심은 급랭했다.

탤런트, 영화배우, 가수, 정치인, 유명 유튜버 등은 누가 뭐래도 '공인'이다. 공인이라고 해서 사생활까지 대중에게 공유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공인에게는 '사생활'마저도 그 사람의 '가치'가 될 때가 있다. 특히나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세상에서 사생활 숨기기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을 수 있다. 대부분 연예기획사에서는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연습생들의 학창 시절 교우 관계부터 지극히 사적 영역이어야 할 SNS까지도 점검, 검열한다고 한다. 공인에게 사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공인이 사생활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많은 유명인이 비슷한 일을 숱하게 보여준(?) 덕에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어느 정도 공인의 이중성에 관해 자각하고 인정하는 수준이 됐다. 그야말로 학습이 된 것이다.

하지만 공인의 사생활을 대하는 데 있어서 핵심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공인의 사생활에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그의 연인이 누구인지 혹은 그의 성적 취향은 어떠한지와 같은 것들이 아니다. 이러한 것은 그야말로 '사생활'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평소 어떠한 마음과 행동으로 살고 있는지 그리고 실수와 잘못을 대하는 그의 '태도', 즉 '인성'이라야 한다.

얼마 전에는 말기 암에 걸렸다며 병원비를 직접 모금했던 한 오디션 출신 가수에 대한 보도로 세상이 들썩거렸다. 그의 투병이 모두 거짓이었다.

그는 다섯 살 때부터 거리 생활을 했고 껌팔이로 근근이 연명했다는 사연으로 유명해졌다.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우면서도 그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그의 병원비를 후원하거나 시간을 쪼개 기도했다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그는 사람들의 이러한 마음을 비웃듯 인터넷에서 환자복을 사 코스튬 플레이 했으며 진료기록을 위조해 보여주며 의심받는 처지를 비관하는 듯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

이 같은 추악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 오르자 그는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서서 수면 아래로 들어가겠다며 또 한 번 쇼 타임을 가졌다.

그를 도왔던 사람들은 상처받았다. 그들은 '다시는 사람을 믿을 수 없을 것 같다'며 괴로워하고 있다. 정작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어째서 괴로움은 선행을 베푼 사람이 느껴야 하는 것일까.

단언컨대, 슬퍼할 일도 자학할 일도 아니다.

상대에게서 좋은 점을 찾는 사람, 안타까운 사연에 얇은 지갑을 꺼내는 사람은 그에게 속은 것이 아니다. 이타심과 배려심 깊은 성정 탓에 겪게 된 하나의 해프닝일 뿐이다. 촌극 한 편 돈 주고 봤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고 그렇기에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지난 잘못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공인이 되려는 자는 공인이 되기 전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역할'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과 말, 행동, 가치관에 열광하는 이가 더 많다는 사실을. 유명세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얼마 전 가수 겸 배우 장나라 씨가 300억 원 이상의 기부를 해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연예인 생활을 하며 광고나 팬 사인회 등을 통해 얻은 이익은 거의 다 기부해 왔다고 한다. 유기 동물을 구조하고 보살펴 온 일화와 형편이 어렵다며 손 내미는 사람과 단체 등에도 수시로 도움을 전했다는 보도들이 추가로 등장했다.

그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고 싶다"며 "원래 집안 분위기가 그렇다. 누군가에게 장미를 주면 내 손에 장미 향이 남는다"고 말했다.

공인의 사생활은 이렇게 언제 어디서 어떤 힘으로 발현될지 알 수 없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틀린 줄 알면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잘못된 생각을 수정합니다. 그러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틀린 줄 알아도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합니다. 그대는 어떠신가요.

-이외수 '절대강자(이외수의 인생 정면 대결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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