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지 퍼플레이 대표 인터뷰

▲ 조일지 퍼플레이 대표 (사진=퍼플레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지난 9월 벡델데이 2021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작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대상 영화에서남성 캐릭터가 차지하는 시간 점유율은 여성 캐릭터보다 2배 높았고,적극적 감정에는 남성 캐릭터가, 수동적 감정에는 여성 캐릭터가 더 많이 배치됐다. 캐릭터의 평균 나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10살 적었다.

내 이야기가 없는 영화들 사이에서 내 영화를 찾는 데 지친 관객들에게, 퍼플레이는 괜찮은 동료, 괜찮은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하는 플랫폼이다.

'언제나 가까운 여성영화'를 이야기하는 여성영화 OTT 플랫폼 '퍼플레이'의 조일지 대표와 이야기 나눴다.

■ 내 취향을 여는 '다른' 열쇳말

퍼플레이가 문을 연 것은 지난 2019년. 2016년 기획을 시작하고 앱 출시 등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3년 만에 온라인 플랫폼으로 정식 오픈했다. 시작은 단순한 이유였다. '좋은 여성영화를 만날 기회가 너무 적다.'

"여성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를 보고 지인에게 추천해줬는데, 볼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좋아하는 영화를 (원할 때) 볼 수 없다는 데 갈증이 생겼어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페미니스트 친구 여섯 명이 모였고, 여성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플랫폼의 가장 앞선 고민은 '어떤 영화'에 있었다. '찾아볼 수 없어서 갈증이 나는 좋아하는 영화'를 여는 '열쇳말'을 찾아야 했다. 다른 OTT 플랫폼의 '알고리즘'과는 다른 어떤 열쇳말.

논의를 통해 발굴해낸 열쇳말은 스무 개 남짓. 영화의 성평등을 가늠하는 지수인 '벡델 테스트', 감독·캐릭터 등 여성이 작품에 얼마나 주체적으로 개입했는지를 가리키는 'F-등급' 등이 여기 포함돼 있다.

"퍼플레이는 '여성영화', '성평등 영화'라는 이슈에 집중하는 플랫폼이에요. 퍼플레이 영화의 90%는 다른 플랫폼에서 서비스하지 않거나 메인으로 다루지 않는 독점 콘텐츠고요. 퍼플레이는 이를 포함한 20개 자체기준으로 까다롭게 영화를 선별하고 있고, 큐레이션(추천)도 세분화해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영화는 300편 남짓. 필름으로 촬영된 임순례 감독의 초기작부터 신인감독의 단편까지 다양한 영화를 모았다.

'좋은 영화'를 넘어서 '취향 맞춤' 영화를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영화를 소개하는 또 다른 열쇳말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각 영화에는 '고백', '퀴어', '청춘', '복수' 등 소개하는 열쇳말이 '태그'로 달려있다.

특정 태그를 클릭하면, 같은 태그가 달린 또다른 영화를 소개받을 수 있다. 이렇게 태그 사이를 오가다 보면 알고리즘보다 더 알고리즘 같은 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는 건 기자 추천.

▲ 검색 후 '성평등지수 높은 순', '다양성지수 높은 순' 등으로 검색결과를 정렬할 수 있다(사진=퍼플레이 홈페이지 캡처) ©팝콘뉴스

■ 안전하게, 적극적으로 여성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기

지난 2년간 퍼플레이를 찾은 관객은 90%가 여성, 대부분이 20~40대다. 퍼플레이의 '갈증 풀이'에 적극 호응해준 관객들이다. 최근에는 퍼플레이를 찾는 남성 관객들도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전에는 영화제 부스 등을 통해 직접 만나기도 했거든요. 그때마다 많은 분이 찾아오셔서 커피도 가져다주시고, 응원해주시고 하시죠. 그러면 힘이 나고요."

단순히 '영화 보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도 계속하고 있다. 웹매거진 '퍼줌'이 그중 하나다.

"'퍼줌'은 퍼플레이에서 운영 중인 여성영화 웹매거진이에요. 인터뷰를 비롯해 영화 제작기, 리뷰, 평론 등 여성영화 감독, 배우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싣고 있어요. 여성영화야 어떻게든 본다고 해도 여성영화인의 목소리를 듣는 건 쉽지 않거든요. 영화를 만드는 여성들, 또 그걸 보는 여성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한데 모을 수 없을까 생각했고, 그 결과 탄생했습니다. 퍼플레이 서비스작을 더 잘 소개하고 싶기도 했고요."

'영화제 작품을 일상에서 보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작한 플랫폼인 만큼, 여러 영화제와 협업에도 나선다.지금까지 한국퀴어영화제, 전국국제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 도봉구 성평등활동센터 여성영화제 등 다수 영화제와 손을 잡았다. 오는 23일부터는 지난해에 이어 카라동물영화제의 온라인 극장으로 역할을 한다.

"이혁상 디아스포라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인터뷰를 통해서 온라인 극장으로 퍼플레이를 선택한 이유를 말한 적이 있었는데요,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주제가 성소수자와 관련이 있다 보니 다양성에 기반을 둔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이 영화제의 색을 더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했다'는 이야기였어요. 다양성에 기반을 둔 영화제들이 많이 연락을 주시고, 협업 시에 시너지 효과가 있어서 앞으로도 영화제들과 협업을 이어나갈 예정이에요."

아직 "필수 기능만 갖춘 초기모델"이라고 자평하는 퍼플레이지만, 앞으로의 그림은 다채롭다. 현재 퍼플레이는콘텐츠 수익의 70%를 창작자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생태계 모델을 시험 중이다.

관객과 영화를 넘어서 관객과 영화와 사회문제가 한 데 연결되는 플랫폼 역시 그림 중 하나다.

퍼플레이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수익금 일부를 여성단체 후원을 진행하는 '함께 프로젝트 2탄'을 진행한다. 퍼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영화 '까만점'의 판매 수익금의 50%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후원하는 프로젝트다.

"퍼플레이를 통해 작품을 서비스하기로 선택한 많은 여성 감독들의 '생계'에 우선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또, 다음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고요. 관객들도 여성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여성영화, 여성감독, 여성인권단체 등이 연대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기획 중입니다. '함께 프로젝트 2탄'이 그 예고요. 많은 응원과 관람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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