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걱정에 출전하면서도 즐겁지만은 않아" 선수들 남모를 속앓이

▲ 휠체어럭비 선수 © 팝콘뉴스 사진자료(DB)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울타리[fence]: 모든 사람이 가족과 이웃이 되는 이야기들.

대부분의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부모와 가정, 학교 같은 '사회적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간혹 울타리 없는, 누구보다 울타리가 필요한, 울타리 밖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스스로 울타리를 걷어찬 이들도 있습니다. 코너 [울타리]는 그런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독자들의 관심이 그들에게 필요한 울타리가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신설한 코너입니다. 기사를 읽는 동안만큼은 마음의 울타리를 활짝 열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가 닷새째 1500명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13일 코로나19 대응 태세 전환, 즉 '위드코로나'를 위한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출범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가 공동위원장인 40명 규모의 민관합동 기구로 '단계적 회복·포용적 회복·국민과 함께하는 회복'을 3대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위원회의 첫 회의에 따르면 이달 말께 위드코로나 로드맵이 나올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엿새 간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개최된다.

이번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주최하고 경상북도, 경상북도교육청, 경상북도장애인체육회가 주관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후원한다.

▲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마스코트(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 팝콘뉴스


경기종목은 사이클, 수영, 양궁, 육상, 태권도, 트라이애슬론, 펜싱, 휠체어럭비, 휠체어테니스, 골볼, 배드민턴, 보치아 등 총 27개.

코로나19 집단감염 등의 방지를 위해 이번 대회는 개·폐회식을 치르지 않고 전 경기 무관중을 원칙으로 한다.

이 같은 결정에도 대회 출전을 확정한 중증장애인 선수들은 혹시 모를 감염 걱정 때문에 대회가 마냥 기다려지지만은 않는다며 남모르게 속앓이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12일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오전 정례브리핑을 통해 "전국 장애인체육대회 기간 중 많은 인원이 모이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고, 선수 및 지원인력 참가를 최소화하는 등 대회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며 "아쉽지만 안전한 대회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 "철저한 방역을 위해 참가 등록자 전원은 사전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아야만 대회에 출전할 수 있고 대회 기간에도 PCR 추가검사를 통해 음성 여부를 의무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수본은 대회 기간 중 ▲시도별 실내외 경기 참여 인원 50명 이하로 제한 ▲선수단 단독 숙소 운영 ▲경기장 내·외부 방역관리와 같은 강력한 예방조치로 밀접접촉을 막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타 종목 선수가 경기 관람을 위해 다른 경기장을 방문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중수본의 이 같은 방침은 선수단은 물론 국민의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불안을 안심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 종목별 마스코트(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 팝콘뉴스


그러나 일주일 뒤 열리는 대회를 앞두고 출전 선수 중에는 "주최 측에서 너무 무리하게 대회를 추진하는 기분을 감출 수 없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한 선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지난 금요일(9일) 오후에 대회를 열지 않겠다는 통보가 왔었는데, 두 시간이 채 안 돼 번복됐다. 이미 카카오톡으로 팀 선수들과 대회 안 한다는 이야기를 막 나눴는데 바로 상황이 뒤집혀 황당했다"고 말했다.

통화한 A 선수에 따르면 대회 개최 결정이 번복된 후 팀 선수들 카톡방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고, 투표로 출전을 결정하자는 의견이 있어 실제 투표가 진행됐다. 그 결과 반수 이상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에 투표했으나 주최 측에서는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A씨는 "중증장애인들은 식사라든지 화장실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없어서 활동 보조인이 6박 7일 간 선수 옆에 붙어서 지내야 한다. 당장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앞이 깜깜하다"며 "나 같은 경우 중증이기 때문에 활동 보조인이 함께 가줘야 한다. 그런데 가기 싫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또 "대회 중간에 PCR 검사를 받는 것 또한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경기장 안에 선별검사소가 있다면 모를까 경기장 밖 검사소를 이용해야 하는 날에는 정말 큰 불편이 아닐 수 없다"며 "아직 모든 게 확실하지 않아 선수들이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큰 대회를 안 하겠다고 했다가 금방 다시 하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는 그 이유가 너무도 궁금하지만,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 장애인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본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감염돼 잘못되면 그걸 누가 책임질 것인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지난 8일 개막한 '제102회 전국체육대회'는 14일 막을 내린다. 이번 전국체전 역시 장애인체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방역에 관한 관심 속에 치러지고 있다.

특히 전국체전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는 때에 확정된 것으로, 정부에서는 대학부와 일반부 경기 없이 고등부 대회로만 대회 축소해 치르도록 하는 등 사상 전례 없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대회 개막일인 8일부터는 경북 지역 9곳에 코로나19 상시 및 출장 선별진료소가 마련됐다. 주최 측에서는 경기 시작 72시간 전 PCR 검사 결과 확인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지난 11일 하키 선수 한 명이 PCR 검사 72시간이 지난 상태에서 경기에 출전했다가 적발돼 해당 팀의 실격패가 결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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