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도박에 관대한 사회...성장하는 아동·청소년 뇌에 안 좋은 영향 심어줘
합법도박이 도박문화 건전화에 기여하고 있는지도 고민해야

(팝콘뉴스=김재용 기자)[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코너는 '느린 뉴스'의 가치를 찾고자 합니다. 우리는 속보성 뉴스의 빠른 가치에만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의 눈은 선정성, 흥미위주, 자극적인 스트레이트 고발 기사로만 채워집니다. 때문에 독자들은 금세 피로감을 느끼고, 뉴스는 소장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무의미한 소비 거리로 전락합니다.

본 코너는 뉴스를 통해 사건을 보기보다 인물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인물을 통해 사건을 보면 우리 일상이 총체적으로 파악됩니다. 총체적으로 파악되면 인간적인 가치를 우선시하게 됩니다.

▲ 신행호 서울센터장. 서울센터 사내 카페 해밀터에서 포즈를 취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최근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연구에 따르면 합법사행산업과 불법도박 규모를 모두 합치면 최소 1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예측한다. 국가 총예산의 16%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가히 도박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국내 불법도박 시장의 규모는 합법사행산업 매출 규모의 4배에 달한다고 한다. 온라인 도박이 성행하면서 이 중 온라인 도박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주 높다. 국내 도박 중독 의심자만 3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 가족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최소한 이의 5배~10배까지 이른다고 볼 수 있다.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족, 건강, 경제적 손실, 직장, 학업, 생활, 사회생활 문제 등,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의 2008년도 연구에 의하면 도박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로 과다한 채무 발생, 이로 인한 가족 불화, 이혼, 가정폭력, 불안장애, 우울, 짜증, 자책감, 허전함, 자살 충동, 불면증 등 모든 심리적 문제를 거의 망라하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정작 도박 문제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위에 통계에서도 밝혔지만 도박 문제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사회문제다. 이에 본지에서는 도박 문제의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신행호 서울센터장을 만나봤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도박문제해결을 위해 설립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다. 중독예방, 치유센터라는 이름으로 2007년부터 운영되던 조직을 확대 개편해 2013년 8월 28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로 신설, 개편해 개원했다. 서울센터 이외에 각 시도별 13개의 지역센터가 운영 중이다.

신행호 센터장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정신보건학을 공부한 다음에 정신병원에서 정신보건전문위원으로 10년 정도 심리상담과 정신질환자 재활치료를 했다. 2001년도에 강원랜드 상담센터가 생기면서 도박자 상담을 하고 2013년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생기면서 이곳으로 왔다. 올해 남북으로 나뉘어 있던 서울센터가 통합되면서 서울센터장을 맡았다.

▲ 서울센터 회의실에서 바라보는 충무로 시내의 모습.(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우리는 먼저 청소년 도박 문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센터장은 도박 문제에 있어서 먼저 청소년 문제를 강조했다. 왜 청소년일까?

"무엇보다 아동·청소년 때 도박에 중독되면 평생 가기 때문입니다. 아동·청소년은 아직 성장해가는 과정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20대 초반까지 형성한 세상에 대한 도식이 고착화된다고 합니다. 즉, 20대 때 형성한 가치관이나 습관은 나중에 고치기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평생 가는 것이죠."

아동·청소년 도박이 성인 도박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아동·청소년 시절에 도박으로 쉽게 그것도 많은 돈을 따는 경험을 한다면 그때 느낀 쾌감을 뇌는 기억한다. 그 도파민 분비의 쾌감을 뇌는 잊지 못한다. 이것을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고 하는데 이게 고착되면 평생 간다고 하는 것이다.

"아동·청소년 시절의 경험, 가치관 이런 것들이 모두 패턴화되어서 자리 잡을 때 그 사람이 평생 도박으로 고통받을 것을 생각하면 아동·청소년 시절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죠. 또한 이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도박에 관대하다. 성적(sexual) 규제는 강한데 도박 규제는 약하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한탕주의에 아이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한 조사에서 아이들에게 10억을 주고 감옥에 갔다 오겠냐고 한다면 하겠냐 안 하겠냐 하는 조사를 했더니, 대부분 하겠다고 답했다는 거죠. 초등학생들 장래 희망 직업이 토사장(불법 토토사이트를 관리하는 운영자로, 불법적으로 돈을 많이 번다)이라거나 이런 조사자료를 보면 이미 아이들이 한탕주의, 쾌락주의 이런 문화를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답답한 일이다. 지금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은 보통 50대~70대 이상이다.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낙후했던 한국을 지금의 한국 사회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의 한국 사회가 무조건 행복한 사회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과거보다는 선진국이 된 것은 부정할 순 없는 일이다. 이들이 어린아이였을 때 한국 사회는 가난했지만, 한탕주의보다 성실함, 충직함 등의 미덕을 바탕으로 하던 문화였다. 그런 영향을 받은 이들이 성장한 후 우리 사회를 이 정도라도 이끌어 올 수 있었다. 하지만 한탕주의에 영향을 받은 지금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과연 50년 후에도 이들이 한국 사회를 잘 이끌 수 있을까? 우리는 미래에 어떤 희망을 그릴 수 있을까?

▲ 센터 내에서 진행하는 치료공동체의 모습. 치료공동체는 집단 상담의 일환이다. 개인 상담 회기를 끝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사진=한국도박문제 관리센터 서울센터) © 팝콘뉴스


청소년의 도박 중독 문제는 가정에서부터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다소 암울하다.

"청소년들이 사행성 게임이나 유사 도박을 사실상 하고 있는데 부모님들은 그냥 온라인게임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새 어른들은 아무래도 인터넷으로 하면 그냥 게임인 줄로 알지 게임과 도박을 잘 구분 못 하잖아요. 그래서 부모님이 나중에 알게 돼서 우리 센터를 찾아오면 이미 치유가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미 금전적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센터에서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청소년의 2.4%는 도박 문제가 심각하다고 예측을 하고 있다. 이들 2만 2천 명 정도는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위험한 수준이다.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큰 수준이라는 것.

"하지만 이 또한 축소되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흡연율도 실제보다 낮게 나오잖아요? 최근에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끼리 만나서 도박게임을 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위험하죠. 혼자서 하면 더 깊이 빠져들게 되니까요. 이 부분은 통계로 잡기 어렵죠."

센터장은 말을 이었다.

"또한 우리의 가족문화는 좀 보수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도박 문제가 생기면 쉬쉬하는 경향이 있죠.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당할까 봐 두려우니까요. 그래서 도박으로 인해 자살하는 예도 많지만, 그것을 연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관성이 많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삶 자체가 도박이 아닐까요? 정상적인 방법으로 큰돈을 벌 수 없으니 도박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인식이 우리 문화 저변에 깔려 있으니 '오징어 게임'도 거부감 없이 보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니까요. 그냥 넷플릭스 1위 했다는 것만 찬사를 보내지 이게 사회의 어떤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성찰하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자는 오염된 연못에 사는 물고기 같은 것일 수 있다. 병든 물고기를 물고기만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래서 도박 문제에 관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센터장은 국가가 도박 문제에서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온라인게임을 하다가도 현금을 현찰화할 수 있는 것을 알고 불법적인 경계 밖으로 넘어가는 거예요. 말이 게임이지 이미 도박과 게임의 경계가 무너진 지는 꽤 됐죠. 오히려 도박임에도 게임이라고 하면 심리적으로도 죄의식이 적어지니 접근하기 더 편한 것이죠. 온라인 도박의 가장 큰 피해자는 온라인에 익숙한 어린 세대들입니다."

도박이라는 게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것이기에 없애버릴 수 없다면 음성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차라리 어느 정도 합법화하자고 해서 생긴 것이 합법적 도박이다. 하지만 지금 그 취지에 맞게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합법적 도박이 오히려 정부에게 황금알을 낳아주는 또 다른 거위가 되어버렸다. 센터장은 오히려 합법이 불법을 키워주는 꼴이 되어 버렸다고 밝혔다.

"우리가 왜 합법화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합니다. 도박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없앨 수 없다면, 그래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건전하게 할 방안으로 유도하자고 해서 합법사행산업이 생긴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건전할까요? 건전한 문화로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을까요?"

돈을 베팅할 때 내가 얼마를 썼는지 알 수 있는 전자카드 제도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현재 베팅 금액 자체도 너무 높습니다. 합법 산업이 어떻게 한 번에 30만 원씩 할 수 있겠어요? 중독이 되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를 얼마나 마련했는지 봐야 합니다. 이게 합법에서 손실을 본 사람들이 그것을 만회하려고 불법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 회복자가 치료공동체를 수료하는 모습.(사진=한국도박문제 관리센터 서울센터) © 팝콘뉴스


센터장은 도박문화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또 해야 할 것은 처벌규제 강화라고 주장한다.

"불법도박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해요. 도박사이트 개설하고 마약 유통해도 실형이 몇 년 안 됩니다. 지금은 불법도박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이죠."

특히 불법도박의 온상인 온라인 도박에 대한 규제가 너무 미미하다. 청소년은 그게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온라인 도박은 도박이 아니라 그냥 사기입니다. 대부분 이미 프로그램화되어서 승률을 조작하기 때문이죠. 사기당하는 건데 자기는 도박을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죠. 이런 인식을 깨야 하고 정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현재 정부의 규제 정책에 장밋빛 희망이 보이지는 않는다. 탐스러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유혹을 정부는 떨치지 못한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도박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황금알을 변질되게 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어느 나라든 원래 정부는 돈에 약하다. 국가의 거대한 살림살이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도박 중독 문제는 아직은 개인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치유해야 한다. 도박중독문제센터 심리상담은 내담자가 자기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실현 경향성을 촉진해준다. 실현 경향성이란, 자신의 모든 잠재력을 발현해서 스스로 문제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인간은 모두 그런 경향성을 지녔다. 예를 들어 몸에 상처가 나면 얼만 안 가서 아물 듯이 인간의 정신도 그런 능력을 지녔다. 그러기 위해서 센터 상담사들은 내담자의 모든 것을 공감해 주고 이해해주는 상담을 한다. 그런 공간에서 내담자는 자기실현적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도박 중독자 상담사가 되고 싶다면?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센터에 입사하는 방법도 있고, 도박 중독 치유 관련 자원봉사 일도 하고 센터에서 무료로 교육하는 전문교육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센터에 입사해 상담사로 활동할 수도 있다. 특별하게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는 도박회복자 인턴 제도가 있다. 도박 중독자가 되었다가 회복이 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턴 과정을 거쳐서 몇 가지 교육을 받으면 정규 상담사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도박 중독자의 경험이 있다는 것은 학문적 이론을 공부한 것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센터에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민간상담센터를 오픈해서 상담 일에 종사하며 새로운 삶을, 그것도 성공적으로 살고 있는 회복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유튜브 채널 '도박엔딩'을 제작 운영하며, 아직도 도박 중독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선배(?)의 생생한 회복 경험담을 전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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